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觀漲 (관창) - 蔡濟恭 (채제공)

-수헌- 2025. 7. 19. 10:39

觀漲   관창     蔡濟恭   채제공

불어난 물을 구경하다

 

風雷合沓晝轟驅 풍뢰합답주굉구

한낮에 비바람에 요란한 우레까지 몰아쳐서

百谷揚濤萬象孤 백곡양도만상고

골짜기마다 물이 넘쳐 만상이 고립되었구나

天地排張太陰國 천지배장태음국

나라의 온 천지에 시커먼 먹구름이 뒤덮이고

魚龍騷屑漢陽都 어룡소설한양도

한양 도성에는 물고기와 용이 요란스럽구나

山浮夏禹斤何用 산부하우근하용

산이 물에 잠겨 우 임금의 도끼 어디다 쓰며

筆小莊周膽欲無 필소장주담욕무

글재주 작은 장주는 간담이 떨어질 듯하구나

笑爾芥舟人界上 소이개주인계상

인간 세상의 티끌 배를 탄 그대가 우스우니

恩讎幾許在名途 은수기허재명도

벼슬살이하면서 은원을 갚을 일 얼마나 될까

 

其二

洪流無處覓郊原 홍류무처멱교원

홍수가 져서 들과 언덕은 찾아볼 수가 없고

凌厲乾端水氣飜 능려건단수기번

하늘 끝까지 뒤집은 물기운을 당할 수 없네

溪口可能禁舴艋 계구가능금책맹

작은 배는 골짜기 어귀까지 밀려 들어오고

籬根猶許擊鵬鵾 이근유허격붕곤

울 밑에서는 큰 붕새가 날개를 치려고 하네

吾王丙枕應難睡 오왕병침응난수

우리 임금 침수에 들어 잠 못 이루실 텐데

故老丁年與共論 고로정년여공론

노인들은 정해년 홍수와 같다고 이야기하네

蠻觸是非無日了 만촉시비무일료

만 촉 국의 시비는 끝날 날이 없으니

乘桴吾欲蛻塵喧 승부오욕태진훤

뗏목 타고 시끄러운 먼지 세상 떠나야겠네

<人言古有丁亥之漲 亦猶是云 인언고유정해지창 역유시운

사람들이 ‘정해년(1707, 숙종 33년)의 홍수가 이번 홍수와 같았다.’라고 한다.>

 

※山浮夏禹斤何用(산부하우근하용) : 불어난 물로 산이 물 가운데에 떠 있는 형국이라 우(禹) 임금처럼 치수에 뛰어난 사람이라도 홍수를 다스릴 재간이 없다는 말이다. 요(堯) 임금 때 9년 동안 장마가 계속되자 우(禹) 임금에게 홍수를 다스리도록 명하였는데, 우(禹) 임금이 자연적인 형세에 따라 치산치수(治山治水)하여 홍수를 막고 백성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筆小莊周膽欲無(필소장주담욕무) : 장주(莊周)는 전국(戰國) 시대의 사상가로, 도가의 대표적인 인물인 장자(莊子)를 말한다. 장주가 가을에 홍수가 나서 황하에 물이 넘치는 것을 가지고 장자(莊子) 추수(秋水) 편을 지었는데, 장주(莊周)의 필력으로도 거대한 홍수 물결을 묘사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丙枕(병침) : 예전에, 임금이 침소에 들던 일. 또는 그 시각을 이르던 말. 하룻밤을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의 오야(五夜)로 나눌 때 임금이 병야(丙夜)에 취침한 데서 연유된 말이다.

※蠻觸是非(만촉시비) : 티끌만 한 세상에서 찰나의 삶을 살면서 서로 다툴 일이 무엇이냐는 의미이다. 장자(莊子) 칙양편(則陽篇)에서 전국시대(戰國時代) 위(魏) 나라 혜왕(惠王)과 제(齊) 나라 위왕(威王)이 서로 다툴 때, 대진인(戴晉人)이 달팽이 왼쪽 촉각 위의 촉국(觸國)과, 오른쪽 촉각 위의 만국(蠻國)의 싸움에 비유하며 싸움을 말렸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채제공(蔡濟恭, 1720~1799 ) : 조선 후기 영조(英祖) 정조(正祖) 때 강화유수,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번옹(樊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