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豆粥 (두죽) - 李穡 (이색)

-수헌- 2022. 7. 24. 14:09

26일은 중복(中伏)인데, 복날에는 왜 구장(狗漿)이나 복죽(伏粥)을 먹었을까. 연중 더위가 가장 심한 복날인 경일(庚日)은 오행상 금(金)에 해당되는데, 삼복 기간은 화기(火氣)가 극히 왕성하기 때문에 화극금(火剋金)에 의하여 화(火)가 금(金)을 이기는 관계로 복날에 해당하는 경일[金]이 더위에 꼼짝 못 하고 엎드려 숨어 있는 날[伏]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구장(狗漿)의 재료인 개고기는 성질이 따뜻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뜨거운 개고기 국[狗漿]을 먹으면 개고기[火]가 복날[金]을 이기는 화극금(火剋金)이 성립한다고 생각했다.

복죽(伏粥)이란 붉은팥으로 만든 팥죽[豆粥]을 말하는데, 예전에는 통상 동짓날 먹는 팥죽을 복날에도 먹었다고 한다. 붉은팥의 적(赤)색이 바로 화(火)의 색인 관계로 역시 화극금(火剋金)이 성립된다고 하여, 복날 더위를 물리치기도 하고 붉은색은 악귀를 물리치기 때문에 복날의 시식이 되었다고 한다.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시 두죽(豆粥)에 복날 팥죽을 먹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 목은의 시처럼 팥죽에 꿀물을 타고 여기에다 얼음까지 더한다면 영락없이 요즘 즐기는 팥빙수와 같았으리라.

 

 

豆粥 두죽      李穡 이색    (牧隱集)

팥죽을 먹다.

 

火雲蒸日熾如焚 화운증일치여분

더운 구름 찌는 햇볕이 불같이 뜨거워서

瀋汗交流兩眼昏 심한교류량안혼

땀방울이 교대로 흘러 두 눈이 흐릿하네

直把豆湯消暑毒 직파두탕소서독

곧바로 팥죽으로 더위 독을 풀어 보아도

不如松下水流門 불여송하수류문

물 흐르는 집안 소나무 아래만 못하구나

 

禁宇沈沈暑氣微 금우침침서기미

깊고 조용한 대궐엔 더운 기운 적은데도

群臣侍立汗霑衣 군신시립한점의

시립한 신하들 옷은 땀에 흠뻑 젖는구나

豆湯翠鉢調崖蜜 두탕취발조애밀

푸른 사발 팥죽에다 꿀을 타서 마시니

便覺氷寒欲透肌 편각빙한욕투기

찬 기운이 몸에 침투함을 느낄 수 있네

 

借問僧窓似舊無 차문승창사구무

승방에 묻노니 맛이 예전 같지 않은가

當時豆粥軟如酥 당시두죽연여소

당시의 팥죽은 연유처럼 부드러웠는데

蓴羹羊酪嘗來遍 순갱양락상래편

순챗국과 양유를 두루 맛보아 왔지만

興味依然山澤癯 흥미의연산택구

산속의 은사에겐 여전히 구미가 당기네

 

※山澤癯(산택구) : 속세를 벗어나 은거하는 맑고 여윈 은사(隱士)를 뜻함.

 

 

팥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