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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대마도에 이르다)

사명대사(四溟大師)가 부산을 떠나 며칠 만에 대마도에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마도에 도착하여 배에서 내리기 전에 원수의 집이란 것을 생각하고 분한 마음이 일어나 배안에서 시를 읊었다. 또한 대마도에서 치통으로 고생하며 지은 시와 객관에서의 회포를 읊은 시를 보면 사명대사의 고뇌와 고국에 대한 우국충절을 느낄 수 있다. 對馬島海岸浦舟中作 대마도해안포주중작 대마도 해안포에서 배안에서 짓다 咄咄書空坐不語 돌돌서공좌불어 허공에 대고(원 수놈 들을) 꾸짖고 말없이 앉았으니 暗風吹雨酒孤舟 암풍취우주고주 외로운 배에 암풍 불고 비를 뿌린다 十年生死關山月 십년생사관산월 생사 십 년에 관산에 달이 뜨니 萬里艱危鬼國秋 만리간위귀국추 만리 위태한 귀신 나라도 가을이로구나 炎海狂濤無日息 염해광도무일식 뜨거운 바다의 거친..

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부산에서대마도로)

사명대사(四溟大師)는 팔월에 배를 띄워 부산을 떠나 대마도로 간다 부산에서 할 일도 없이 한 달 이상을 기다리고 있다가 8월 20일에야 다대포(多大浦)에서 배로 떠난 것이다. 조정의 도움 없이 한 달여간 부산에 머물다가 바다를 건너가는 쓸쓸한 모습은 다음의 시로서 알 수 있다. 『釜山洋中留別太然長老』 『부산양중유별태연장로』 부산 바다에서 남아 있는 태연 장로와의 작별 秋海狂濤夜雨寒 추해광도야우한 가을 바다의 물결은 높고 밤비가 찬데 長因別離生熟惱 장인별리생숙뇌 언제나 이별로 인해 마음이 타는구나. 祝融峯前野鶴還 축융봉전야학환 축융봉 앞 들에는 학이 돌아가건마는 松雲獨在舟中老 송운독재주중로 송운은 늙어서도 배 안에 홀로 있구나. 關山月冷鬂如雪 관산월랭빈여설 관산에 달은 차고 수염은 눈처럼 흰데 世事艱危惜暮..

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부산에서)

사명대사(四溟大師)는 강화 사신으로 일본으로 가는데 그 행색이 일국의 외교사절의 행차가 아니라 일개 승려가 유랑하는 모양으로 초라하였다 한다. 사명대사는 부산에서 한 달 이상을 기다렸다가 대마도로 건너가게 되는데 이것도 조정의 도움 없이 직접 대마도로 연락하여 입도(入島)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에는 사명대사가 부산에서 대마도의 연락을 기다리며 고뇌하는 시를 몇 수 올린다. 『金海傳舍夜懷』 『김해읍내 전사에서의 밤의 회포』 旅次盆城府 여차분성부 여행 도중 분성부(金海)에 이르니 乾坤此地分 건곤차지분 하늘과 땅은 이곳에서 나눠지네 潮通百越海 조통백월해 조수는 바다를 백번 넘어 통하고 天接古陵雲 천접고릉운 옛 능의 구름은 하늘에 닿았구나 山月千秋白 산월천추백 산과 달은 천년 동안 희고 荷..

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한양출발)

1604년 2월 사명대사(四溟大師)는 스승인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열반하였다는 부음을 받고 묘향산으로 상례(喪禮)를 치르기 위해 떠났다가 선조(宣祖)임금의 급한 부름을 받고 한양으로 갔다가 일본으로 건너간다. 스승의 상례도 치르지 못하고 7월1일 서울을 떠나 이듬해 5월 돌아 올 때까지 8개월간 도쿠가와(德川家康)와의 담판으로 피로인(被虜人) 3,000여명을 데리고 올 때까지 조정의 무관심속에서도 고국의 장래와 회담에 대한 걱정으로 고심하였다. 이때 四溟大師의 심정을 담은 시가 많이 남아 있는데 사명대사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대사의 시를 감상해 본다. 『한양을 떠나 충북 단양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지은 밤의 회포』 丹陽郭外有高樓 단양곽외유고루 단양성 밖의 높은 누각에서 獨倚中天近斗牛 독의중천근두우 홀..

四溟大師-다정다한(多情多恨)의 인간면(3)

이번에는 四溟大師의 다정다한의 면을 잘 볼 수 있는 시 중 백발과 늙음을 주제로 한시 몇 수 올린다. 秋軒夜坐 추헌야좌 가을 밤 헌함에 앉아 獨坐無眠羈思長 독좌무면기사장 홀로 앉아 잠 못드는 나그네 시름도 많은데 數螢流影度西廊 수형류영도서랑 두어마리 반딧불이 서랑으로 날아간다 崇山月出秋天遠 숭산월출추천원 숭산에 달이 뜨니 가을 하늘은 멀고 一夜歸心鬓已霜 일야귀심빈이상 하루밤 돌아가고픈 마음에 귀밑머리 희어진다 新羅古館夜坐 신라고관야좌 신라 고관에서 밤에 앉아 秋深殘燭畫屏冷 추심잔촉화병랭 깊은 가을 꺼져가는 촛불 아래 병풍그림은 차고 夜色寥寥螢火飛 야색요요형화비 밤빛은 고요한데 반딧불이 날아오네 髪上流年空老大 발상류년공로대 귀밑 머리 위로 흐르는 세월에 공연히 늙었으니 此生堪笑又堪悲 차생감소우감비 이 삶이..

