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元旦 설날 아침

-수헌- 2022. 1. 27. 19:33

이제 며칠 후 2월 1일이면 음력 정월 초하루(1월 1일)로서 우리나라에서 추석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다. 설은 묵은해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설다', '낯설다'의 설에서 유래한 것이라 풀이하기도 하며, 예전에는 원단(元旦), 원일(元日), 원정(元正), 정단(正旦), 정일(正日), 정초(正初), 정조(正朝), 세단(歲旦), 세수(歲首), 세초(歲初), 수세(首歲)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었으나 하나같이 처음 또는 바르게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새해를 바르게 처음 맞이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옛날에는 묵은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제야(除夜)에 궤세(饋歲), 별세(別歲), 수세(守歲)하는 풍속도 있었고, 맞이하는 새해에는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무병(無病)을 기대하며 도소주를 마시거나 대문에 도부(桃符)를 붙이던 풍속도 있었다. 옛 시인들의 시에도 이러한 풍속이 잘 나타난다.

 

丁未元朝 정미원조     李崇仁 이숭인

정미년 정월 초하루 아침에

 

歲次無停畢 세차무정필

세월의 흐름은 그치지 않아서

人情易嘆吁 인정역탄우

사람의 정이 탄식으로 바뀌네

椒盤聞古頌 초반문고송

초반의 옛 노래를 들으면서

桃板覓新符 도판멱신부

도판에 쓸 새 부신을 찾는다

 

日照窮陰破 일조궁음파

햇빛 비쳐 궁벽한 곳은 사라지고

風吹萬態敷 풍취만태부

바람 불어 온갖 형태가 펴지는데

頭顱還似舊 두로환사구

내 머리는 옛날처럼 돌아가서

祗得飮屠蘇 지득음도소

다만 도소주만 가져다 마시네

 

椒盤(초반) : 초반(椒盤)은 산초 열매를 담은 소반이라는 뜻으로, 술에다 이 열매를 타서 새해의 술로 썼던 풍속이 있다. 진(晉) 나라 유진(劉蓁)이라는 사람의 아내가 설날에 초화송(椒花頌)을 지었다고 한다.

桃板(도판) : 중국에서 설날 같은 명절 아침에 마귀를 쫓으려고 문짝에 붙이던 조그마한 나뭇조각. 복숭아나무로 만들어 길하고 상서로운 글자를 적었다.

 

 

元旦  원단     徐居正  서거정

새해 첫날

 

四十是强仕 사십시강사

나이 사십에 처음 벼슬한다는데

今添又二春 금첨우이춘

지금은 두 살을 또 더 하는구나

屠蘇宜後飮 도소의후음

도소주는 당연히 뒤에 마시겠지만

老病已先人 노병이선인

이미 다른 사람보다 늙고 병들었네

 

身世何由健 신세하유건

신세는 어찌 늘 건강할 수만 있으며

生涯敢諱貧 생애감휘빈

생애에 가난을 감히 피할 수 있으리

殷勤一年事 은근일년사

정성을 다해 한 해를 전념하려 하니

梅柳亦精神 매류역정신

매화와 버드나무 또한 생기가 돋네

 

※强仕(강사) : 나이 마흔에 처음으로 벼슬을 하게 된다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 예기(禮記) 곡례편(曲禮篇)의 사십왈강이사(四十曰强而仕)에서 유래한 말이다.

※屠蘇酒(도소주) :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마시는 약주.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오래 산다고 믿었으며, 도소주는 나이 어린 사람부터 나이 많은 사람 순으로 마셨다고 한다.

 

 

元日有感 원일유감     梅溪 曺偉 매계 조위

설날의 감회

 

今朝天氣布陽和 금조천기포양화

오늘 아침 날씨가 햇살 화창하게 퍼지니

忽覺愁邊換歲華 홀각수변환세화

근심 속에 문득 한 해가 바뀜을 깨달았네

慘慘陰機收大地 참참원기수대지

암울하고 어두운 시기는 대지가 거두고

離離生意放枯槎 리리생의방고사

시들었던 생기는 마른 가지에 돋아나네

 

漸驚後飮屠蘇酒 점경후음도소주

도소주를 마신 뒤라 점점 어지러워서

不見新頒綵勝花 불견신반채승화

새로 내려주신 채승화도 보지 못했네

回首九閽魂夢遠 회수구혼혼몽원

궁궐을 회상하니 꿈속처럼 아득한데

春風先已到天涯 춘풍선이도천애

봄바람이 먼저 하늘가에 와닿는구나

 

※綵勝花(채승화) : 머리에 장식으로 꽂는 조화(造花). 옛날 임금이 입춘일(立春日)에 삼성(三省)의 관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다.

※回首(회수) : 머리(고개)를 돌리다. 돌이켜 보다. 회고하다. 회상하다.

※九閽(구혼) : 아홉 개의 궁문(宮門). 하늘에 있는 옥황상제의 궁궐을 뜻하나 여기서는 왕궁을 뜻함.

 

*조위(曺偉,1454~1503) : 조선 전기 도승지, 충청도 관찰사, 동지중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태허(太虛), 호는 매계(梅溪).

 

 

우포늪의 새해일출

 

 

 

 

'계절시(季節詩)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立春漢詩 (입춘한시)  (0) 2022.02.02
新年頌詩 신년송시  (0) 2022.01.30
守歲 除夜  (0) 2022.01.25
除夜 歲暮  (0) 2022.01.22
歲暮와除夜  (0) 202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