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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만난 서예작품-蘭亭序

2년 전 스페인을 여행할 때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식당에 들렸을 때 식당 벽면에 걸려 있는 대형 서예작품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식당은 테이블 수만 어림잡아 백여 개에 달하는 대형 뷔페식당으로 기억하는데 스페인에 한문 서예작품이 걸려있는 게 신기했었다. 그 작품들은 왕희지의 난정서(蘭亭序)', 모택동이 쓴 심원춘 설(沁園春 雪), 소동파의 시 적벽회고(赤壁懷古)의 세 가지였는데, 식당 주인이 중국계인지 아니면 중국 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걸어놓은 것인지는 모르나 서예와 한시를 공부하는 나로서는 머나먼 서역 스페인에서 내가 아는 서예작품들을 만난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왔는데 그간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그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난정서는 서예계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왕희지(王羲之;307~36..

여행 이야기 2021.01.10

宮詞(궁사) -李達

이번에는 손곡(蓀谷)이달(李達)의 궁사를 소개한다. 궁사(宫詞)란 중국시(中國詩)의 한 형태로서 궁정 내부의 비사(秘事)나 전해오는 이야기를 칠언 절구의 형태로 읊은 시를 말하는데 당나라의 왕건(王建)이 당현종(唐玄宗)의 궁정생활에 대해들은 것을 궁사 100수를 지은 것이 처음이라 한다. 출신의 한계로 벼슬도 못하고 평생을 시로 살아온 손곡(蓀谷)이 궁사(宮詞)를 쓴 사실이 매우 이채롭다. 宫詞1 궁사1 -李達(이달) 平明日出殿門開 평명일출전문개 해 뜨고 날 밝으니 대궐문 열리고 鳳扇雙行引上來 봉선쌍행인상래 봉선을 두 줄로 이끌고 올라오네 遙聽太儀宣詔語 요청태의선조어 태의관의 조칙이 멀리서 들려오고 罷朝新幸望春臺 파조신행망춘대 조회 마친 임금은 망춘대를 향하네. ※봉선(鳳扇) ; 조선 시대 임금이 거동할..

長信宮四時詞 -李達

이번에는 손곡 이달(蓀谷 李達)의 장신궁 사시사(長信宮四時詞)를 소개 한다. 사시사(四時詞)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습이나 풍경을 노래한 시인데, 특별히 장신궁(長信宮)의 사시 풍경을 노래한 것이 이채롭다. 장신궁(長信宮)은 중국 한나라의 궁전인데 장락궁(長樂宮) 안에 있었으며, 주로 태후(太后)가 살았다 한다. 전하여 태후가 거처하는 궁을 말하기도 하는데 손곡의 시에 권력에서 밀려나고 자식인 군왕도 잘 찾지 않는 쓸쓸한 모습의 사시(四時)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 長信宮四時詞1 장신궁사시사1 -李達(이달) 別院無人楊柳齊 별원무인양류제 별원엔 사람 없이 버드나무만 늘어졌고 早衙初散戟門西 조아초산극문서 극문 서쪽 이른 관아는 조용히 한가롭네 畫梁東角雙飛燕 화량동각쌍비연 들보 동쪽 모서리에 제비 한 쌍 ..

步虛詞(보허사) -李達(이달)

손곡 이달(蓀谷 李達)의 시 보허사를 소개 한다. 보허사(步虛詞)란 허공을 걷는 노래라는 뜻인데 원래 악부(樂府)의 악곡(樂曲) 이름이다. 주로 신선들에 대해 읊는데, 중국 양나라 때의 학자 유신(庾信)의 〈보허사〉가 유명하며, 우리나라의 문인들 가운데에는 이달(李達)과 허난설헌(許蘭雪軒)의 〈보허사〉가 유명하다. 步虛詞1 보허사1 -李達(이달) 三角峨峨鬢上綃 삼각아아빈상초 높다랗게 올린 머리 비단으로 묶었는데 散垂餘髮過纎腰 산수여발과섬요 남은 머리 드리우니 가는 허리 지나네. 須臾宴赴西王母 수유연부서왕모 잠깐 동안의 잔치를 서왕모에게 알리면 一曲鸞簫向碧霄 일곡란소향벽소 한 곡조 난소소리 푸른 하늘로 향하겠네. *西王母(서왕모) ; 중국 도교 신화에 나오는 불사(不死)의 여왕 신녀(神女)의 이름. 사람의..

