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夕吟 칠석음 徐居正 서거정
銀漢迢迢一帶隔 은한초초일대격
한 가닥 은하가 사이를 아득히 떼 놓았는데
天上相思渺南北 천상상사묘남북
천상에서는 남북이 아득해도 서로 사모하네
玉女盈盈雙手纖 옥녀영영쌍수섬
옥녀는 아름다운 자태와 가느다란 두 손으로
忙擲金梭織霜縑 망척금사직상겸
바쁘게 북을 던져 하얀 명주 베를 짜는구나
霜縑一一相思字 상겸일일상사자
하얀 명주 베는 올올이 모두 상사자이건만
悵望仙郞欲誰寄 창망선랑욕수기
누구에게 부치려고 선랑을 맥없이 바라보네
靑鳥無情不飛去 청조무정불비거
청조는 무정하게도 날아가지를 않으니
臨風脈脈愁無語 임풍맥맥수무어
바람 앞에서 말없이 시름에 잠겼구나
天孫亦怨消息稀 천손역원소식희
천손 또한 드문 소식을 원망하는데
疎星耿耿秋月暉 소성경경추월휘
성긴 별은 반짝이고 가을 달은 밝구나
香風吹盡玉桂花 향풍취진옥계화
향풍이 불어와서 옥계화를 지게 하고
鵲橋一夜橫天波 작교일야횡천파
하룻밤 오작교가 은하에 가로 놓였네
鴛鴦帳暖開中堂 원앙장난개중당
중당의 따뜻한 원앙 장막을 활짝 여니
相逢萬里佳期香 상봉만리가기향
만 리의 상봉이 향기롭고 아름답구나
佳期不覺大草草 가기불각대초초
좋은 만남이 뜻밖에 너무나도 짧으니
天鷄啞喔搏桑曉 천계아악박상효
하늘 닭이 울어대어 동녘이 밝아오네
紅神啼殘訴別離 홍신제잔소별리
홍신이 울음 그치고 이별을 호소하니
明年七日知何時 명년칠일지하시
명년 칠석날이 언제 올지 아는가
君不見長門咫尺閉嬋娟 군불견장문지척폐선연
지척의 장문에 미인이 갇힌 걸 그대는 못 보았는가
又不見驪宮深鎖三十年 우불견려궁심쇄삼십년
여궁 깊은 곳이 삼십 년을 잠긴 걸 또 못 보았는가
一年一度君莫傷 일년일도군막상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걸 그대는 상심 마오
人間無限參與商 인간무한참여상
인간에는 참상의 관계가 한도 없이 많다네
※相思字(상사자) : 서신(書信)을 가리키기도 하고, 이별의 시름이나 사모하는 이를 그리는 정을 뜻하기도 한다. 당 나라 때 장안(長安)에 사는 장사꾼 임종(任宗)의 처 소란(紹蘭)이 장사를 하러 나가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임종을 그리며, 상사자(相思字)를 써서 제비다리에 묶어 보냈더니, 임종이 형주(荊州)에 도착했을 때 제비가 날아와서 어깨에 앉았는데, 제비 다리에 아내가 보낸 쪽지가 매여져 있었다 한다.
※悵望(창망): 무엇을 어떠한 생각이나 맥없이 바라봄.
※靑鳥(청조) : 전설에 선녀(仙女)인 서왕모(西王母)의 소식을 전하는 신조(神鳥)를 가리키는데, 전하여 선인(仙人)의 사자(使者)를 의미한다.
※玉桂花(옥계화) : 옥계화(玉桂花)는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전설에서 달을 가리키는 것으로, 초승달을 의미한다.
※紅神(홍신) : 붉은색[紅色]의 방위가 남방(南方)이므로, 홍신은 은하(銀河)의 남쪽에 있는 직녀성(織女星)를 가리킨다.
※長門宮(장문궁) : 한 무제(漢武帝)의 진 황후(陳皇后)가 미색(美色)이 뛰어나 천자의 총애를 받았으나, 뒤에 총애를 잃고 홀로 장문궁(長門宮)으로 나가 있으면서 번민과 시름으로 나날을 보냈던 데서 온 말이다.
※参商(참상); 서쪽의 ‘参’ 별과 동쪽의 ‘商’ 별의 두 별. 동쪽의 商별이 뜨면 서쪽의 參별이 지기 때문에 (두 별이 서로 동시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혈육이나 친구를 오래도록 만나지 못하는 것을 말함.
巧夕 三首 교석 삼수 徐居正 서거정
天上雙星會遇時 천상쌍성회우시
하늘 위의 두 별이 모여 만나는 때이라
飛來烏鵲報佳期 비래오작보가기
까막까치가 날아와 좋은 만남을 알리네
一年一度休嫌少 일년일도휴혐소
일 년 한 번 만남이 적다 불평하지 마오
猶勝人間久別離 유승인간구별리
오히려 인간세상 오랜 이별보다 낫다네
何物蜘蛛巧策勳 하물지주교책훈
하찮은 거미마저도 기교가 뛰어나거니
穿針樓上綺羅薰 천침루상기라훈
천침루 위에 펼친 비단은 향기롭겠네
由來乞巧女兒事 유래걸교녀아사
예로부터 재주 비는 건 여자의 일인데
笑殺宗元枉作文 소살종원왕작문
유종원이 걸교문 잘못 지은 게 우습구나
傍人休笑我家貧 방인휴소아가빈
주위 사람들 내 집 가난하다 비웃지 마소
腹已無書只曝裙 복이무서지폭군
뱃속에 책이 없어 치마만 쬐일 뿐이라네
老物平生堪守拙 노물평생감수졸
늙은 나도 평생을 서툴러도 잘 지냈는데
紛紛乞巧是何人 분분걸교시하인
분분하게 재주 비는 사람은 그 누구인가
※巧夕(교석) : 칠석을 달리 이른 말. 옛 풍속에 7월 칠석(七夕)이면 부녀자들이 견우와 직녀 두 별에게 길쌈과 바느질 솜씨가 늘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것을 걸교(乞巧)라 했던 데서, 나온 말이다.
※穿針樓(천침루) : 제 무제(齊武帝)가 층성관(層城觀)을 세워 해마다 칠석날이면 궁인(宮人)들이 여기에서 바느질을 하였으므로, 그 집을 천침루(穿針樓)라 이름하였다.
※乞巧文(걸교문) : 걸교문(乞巧文)은 당나라의 문장가인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문장 이름이다. 유종원이 일찍이 자신의 모신책(謀身策)의 졸렬함을 버리기 위한 뜻에서 걸교문을 지어 견우직녀에게 기원하였는데, 마침내 직녀가 와서 이르기를, ‘하늘이 한 번 명한 바이니, 중간에 운명을 바꿀 수 없다.’ 하자, 그 말을 들은 유종원이 스스로 말하기를, ‘종신토록 졸렬함을 지키다가, 그대로 죽은들 무엇을 상심하랴.〔抱拙終身 以死誰惕〕’ 하였다.
※曝裙(폭군) : 치마만 볕에 쬐인다는 말로 아주 빈곤한 생활을 비유한다. 진(晉)나라 때 완함(阮咸)의 고사에서 온 말이다. 당시 남쪽에 살던 완함은 빈곤했는데, 7월 7일에 북쪽의 부유한 완씨들이 좋은 비단옷들을 밖에 내다가 포쇄(暴曬)하자, 완함은 거친 베로 지은 쇠코잠방이〔犢鼻褌〕를 장대에 걸어 마당 가운데 내다가 포쇄했던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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