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대마도에서 1)

-수헌- 2020. 5. 31. 19:10

사명대사(四溟大師)는 그해 가을 석 달가량을 대마도에서 보내게 된다. 이는 사명대사가 처음부터 왜도(倭島;일본)에 입도(入島) 허가를 받고 간 것이 아니라 대마도에서 교토(京都)의 도쿠가와(德川家康)에 연락하여 입도 허가를 다시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명대사는 대마도에서 왜도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초조한 심경과 나라를 걱정하는 시를 많이 남겼다.

 

孤島崇朝雨 고도숭조우

외로운 섬 아침에 비가 내리고

窮秋滯遠愁 궁추체원수

짙어가는 가을 시름에 젖네

轉蓬流宇宙 전봉류우주

다북쑥처럼 굴러 우주를 떠도니

怊悵此生浮 초창차생부

슬프다 덧없는 인생이여

 

在東溟西風吹海黄葉下庭 天末白雲自北而飛 霜露之感有不能禁吟一篇又一絶

재동명서풍취해황엽하정 천말백운자북이비 상로지감유불능금음일편우일절

동명관에 있을 때 서풍이 바다로 불어오고 황엽이 뜰에 내리며 하늘 끝 흰 구름이 북으로 날아간다. 상로의 감을 금할 수 없어 시 한 편과 또 일절을 읊는다

 

世事無端齒亦酸 세사무단치역산

세상 일이 끝도 없고 이(치아) 또한 아픈데

獨尋溪畹採幽蘭 독심계원채유란

홀로 시냇가 언덕 찾아 난초를 캔다

大風捲雨秋空闊 대풍권우추공활

큰 바람이 비를 걷으니 가을 하늘은 넓고

汀月流輝夜水寒 정월류휘야수한

물가에 흐르는 달빛에 밤 물이 차다

西望五雲遙魏闕 서망오운요위궐

서쪽을 보니 오색구름에 위궐이 아득하고

北瞻長路隔波蘭 북첨장로격파란

북으로 먼 길 바라보니 물결에 막혀 있네

悠悠坐到連霜曙 유유좌도련상서

서리 내리는 새벽까지 앉아서 걱정하며

愁眼看他草色乾 수안간타초색건

시름 어린 눈으로 시들어가는 풀빛을 본다

※魏闕(위궐) :궁정 또는 조정을 말함

 

風動葉聲驚宿鶴 풍동엽성경숙학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 소리에 자던 학이 놀래고

月高汀樹散栖鴉 월고정수산서아

물가 나무에 달 높이 뜨니 까마귀 흩어지네

不眠夜靜天河轉 불면야정천하전

잠 못 드는 밤 고요히 은하는 기우는데

獨歩中庭把菊花 독보중정파국화

홀로 뜰 가운데 거닐며 국화를 만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