徐居正 密陽十景 ― 第九景, 第十景

第九景 / 凝川漁艇 第九景 / 凝川漁艇 응천(凝川)의 고기잡이 배 凝川遠從銀漢來 응천원종은한래 응천이 멀리 은하수로부터 흘러 내려와 樓前綠染蒲萄醅 루전록염포도배 누각 앞을 포도주처럼 푸르게 물들였네 昨夜小雨漲半篙 작야소우창반고 어젯밤 작은 비에 상앗대 반쯤 물이 불어 漁册隨意沿流廻 어책수의연류회 고깃배 마음대로 물길 따라 맴돌아오네 桃花細浪鳜魚肥 도화세랑궐어비 도화수 잔잔한 물결에 쏘가리가 살쪄서 盤心繪縷紛雪飛 반심회루분설비 쟁반 위에 실처럼 날리는 눈송이 그림 같네 半酣鼓脚歌滄浪 반감고각가창랑 반쯤 취해 다리 두드리며 창랑가를 부르니 麟臺黃閣都不知 린대황각도불지 인대며 황각일랑 모두가 알 바 아니로다 ※ 응천(凝川); 밀양강의 옛 이름. 옛날 밀양을 별호로 응천이라 부르기도 했다. ※ 도화수(桃花水) ..

嶺南樓와 密陽 2020.11.21

徐居正 密陽十景 ― 第七景, 第八景

第七景 / 南浦送客 제칠경 / 남포송객 남포(南浦)에서 손을 보내다 朝來小雨潤如膏 조래소우윤여고 아침에 작은 비 내려 기름진 땅 적시니 官街碧柳細於繰 관가벽류세어조 관청 거리 푸른 버들 명주처럼 가느네 單童匹馬雙白瓶 단동필마쌍백병 말 한필에 술병 둘 아이 하나 데리고 送客直過南浦橋 송객직과남포교 손님 전송하러 곧장 남포 다리 지나네 人生聚散如浮雲 인생취산여부운 인생에 만나고 헤어짐은 뜬구름 같아서 富別貧別皆傷神 부별빈별개상신 부자나 빈자나 이별은 모두 마음 상하네 驪駒一曲歌而闌 려구일곡가이란 여구가 한 곡조에 이미 가로막혔는데 天長水遠愁殺人 천장수원수살인 하늘 넓고 물은 멀어 사람을 시름케 하네 ※남포(南浦) : 밀양시 남포동에 있었던 나루터. 옛날에는 이곳에서 배를 타고 낙동강 쪽으로 나아갔다. ※여구..

嶺南樓와 密陽 2020.11.19

徐居正 密陽十景 ― 第五景, 第六景

第五景 / 羅峴積雪 제오경 / 나현적설 나현(羅峴)에 쌓인 눈 紅雲黯黯濃潑黑 홍운암암농발흑 붉은 구름이 먹물 뿌린 듯 어두워지더니 雪片飛飛大於席 설편비비대어석 눈송이가 펄펄 날려 천지에 크게 깔리네 天地中間一清氣 천지중간일청기 천지 가운데가 온통 맑은 기운에 덮힌듯 無有一片纖靄隔 무유일편섬애격 한조각도 없이 실같은 아지랑이에 가렸네 由來三白瑞豊年 유래삼백서풍년 예로부터 삼백은 풍년의 길조라 하는데 家家白玉千頃田 가가백옥천경전 모든 집의 천 이랑 전토가 백옥 같구나 遺蝗入地已千尺 유황입지이천척 메뚜기는 이미 천 자 땅속에 들었을 테니 明年應取禾百廛 명년응취화백전 명년에는 응당 백전의 벼를 거두겠구나 ※ 나현(羅峴) : 마흘리 고개, 부북면 제대리 한골마을과 무안면 마흘리 백안마을로 넘어가는 고개, 일명 날..

