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19

秋分 추분

추분(秋分)은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들며, 이날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추분도 다른 24절기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절일(節日)로는 여기지는 않고, 다만 춘분과 더불어 밤낮의 길이가 같으므로 이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 같은 것을 의식하게 된다. 즉,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비로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옛날 시인들의 시에도 추분 즈음에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시들이 많이 보인다. 書寄尹梧陰別墅 서기윤오음별서 鄭惟吉 정유길 윤오음의 별장에 보내는 글 一年乾沒到秋分 일년건몰도추분 한 해가 헛되이 지나가서 추분이 되니 荷落寒塘菊吐芬 하락한당국토분 찬 못에 연꽃은 지고 국화 향기 풍긴다 聞道西隣足閑致 문도서린족한치 듣자니 서쪽 이웃이 넉넉하고 한가로..

秋夕 - 三峰 鄭道傳

秋夕 추석 三峰 鄭道傳 삼봉 정도전 팔월 한가위 歲歲仲秋月 세세중추월 해마다 한가위에 달이 뜨지만 今宵最可憐 금소최가련 오늘 밤 달이 가장 아름답구나 一天風露寂 일천풍로적 바람도 이슬도 고요한 하늘에 萬里海山連 만리해산연 만 리밖 산과 바다가 이어졌네 故鄕應同見 고향응동견 고향에서도 으레 같이 보리니 渾家想未眠 혼가상미면 온통 집 생각에 잠 못 이루네 誰知相憶意 수지상억의 서로 그리는 마음 그 누가 알리 兩地客茫然 양지객망연 나그네에게 양쪽이 까마득하네 中秋歌 乙卯 중추가 을묘 三峰 鄭道傳 삼봉 정도전 한가위 노래 을묘년 去年中秋玩月時 거년중추완월시 지난해 한가위에 달구경 할 때는 歌舞縱謔開華筵 가무종학개화연 잔치 벌여 노래하고 춤추며 즐겼었지 高堂簾卷夜如晝 고당렴권야여주 고당에 발 걷으니 밤이 낮인 듯..

한가위

곧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은 중추절, 가배, 가위, 한가위라고도 하며,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수확하는 시기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우리에게는 설과 함께 가장 큰 명절이다. 한가위가 언제부터 추석(秋夕)이란 이름으로 쓰였는지는 잘 모르나, 가을 저녁이란 뜻이니 연중 가장 날씨가 좋은 시기 보름날 저녁에 뜨는 달을 보며 지어진 이름인 듯하다. 예전에는 추석이면 귀성인파로 도로가 미어졌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옛 시인들의 시도 중추절에 객지에서 고향을 못가 그리워하는 시가 많이 보인다. 仲秋賞月 중추상월 金孝元 김효원 한가위 달을 감상하며 歲歲年年夜夜懸 세세녀년야야현 해마다 밤마다 뜨는 달이지만 仲秋三五最淸姸 중추삼오초정연 한가위 보름..

백로(白露)

백로(白露)는 처서와 추분 사이에 들며,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서 풀잎에 맑은 이슬이 맺힌다고 하여 백로(白露)라 하며, 이때부터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白露)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서,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또 백로 무렵이면 고된 여름 농사를 끝내고 추수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기도 하다. 羚角灣逢白露節 영각만봉백로절 金堉 김육 영각만에서 백로절을 맞다 白露驚寒節 백로경한절 백로가 되니 계절이 추울까 두려운데 舟中得氣先 주중득기선 배 안에서 찬 기운을 먼저 느낀다 遙憐天際月 요련천제월 저 멀리 하늘가에 뜬 아름다운 달은 光..

秋霖(추림)- 가을장마

입추(立秋)가 지나고 처서(處暑)를 맞았는데, 난데없는 가을장마가 시작된단다. 이맘때 장마는 곡식이나 과일이 익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옛 시인들도 가을장마에 스산한 심정을 표현했다. 秋霖 추림 - 鄭道傳 정도전 가을장마 秋霖人自絶 추림인자절 가을장마에 사람 자취 절로 끊기니 柴戶不曾開 시호불증개 사립문도 일찍부터 열리지를 않네 籬落堆紅葉 이락퇴홍엽 울타리엔 붉은 잎이 떨어져 쌓이고 庭除長綠苔 정제장록태 뜨락 섬돌에는 푸른 이끼가 자랐네 鳥寒相並宿 조한상병숙 새들은 추워서 서로를 맞대고 자고 鴈濕遠飛來 안습원비래 멀리서 날아오는 기러기도 젖었네 寂寞悲吾道 적막비오도 내가 가는 길이 슬프고 적막하여 惟應泥酒杯 유응니주배 응당 술잔 속 진창에 빠져야겠네 秋夜雨中 추야우중 崔致遠 최치원 가을비 내리는 ..

