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十四

-수헌- 2021. 11. 3. 14:15

飮酒 음주 其十四      陶淵明 도연명

 

故人賞我趣 고인상아취

오랜 벗이 내 취미를 즐기려고

挈壺相與至 설호상여지

무리 지어 술병 들고 찾아왔네

班荊坐松下 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관목 깔고 앉아

數斟已復醉 수짐이부취

몇 잔 술 주고받으니 이내 취했네

父老雜亂言 부노잡난언

어지러이 떠드느라 어른들에게

觴酌失行次 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순서도 잊어버렸네

不覺知有我 불각지유아

취하여 나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데

安知物爲貴 안지물위귀

부귀와 명예 따위를 어찌 알겠나

悠悠迷所留 유유미소유

한가로이 변치 않고 빠져드니

酒中有深味 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뜻이 있구나

 

※班荊(반형) :옛 친구를 만난 기쁨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춘추시대 초(楚) 나라 오거(伍擧)가 채(蔡) 나라 성자(聲子)와 교류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우연히 정(鄭) 나라 교외에서 만나 형초(荊草)를 자리에 깔고 앉아서[班荊] 옛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春秋左傳》

 

 

和陶飮酒二十首 其十四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舜文久徂世 순문구조세

순임금과 문왕이 세상 뜬 지 오래되니

朝陽鳳不至 조양봉부지

아침 해가 떠도 봉새는 오지 않네

祥麟久已遠 상린구이원

상서로운 기린도 멀어진 지 이미 오래니

叔季如昏醉 숙계여혼취

말세가 되어 취한 듯이 어둡네

仰止洛與閩 앙지락여민

정자와 주자를 같이 우러러보니

群賢起鱗次 군현기린차

현인의 무리가 고기비늘처럼 일어났네

吾生晩且僻 오생만차벽

내 삶이 늙어가니 또한 궁벽해져서

獨昧修良貴 독매수량귀

홀로 새벽마다 양귀를 수양하지만

朝聞夕死可 조문석사가

아침에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此言誠有味 차언성유미

이 말씀이 진정으로 맛깔스럽네

 

※舜文(순문) : 순(舜) 임금과 주(周) 나라의 창건자인 무왕(武王)의 아버지 문왕(文王). 모두 유교에서 칭송하는 성군(聖君)이었다.

※叔季(숙계) : 말세, 몰락한 시기.

※洛,閩(락,민) : ‘정주학’의 중심인물인 정자(程子)와 주자(朱子)를 이르는 말. 정자(程子)로 추앙받는 정호(程顥)ㆍ정이(程頥)는 낙양(洛陽) 사람이고, 주자(朱子)는 민중(閩中) 사람인 데서 유래한다.

※良貴(양귀) : 본연(本然)의 선(善)을 말한다. 『맹자(孟子)』 「고자(告子)」에, “관작(官爵)은 인귀(人貴)이고, 덕은 본래 타고난 귀함[良貴]이다.”라고 하였다.

 

금강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