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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문시(回文詩)

가을장마 중에서도 언뜻 비가 개면 높고 푸른 하늘이 나타나는 것이 제법 가을을 느끼게 한다. 가을을 느끼며, 고려 때의 문신 이지심(李知深)의 감추회문(感秋回文)이란 시를 감상한다. 이 시는 제목에서 밝혔듯이 회문시(回文詩)의 형태로 되어있는데, 회문시란 시를 첫머리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어도 의미가 통하고 시법에도 어긋나지 않게 지은 한시를 말하며, 한자란 문자 체계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형태이다. 일종의 언어유희에 해당하지만 옛날 시인들은 즐겨 지었고 후대에 오면서 점차 사라졌다. 感秋回文 감추회문 李知深 이지심 가을을 느끼며 회문시를 짓다. 散暑知秋早 산서지추조 더위 흩어지고 이른 가을임을 알게 되니 悠悠稍感傷 유유초감상 걱정스레 아픈 마음이 조금씩 느껴지네 亂松靑蓋倒 난송청개도 어지러운 소..

東村十詠 - 동촌십영

東村十詠 동촌십영 - 蓬萊 楊士彦 동촌에서 열 수를 읊다 1. 靈谷賞春 영곡상춘 영곡의 봄을 감상하며 泠泠磵中水 령령간중수 계곡 시내 사이로 물은 흘러내리고 灼灼巖上花 작작암상화 낭떠러지 위에는 꽃이 활짝 피었네 城市亦春事 성시역춘사 성안 저자는 봄 일로 크게 바쁘니 風光此地多 풍광차지다 봄날 풍광은 이곳에도 많구나 2. 東臺翫月 동대완월 동대에서 달을 감상하며 萬里瑤臺鏡 만리요대경 만리에 뜬 요대의 거울이요 千秋白玉盤 천추백옥반 긴 세월 동안 흰 옥쟁반일세 不分盈臼藥 불분영구약 절구에 찬 약은 분명치 않은데 空照片心丹 공조편심단 공연히 단심 조각만 비추네 ※瑤臺(요대) : 신선이 사는 궁궐을 말함. ※盈臼藥(영구약) : 달 속의 옥토끼가 절구질하는 약으로 비유함. 3. 盤石賞秋 반석상추 반석에서 가을을..

秋霖(추림)- 가을장마

입추(立秋)가 지나고 처서(處暑)를 맞았는데, 난데없는 가을장마가 시작된단다. 이맘때 장마는 곡식이나 과일이 익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옛 시인들도 가을장마에 스산한 심정을 표현했다. 秋霖 추림 - 鄭道傳 정도전 가을장마 秋霖人自絶 추림인자절 가을장마에 사람 자취 절로 끊기니 柴戶不曾開 시호불증개 사립문도 일찍부터 열리지를 않네 籬落堆紅葉 이락퇴홍엽 울타리엔 붉은 잎이 떨어져 쌓이고 庭除長綠苔 정제장록태 뜨락 섬돌에는 푸른 이끼가 자랐네 鳥寒相並宿 조한상병숙 새들은 추워서 서로를 맞대고 자고 鴈濕遠飛來 안습원비래 멀리서 날아오는 기러기도 젖었네 寂寞悲吾道 적막비오도 내가 가는 길이 슬프고 적막하여 惟應泥酒杯 유응니주배 응당 술잔 속 진창에 빠져야겠네 秋夜雨中 추야우중 崔致遠 최치원 가을비 내리는 ..

百中節 백중절

음력 7월 15일은 백중절(百中節)이다. 올해는 8월 22일이고 다음날인 23일은 14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이기도 하다. 처서(處暑)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산소의 벌초를 하기도 한다. 백중(百中)절은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 이라고도 하며, 사당이나 조상의 묘에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세벌 논매기가 모두 끝난 후 고생한 머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머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사를 호미씻이라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민속놀이로 발전 전승(傳承)되어 오기도 한다. 유명한 백중절 민속놀이로 중요 무형문화재 제68호인 밀양 백중놀이가 있다. 백중의 다른 이름인 중원은 유가(儒家)가 아닌 도가(道家)에서 유래 하였고..

元德優松齋八詠 - 원덕우송재팔영

제목에서는 여덟 수를 읊다 [八詠]라고 하였는데 일곱 수만 전한다. 元德優松齋八詠 원덕우송재팔영 楊士彦 양사언 원덕우의 송재에서 여덟 수를 읊다 1. 栗亭觀稼 율정관가 율정에서 모심는 일을 구경하며 俯瞰如茨稼 부감여자가 굽어보니 띠 풀을 심어 놓은듯한데 雲屯十畝間 운둔십무간 구름이 열이랑 사이에 머물렀네 知君多美酒 지군다미주 좋은 술이 많은걸 그대는 아는가 終日對雲山 종일대운산 해지도록 구름과 산을 마주하세 2. 西崖採薇 서애채미 서쪽 기슭에서 고사리를 캐다 登崖於二子 등애어이자 백이숙제 따르려고 언덕에 올랐는데 天遠盍歸來 천원합귀래 하늘이 아득하여 돌아오지 않는가 西山近落日 서산근락일 서쪽 산에는 곧 해가 지려하는데 猶有舊採薇 유유구채미 아직도 예처럼 고사리 캐고 있네 ※二子(이자) : 두 사람의 성인..