百中節 백중절

음력 7월 15일은 백중절(百中節)이다. 올해는 8월 22일이고 다음날인 23일은 14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이기도 하다. 처서(處暑)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산소의 벌초를 하기도 한다. 백중(百中)절은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 이라고도 하며, 사당이나 조상의 묘에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세벌 논매기가 모두 끝난 후 고생한 머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머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사를 호미씻이라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민속놀이로 발전 전승(傳承)되어 오기도 한다. 유명한 백중절 민속놀이로 중요 무형문화재 제68호인 밀양 백중놀이가 있다. 백중의 다른 이름인 중원은 유가(儒家)가 아닌 도가(道家)에서 유래 하였고..

七夕歌 칠석가

칠석(七夕)은 음력 7월 7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전승되는 설화에서 비롯된 날로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마귀와 까치들이 놓은 오작교에서 1년에 1번씩 만났다는 설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설화는 옥황상제가 오직 베 짜는 일만 열심히 하는 손녀 직녀(織女)를 역시 부지런히 일만 아는 견우(牽牛)에게 시집보냈는데, 혼인한 뒤부터 둘 다 게으름만 피우자 대로(大怒)하여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살게 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애태우면서 지내야 하는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안 까마귀와 까치들은 해마다 칠월칠석에 이들을 만나게 해 주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 다리[烏鵲橋;오작교]를 놓아 만나게 해 줬다는 얘기다. 북송(北宋) 시기의 관리이자 문학가인 張耒(장뢰,1054..

立秋

입추(立秋)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인데, 아직 말복이 지나지 않아 더위는 물러가지 않았지만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지겨운 열대야는 조금 수그러든다. 농촌에서는 김매기도 거의 끝나고 조금 한가한 시기가 되어 다가올 가을 풍년을 기대하는 시기이다. 옛날 선비들은 가을을 맞아 풍년을 기대하는 시를 쓰기도 했지만 가을이 겨울로 가는 문턱임에 빠른 세월을 한탄하는 시도 많이 썼던 것 같다. 立秋 입추 李滉 이황 입추를 맞아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읊다 凉生暑退立秋逢 양생서퇴입추봉 입추를 맞아 찬 기운 일고 더위 물러나니 發穗東郊感稔農 발수동교감임농 동편들에 이삭이 패니 풍년농사 느껴지네 氣爽庭邊稀草蟪 기상정변희초혜 뜰 주변이 서늘해지니 쓰르라미 줄어들고 明月籬下亂寒蛩 명월리하난한공 달 밝은 울타리..

苦熱二十韻 고열이십운

올해 삼복(三伏)이 다 지나려면 아직 열흘 넘게 남아 이 무더위가 가실 줄을 모른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피서다운 피서도 못하고 이 무더위를 고스란히 견뎌야 할 것 같다. 조선 중기의 문신 계곡(谿谷) 張維(장유)는 이 지겨운 무더위를 이렇게 노래했다. 이 시는 칠언 배율시(七言 排律詩)로 이십운(二十韻)으로 되어 있는데 무더위를 실감 나게 잘 묘사하였고, 많은 고사(古事)를 인용하여 그의 넓은 학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張維(장유 ; 1587~1638)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이다. 1609년(광해군1) 증광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여 대사간·대사헌·대사성을 지냈다. 천문, 지리, 의술, 병서 등에 능통했고 이정구(李廷龜..

또다른 무더위 피서법

삼복더위가 한창이라 무더위는 더욱 기승이다. 옛 선비들은 다산(茶山)의 소서팔사처럼 활쏘기, 시 짓기, 바둑 두기 같은 신선놀음으로만 여름 더위를 떨친 것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체면이 소중한 사대부라도 더위엔 훌렁 벗고 나체로 더위를 식히거나, 계곡 속으로 피서를 가거나, 그도 아니면 어디 올해만 더운가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더위에 적응함도 좋을 것이다. 裸體 나체 蔡濟恭 채제공 裸體臥疎牖 나체와소유 훌렁 벗고 트인 들창 아래 누우니 微凉生簟席 미량생점석 대자리에 조금 서늘한 기운 일어나네 迢迢不成夢 초초불성몽 기나긴 날 아련히 꿈 못 이루는데 葉上雨時滴 엽상우시적 잎사귀 위에 때마침 빗방울 떨어지네 蔡濟恭(채제공.1720∼1799) ; 조선 정조 때의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