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 중에서도 언뜻 비가 개면 높고 푸른 하늘이 나타나는 것이 제법 가을을 느끼게 한다. 가을을 느끼며, 고려 때의 문신 이지심(李知深)의 감추회문(感秋回文)이란 시를 감상한다. 이 시는 제목에서 밝혔듯이 회문시(回文詩)의 형태로 되어있는데, 회문시란 시를 첫머리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어도 의미가 통하고 시법에도 어긋나지 않게 지은 한시를 말하며, 한자란 문자 체계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형태이다. 일종의 언어유희에 해당하지만 옛날 시인들은 즐겨 지었고 후대에 오면서 점차 사라졌다. 感秋回文 감추회문 李知深 이지심 가을을 느끼며 회문시를 짓다. 散暑知秋早 산서지추조 더위 흩어지고 이른 가을임을 알게 되니 悠悠稍感傷 유유초감상 걱정스레 아픈 마음이 조금씩 느껴지네 亂松靑蓋倒 난송청개도 어지러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