계절시(季節詩)감상

打麥詞 (타맥사) - 李民宬 (이민성)

-수헌- 2023. 5. 19. 11:07

打麥詞 타맥사 李民宬 이민성  

보리타작 노래

 

高田多稂莠 고전다랑유

높은 밭에 가라지가 무성하고

窊田易魯莽 와전역로망

낮은 밭에도 잡초가 우거졌네

田家豈不苦 전가기불고

농가들이 어찌 힘들지 않을까

六月少在戶 유월소재호

유월의 집에 일할 사람 적구나

 

麥老南疇收正急 맥로남주수정급

남쪽 밭의 익은 보리가 수확이 급하여

傭徒飯腹腰鎌去 용도반복요겸거

일꾼들 배 채우고 허리에 낫 차고 가네

鎌如初月翻霜鍔 겸여초월번상악

서릿발처럼 날 선 초승달 같은 낫으로

割盡黃雲應幾許 할진황운응기허

다 베어 넘긴 누런 보리가 얼마나 될까

短秉長束積如堵 단병장속적여도

짧은 보릿단 길게 묶어 담처럼 쌓으니

滯穗更利貧家女 체수경리빈가녀

떨어진 이삭은 가난한 여인에 이롭구나

編條橫貫白木柄 편조횡관백목병

엮은 다발을 흰 나무자루로 꿰어 드는데

晴日空中霹靂怒 청일공중벽력노

맑은 하늘에서 노한 벽력소리가 울리네

伊邪聲促響山精 이사성촉향산정

이 사악한 소리가 산을 울리며 다가오니

鵓鳩啼黑前峯雨 발구제흑전봉우

비둘기 울고 어두워지며 앞산에 비 내리네

心忙不暇戀飢渴 심망불가련기갈

마음은 급하고 여유가 없어 목은 타들고

橐底壺飧半成土 탁저호손반성토

답 담아 온 자루 바닥 반 정도 흙이 찼네

十分精簸送官倉 십분정파송관창

보리를 잘 까불려서 관창에 보내고 나니

卒歲且有贏餘數 졸세차유영여수

한 해를 보내기에 잠시 여유가 생겼구나

田家雖苦有樂時 전가수고유악시

농가는 비록 힘들어도 즐거울 때도 있어

飽臥終年帶鬆肚 포와종년대송두

누워서 배를 쓸며 한 해를 보낼 수 있는데

但願官家不奪時 단원관가불탈시

다만 관가에서 뺏어가지 않기만 바라지만

歲歲年年長此苦 세세년년장차고

세세 연년 이 괴로움이 길어만 가는구나

 

*이민성(李民宬,1570∼1629) : 조선시대 병조정랑, 동부승지, 좌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관보(寬甫), 호는 경정(敬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