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上元日(대보름)

-수헌- 2023. 2. 2. 10:29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과 동회(東淮) 신익성(申翊聖)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병자호란이 끝난 뒤에도 친명(親明) 정책을 주장하다가 청나라에 압송되었다. 1643년 신익성(申翊聖)만 먼저 풀려나 돌아오게 되었는데, 보름달을 보며 홀로 남은 청음(淸陰)을 생각하며 지은 시이다.

 

見月次湯站淸陰韻 견월차탕참청음운      申翊聖 신익성 

달을 보며 탕참에 있는 청음의 시에 차운하다.

 

江梅山雪歲將殘 강매산설세장잔

한 해 저물어 눈 내린 산 강가에 매화 피니

尙記前年出塞寒 상기전년출새한

작년 변방 나설 때의 추위가 아직 생각나네

惆悵同行不同返 추창동행불동반

슬프구나 함께 갔어도 함께 오지 못했으니

今宵明月共誰看 금소명월공수간

오늘 밤의 밝은 달을 누구와 함께 봐야 하나

 

동회(東淮) 신익성(申翊聖)의 이 시에 대하여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이 재차 화운하여 아래의 시 2수를 지었다.

 

鳳凰城途中 次東淮上元感懷韻 二首 봉황성도중 차동회상원감회운 이수      金尙憲 김상헌

봉황성으로 가는 도중 동회의 상원감회 시의 운을 차운하다 2수 

 

悲歡百變一身殘 비환백변일신잔

희비가 수없이 변해 이 한 몸 상했는데

世事驚心骨欲寒 세사경심골욕한

세상사에 놀란 마음 뼈골이 서늘해지네

惟有遼山今夜月 유유요산금야월

그래도 요동 산 위에 떠있는 오늘밤 달은

淸光猶似昔年看 청광유사석년간

맑은 달빛이 지난해 봤던 것과 똑같구나

 

形容憔悴鬢毛殘 형용초췌빈모잔

얼굴 모습 초췌하고 귀밑털도 듬성한데

故國回頭望眼寒 고국회두망안한

고개 돌려 고국 향해 보는 눈 시리구나

今夜長安月明裡 금야장안월명리

오늘 밤에 장안의 밝은 달빛 속에서

碧紗紅燭幾人看 벽사홍촉기인간

푸른 깁 붉은 촛불 몇몇이나 보려는가

 

*신익성(申翊聖,1588~1644) : 조선시대 오위도총부부총관을 역임한 문신. 자는 군석(君奭), 호는 낙전당(樂全堂) 동회거사(東淮居士).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아들로 명나라를 지지하고 청나라를 배척했다는 이유로 김상헌, 최명길 등과 함께 청나라에 억류되었다가 풀려났다.

 

*김상헌(金尙憲,1570∼1652) :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교리, 응교, 직제학을 거쳐 동부승지가 되었다. 자는 숙도(叔度), 호는 청음(淸陰). 1639년 청나라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요구한 출병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청나라에 압송되어 6년 후 풀려나 좌의정을 지냈다.

 

 

上元日登磨天嶺 상원일등마천령      申翊全 신익전  

대보름날 마천령에 오르다

 

佳節上元最 가절상원최

명절 중에서도 으뜸인 대보름날에

磨天嶺外行 마천령외행

마천령 밖으로 길을 떠나네

擧頭雲際海 거두운제해

머리 드니 구름은 바다에 닿았고

擁馬樹如城 옹마수여성

나무숲은 성처럼 말을 에워 샀네

百折羊腸險 백절양장험

수백 굽이 양장처럼 길은 험하고

千尋鳥道橫 천심조도횡

천길 높은 조도가 가로질렀네

平生壯游志 평생장유지

평소 유람에 굳세게 뜻을 두었으니

今日豈沾纓 금일기첨영

오늘 어찌 눈물로 갓끈을 적시랴

 

※鳥道(조도) : 나는 새만이 갈 수 있을 만큼 좁은 산속 길.

 

*신익전(申翊全,1605~1660) : 조선후기 동지춘추관사,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여만(汝萬). 호는 동강(東江). 영의정을 지낸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아들이다. 위의 시를 쓴 동회(東淮) 신익성(申翊聖)의 동생으로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