蓬萊 楊士彦-차운시(次韻詩)-2

次趙松江泂叔詠雪 차조송강형숙영설 송강 조형숙의을 차운하여 蓊雲陰宇內 옹운음우내 흐린 하늘에 구름 무성하더니 滕六灑風前 등륙쇄풍전 눈발이 바람 앞에 흩날리는데 點滴纔生地 점적재생지 한 점 두 점 겨우 땅에 떨어지더니 飜崩竟滿天 번붕경만천 거꾸로 무너져 하늘에 가득 차네 投林珠作樹 투림주작수 숲에 던져지면 나무가 진주 되고 經野玉爲田 경야옥위전 들을 지나면 옥구슬 밭이 되네 麋奕疑排拶 미혁의배찰 사슴은 핍박을 밀어내려 주저하며 空濛訝接聯 공몽아접련 큰물처럼 연이어 덥쳐 올까 의심하네 飄組光欲亂 표조광욕란 어지러이 날리며 크게 빛나고 騷屑細相牽 소설세상견 떠돌며 부서지고 서로 끌리면서도 皎潔元無累 교결원무루 원래 희고 깨끗하여 더럽지 않았고 光明本浩然 광명본호연 처음부터 빛나고 밝으며 호연하였네 清氷寒喜照 청..

四溟大師-다정다한(多情多恨)의 인간면(2)

지난 편에 이어 이번에는 四溟大師의 시중 이별과 그리움에 관한 시를 몇 수 올린다. 이러한 시에서 알 수 없는 바와 같이 사명대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민감한 정한(情恨)의 소유자이다. 이러한 사명대사의 평범한 인간면이 도리어 그 위대한 정신과 뛰어난 지략에 있어서 한층 더 우러러 보인다. 次許舍人韻 차허사인운 허 사인의 운을 따라 湖嶺誰傳驛使梅 호령수전역사매 호령에 누굴 보내 매화를 전하려고 病來空復暗書灰 병래공복암서회 병든 몸이 자꾸 글을 몰래 썼다 태운다 音容此日三淸遠 음용차일삼청원 음성과 얼굴이 요즘은 삼청과는 머니 消息何年一笑開 소식하년일소개 어느 해 소식 들어 한번 웃어볼거나 看月毎懷傾皂盖 간월매회경조개 달 볼 때마다 서로 만나던 일 그립고 倚樓長憶倒深杯 의루장억도심배 누각에 기대어 술마시던 일 ..

四溟大師-다정다한(多情多恨)의 인간면

사명대사(四溟大師)라 하면 선입감이 온갖 도술에 능통하고 인간을 초월한 신비스러운 존재인 양 생각해 온 사람이 많으나 결코 그러한 것은 아니다. 사명대사도 한 인간이며 한 승려로서 현실적이며 인간미가 풍부한 다정다한(多情多恨)하고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의 시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지은 시와 백발을 한탄한 시도 있고, 떠나가는 사람을 보내면서 인정을 못 잊어서 지은 시도 있다. 그중에서 고향을 그리는 시 몇 수를 소개한다 望鄉 망향 고향을 바라보면서 南國迢迢回雁絶 남국초초회안절 까마득한 남쪽나라 소식이 끊어지니 病中虛動故園情 병중허동고원정 병든 몸 헛되이 고향생각 일어 나네 雲埋楚峽客長望 운매초협객장망 구름 덮힌 험한 골짜기 나그네 멀리 바라보니 月墮江樓夢屢驚 월타강루몽루경 강 누각에 달 떨어지는..

蓬萊 楊士彦-차운시(次韻詩)

이번에는 蓬萊 楊士彦의 차운시를 한편 감상해 보고자 한다.차운시(次韻詩)란 다른 사람이 지은시의 운자를 그대로 따서 지은시를 말하는데 옛 시인 묵객들은 다른 이의 좋은 시구(詩句)를 보면 그 시의 운자로 자신만의 시를 짓기도 하였다. 이번에는 蓬萊公이 사촌 장경세(沙村 張經世)의 시를 차운한 시를 감상해 본다. 次沙村韻仍遣懷 차사촌운잉견회사촌의 시를 차운하여 회포를 풀다 十二韻 십이운 12운 雲水溪邊楊柳村 운수계변양류촌 구름과 물 흐르는 시냇가 양류촌桃花源入石屏門 도화원입석병문 병풍바위 문 들어가니 도화원일세 逐空不是亡秦客 축공부시망진객 헛됨 찾아 진나라 피한 객이 아니고離索頻招去楚魂 이색빈초거초혼 세속 떠난 초나라 혼 자주 불렀네豁莽早開松菊逕 활망조개송국경 이른 아침 풀을 베어 송국의 길을 열고引泉宵灌..

四溟大師-원객좌장야(遠客坐長夜)

사명대사의 친필시 遠客坐長夜(원객좌장야) 멀리서 온 나그네 밤 늦도록 앉았는데 雨聲孤寺秋(우성고사추) 가을 외로운 절에 빗소리 들리네. 請量東海水(청량동해수) 바라건데 동해바다 물을 모두 헤아려서 看取淺深愁(간취천심수) 내 근심과 얕고 깊음을 알아보라. 이 글씨는 사명대사의 친필로 1604년 일본으로 강화사절로 가던 중 대마도에서 도쿠가와(德川家康)와의 회담을 기다리면서 쓴 글씨로서 나라를 걱정하는 심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원래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이군옥(李群玉)의 시 ‘우야정장관(雨夜呈長官)’의 첫 구절이나 대사의 심정과도 잘 맞아 떨어져 이 글을 쓴 것 같다. 이 유묵은 재일동포 사학자 고 신기수(辛基秀·2002년 작고) 씨가 생전에 수집한 ‘신기수 컬렉션 ’(140여 점)중의 한 점으로써 현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