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四溟大師)는 대마도에 머무는 동안 많은 시를 남겼는데 그 내용은 모두 왜도의 연락을 기다리며 잠 못 이루는 초조한 마음과 객지에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심정, 나라를 걱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 시어(詩語)는 꾸밈이 없어 단아하면서도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것 같다.
在馬島庭菊大發感懷
재마도정국대발감회
대마도 객관에서 뜰의 국화가 만발한 것을 보고
蕭蕭落葉下汀洲 소소락엽하정주
나무 잎 쓸쓸히 물가에 떨어지니
天末歸雲海北秋 천말귀운해북추
구름 돌아가는 하늘끝 바다 북녘도 가을 이겠구나
節過重陽不歸去 절과중양불귀거
절후는 중양(重陽)이 지나도 돌아가지 못하니
黄花空遣遠人愁 황화공견원인수
누런 꽃이 공연히 나그네 시름만 자아낸다
旅遊心緖亂如麻 여유심서난여마
객지의 심회가 뒤얽힌 삼 가닥 같아
落日空瞻北去鴉 낙일공첨북거아
해 저물어 북으로 가는 갈가마귀 공연히 쳐다본다
諸道山僧無顧念 제도산승무고념
무릇 산승은 되돌아볼 생각 없는데
夢魂頻度漢江波 몽혼빈도한강파
꿈속에서 자주 한강 물을 건넌다
錦屏回夢夜蒼蒼 금병회몽야창창
금수 병풍에 꿈을 깨니 밤이 창창하고
雲盡天晴碧海長 운진천청벽해장
구름 걷힌 하늘은 맑고 바다는 더욱 푸르네
門掩候蟲殘月曙 문엄후충잔월서
문밖에 귀뚜라미 울고 새벽달은 지는데
寄衣無處有清霜 기의무처유청상
옷 부쳐올 곳 없는데 벌써 서리가 오네
在馬島夢渡漢江覺而作
재마도몽도한강각이작
대마도에서 한강을 건너는 꿈을 꾸다가 놀라 깨어 짓다.
秋院寥寥夜正長 추원요요야정장
가을 사원은 고요하고 밤은 깊은데
月明寒葉下横塘 월명한엽하횡당
밝은 달 아래 찬 잎사귀 물가에 떨어 지네
歸心不怕鯨波險 귀심불파경파험
돌아갈 마음 간절해 험해도 두려울 것 없어
夢裡忽忽到洛陽 몽리홀홀도락양
꿈에는 느닷없이 낙양에 와 있구나
遊馬島靑鶴洞 유마도청학동
대마도 청학동에서 지내며
有涯生是逐無涯 유애생시축무애
끝 있는 인생이 끝 없는 것을 따르니
世事艱危百不諧 세사간위백불해
세상일은 어려워 모든 일이 어긋나네
昨日少年今白首 작일소년금백수
엊그제는 소년인데 오늘은 백발이라
青流羞映醜形酸 청류수영추형산
맑은 물에 비친 추한 얼굴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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