七夕歌 칠석가

칠석(七夕)은 음력 7월 7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전승되는 설화에서 비롯된 날로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마귀와 까치들이 놓은 오작교에서 1년에 1번씩 만났다는 설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설화는 옥황상제가 오직 베 짜는 일만 열심히 하는 손녀 직녀(織女)를 역시 부지런히 일만 아는 견우(牽牛)에게 시집보냈는데, 혼인한 뒤부터 둘 다 게으름만 피우자 대로(大怒)하여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살게 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애태우면서 지내야 하는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안 까마귀와 까치들은 해마다 칠월칠석에 이들을 만나게 해 주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 다리[烏鵲橋;오작교]를 놓아 만나게 해 줬다는 얘기다. 북송(北宋) 시기의 관리이자 문학가인 張耒(장뢰,1054..

八竹詠 - 팔죽영

八竹詠(팔죽영) 여덟가지의 대를 읊다 - 蓬萊 楊士彦 枯. 筍. 新. 雨. 雙. 老. 叢. 風. 朴生光世 將朴詠八竹屛 求詩 書贈 고. 순. 신. 우. 쌍. 노. 총. 풍. 박생광세 장박영팔죽병 구시 서증 枯竹(고죽).筍竹(순죽).新竹(신죽).雨竹(우죽).雙竹(쌍죽).老竹(노죽)叢竹(총죽).風竹(풍죽)은 朴光世(박광세)가 여덟 가지 대를 그린 병풍을 읊고자 하여 시를 지어달라고 해서 써주었다. 1.枯竹 고죽 말라서 시든 대 亦知等一死 역지등일사 모두가 알듯이 누구나 한 번 죽지만 堅貞磨不滅 견정마불멸 굳은 절개는 갈아도 없어지지 않네 君看萬木春 군간만목춘 그대 봄에 수많은 나무를 보았겠지만 不換千霜骨 불환천상골 오랜 세월에 뼈만 남아도 바꾸지 않으리 2.筍 순 죽순 介六七筍嘉 개육칠순가 가느다란 예닐곱 죽..

氷淸玉潔 빙청옥결

藜口莧腸者 여구현장자 多氷淸玉潔 다빙청옥결 袞衣玉食者 곤의옥식자 甘婢膝奴顔 감비슬노안 蓋志以澹泊明 개지이담박명 而節從肥甘喪也 이절종비감상야 명아주를 먹고 비름으로 배 채우는 가난한 사람 중에도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 사람이 많지만,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은 종처럼 비굴하게 아첨함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개 지조는 담백함으로써 점차 밝아지고 절개란 부귀를 탐하면 잃고 마는 것이다. - 채근담(菜根譚) 중에서 -

나의 이야기 2021.08.09

立秋

입추(立秋)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인데, 아직 말복이 지나지 않아 더위는 물러가지 않았지만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지겨운 열대야는 조금 수그러든다. 농촌에서는 김매기도 거의 끝나고 조금 한가한 시기가 되어 다가올 가을 풍년을 기대하는 시기이다. 옛날 선비들은 가을을 맞아 풍년을 기대하는 시를 쓰기도 했지만 가을이 겨울로 가는 문턱임에 빠른 세월을 한탄하는 시도 많이 썼던 것 같다. 立秋 입추 李滉 이황 입추를 맞아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읊다 凉生暑退立秋逢 양생서퇴입추봉 입추를 맞아 찬 기운 일고 더위 물러나니 發穗東郊感稔農 발수동교감임농 동편들에 이삭이 패니 풍년농사 느껴지네 氣爽庭邊稀草蟪 기상정변희초혜 뜰 주변이 서늘해지니 쓰르라미 줄어들고 明月籬下亂寒蛩 명월리하난한공 달 밝은 울타리..

苦熱二十韻 고열이십운

올해 삼복(三伏)이 다 지나려면 아직 열흘 넘게 남아 이 무더위가 가실 줄을 모른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피서다운 피서도 못하고 이 무더위를 고스란히 견뎌야 할 것 같다. 조선 중기의 문신 계곡(谿谷) 張維(장유)는 이 지겨운 무더위를 이렇게 노래했다. 이 시는 칠언 배율시(七言 排律詩)로 이십운(二十韻)으로 되어 있는데 무더위를 실감 나게 잘 묘사하였고, 많은 고사(古事)를 인용하여 그의 넓은 학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張維(장유 ; 1587~1638)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이다. 1609년(광해군1) 증광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여 대사간·대사헌·대사성을 지냈다. 천문, 지리, 의술, 병서 등에 능통했고 이정구(李廷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