嶺南樓와 密陽 2020.11.17

徐居正 密陽十景 ― 第三景, 第四景

第三景 / 栗島秋烟 율도추연 율도(栗島)의 가을 연기 樓前十里鸚鵡洲 루전십리앵무주 영남루 앞 십 리 거리의 앵무주에 栗花如雪香浮浮 율화여설향부부 눈 같은 밤꽃 향기가 물씬 풍기네 爨彙結子如繁星 찬휘결자여번성 수많은 별처럼 밤송이가 주렁주렁 달리니 秋來萬斛黃金收 추래만곡황금수 가을 되어 황금 같은 밤알 만곡을 거두네 樹杪拖白烟非烟 수초타백연비연 나무 끝에 희게 펼친 건 안개 아닌 연기라 萬家烟火遙相連 만가연화요상련 만가의 밥 짓는 연기 멀리 서로 이어졌네 大平氣象無人畫 대평기상무인화 태평 시대의 기상을 그릴 사람이 없으니 妙手我欲煩龍眠 묘수아욕번용면 솜씨 훌륭한 용면에게 그리게 하고 싶구나 ※ 율도(栗島) : 부북면 전사포리와 삼문동 사이에 있었던 밤이 많이 나던 섬인데, 밀양강 개량사업으로 사라졌다 ※ ..

嶺南樓와 密陽 2020.11.15

徐居正 密陽十景 ― 鈒浦漁燈

第二景 / 鈒浦漁燈(제이경 / 삽포어등) 삽포(鈒浦)의 고기잡이 등불 鈒浦朝來新水生(삽포조래신수생) 삽포에 아침이 와서 새 물이 솟아나니 碧空涵水秋夜清(벽공함수추야청) 가을밤 맑아서 푸른 하늘이 물에 잠겼네 疎林葉盡江無風(소림엽진강무풍) 낙엽 진 성긴 숲엔 강바람도 아니 불고 漁燈耿耿排明星(어등경경배명성) 고기잡이 등불 밝아 별빛도 밀어 내네 野老相喚喜欲顯(야로상환희욕현) 시골 노인들 기뻐하며 서로를 불러 今年魚足休論錢(금년어족휴론전) 금년 고기 풍족해 돈 걱정 없다 하네 白酒黃螯復相慰(백주황오부상위) 막걸리에 게 안주로 다시 서로 위로하며 孤舟夜泊蘆花邊(고주야박로화변) 외로운 배 갈대꽃 곁에서 밤을 새는구나 ※ 삽포(鈒浦); 지금의 부북면(府北面) 사포리(沙浦里) 일대, 전사포리와 후사포리로 구분된다.

嶺南樓와 密陽 2020.11.14

徐居正 密陽十景―牛嶺閑雲

요즘 각 지방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그 지역의 명소들을 골라 소개하면서 팔경(八景), 구경(九景)등의 명칭을 사용 홍보하고 있다. 밀양도 예외가 없어 요즘 소개되는 밀양 팔경(密陽八景)은 1경- 영남루 야경 2경- 시례 호박소 3경- 표충사 사계 4경- 월연정 풍경 5경- 위양못 이팝나무 6경- 만어사 운해 7경- 중난산 진달래 8경- 재약산 억새로 소개되고 있는데 조선 초기 학자이자 문신인 서거정(徐居正)이 쓴 밀양 십경(密陽十景)이라는 연작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조선시대 세종과 세조 때의 문신으로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이다. 6조(曹)의 판서를 두루 지내고, 대사헌(大司憲)과 대제학(大提學)을 거쳐 좌찬성(左贊成)에 이르렀고, 그의 명성..

嶺南樓와 密陽 202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