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浴佛日與諸客共賦 (욕불일여제객공부) - 金允植 (김윤식)

-수헌- 2026. 5. 20. 11:44

浴佛日與諸客共賦   욕불일여제객공부     金允植   김윤식  

욕불일에 여러 손님들과 함께 읊다

 

浴佛天晴步碧皐 욕불천청보벽고

욕불일에 하늘 맑아 푸른 언덕을 걷노라니

一竿火樹倚松濤 일간화수의송도

장대에 걸린 화수가 송도에 의지해 있구나

盤登萵苣軟包飯 반등와거연포반

소반에는 밥을 쌀 부드러운 상추가 오르고

觴泛杜鵑新釀醪 상범두견신양료

술잔에는 새로 빚은 진달래 술이 넘치네

節物異鄕傳舊俗 절물이향전구속

타향의 절기 음식은 옛 풍속대로 전해오고

風流今日屬吾曹 풍류금일속오조

오늘날의 풍류는 우리들의 차지이네

緬思京國繁華地 면사경국번화지

서울의 번화한 곳을 아득히 생각하니

千佛家家放白毫 천불가가방백호

집 집마다 천불이 백호광을 뿜어내네

<沔川人善釀杜鵑酒 면천인선양두견주

면천 사람들은 진달래술을 잘 빚는다.>

 

蕭然客橐似僧包 소연객탁사승포

나그네 전대는 승려의 바랑처럼 조촐하고

篋裏群書雜俎肴 협리군서잡조효

상자 속 책들은 잡다한 것들과 섞여 있네

衰貌不須醫獺髓 쇠모불수의달수

쇠약한 모습은 달수로 치료할 필요 없고

殘春無計續鸞膠 잔춘무계속난교

얼마 남지 않은 봄 난교로 이을 생각 없네

芥舟自泛能遊蟻 개주자범능유의

나뭇잎 배 물에 띄우면 개미도 놀 수 있고

匣劍深藏可斷蛟 갑검심장가단교

칼집 속 깊이 숨은 칼은 교룡도 벨 수 있네

憂患閱來方好道 우환열내방호도

우환을 겪으면서 바야흐로 도를 좋아하여

明窓點易靜觀爻 명창점역정관효

밝은 창에서 가만히 육효를 보며 점을 치네

 

※浴佛日(욕불일) : 부처님 오신 초파일 날을 말한다.

※火樹(화수) : 불꽃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나무 형태의 등불.

※松濤(송도) : 소나무가 바람에 물결처럼 흔들리는 모습.

※白毫(백호) : 백호(白毫)는 부처의 눈썹 사이 이마에 있는 나선형 혹은 원형 터럭이다. 상서로운 의미를 가지며 많은 불상에서 보석으로 표현되며, 끊임없이 광명을 발한다고 한다.

※雜俎肴(잡조효) : 도마 위의 음식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이것저것 섞어 만든 음식처럼, 잡다한 물건들을 의미한 듯하다.

※獺髓(달수) : 수달의 골수. 이것을 옥가루와 호박에 섞으면 주름살을 펴주는 약물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鸞膠(난교) : 전설 속 아교의 일종이다. 서해(西海)의 봉린주(鳳麟洲)에 선가(仙家)들이 봉황의 부리와 기린의 뿔을 달여서 고약을 만드는데, 궁노(弓弩)의 끊어진 줄을 이을 수 있다고 한다.

 

*金允植(김윤식, 1835~1922) : 조선 후기의 학자 정치가. 황실제도국총재, 강구회 회장, 흥사단 단장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순경(洵卿), 호는 운양(雲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