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古風(오언고풍)

白雲山 (백운산) 外

-수헌- 2025. 1. 28. 14:48

白雲山 백운산  

在永平東 淸幽奇秀 白石淸泉 丹楓翠栢 擁掩崖岸 杜鵑羊躑 夾映岩谷 周山百里 愈入愈佳 異鳥飛鳴 玉磵玲瓏 顧眄終日 左右逢奇 吟潔塵懷 忽焉忘機 眞仙界也

재영평동 청유기수 백석청천 단풍취백 옹엄애안 두견양척 협영암곡 주산백리 유입유가 이조비명 옥간영롱 고면종일 좌우봉기 음결진회 홀언망기 진선계야

영평의 동 쪽에 있다. 맑고 그윽하며 기이하게 아름답고, 흰 바위에서 맑은 샘이 솟는다. 푸른 나무에 든 단풍이 언덕 기슭을 안아 가리고, 진달래와 철쭉이 바위 골짜기를 뒤덮는다. 산 주위 백 리의 더욱 좋은 곳에 더 들어가면, 기이한 새가 울며 날고 시냇물의 옥 소리 영롱한데 종일 곁눈질로 돌아보니 좌우의 봉우리는 기이하여 맑아진 묵은 회포를 노래하게 되네. 홀연히 기심을 잊게 되니 여기가 신선 세계로구나.

 

空外一翠屛 공외일취병

하늘 밖의 푸른 병풍은 하나같이

玲瓏天地間 영롱천지간

천지 사이에서 영롱하기만 한데

光影遞隱見 광영체은현

광영이 번갈아 숨었다 나타나서

似欲誇人寰 사욕과인환

인간 세상에 자랑하려 하는구나

山自不改容 산자불개용

산은 스스로 모습 바꾸지 않는데

雲胡紛往還 운호분왕환

구름은 어찌 어지러이 오고 가나

匪雲山不奇 비운산불기

구름 아니면 산이 기이하지 않고

匪山雲不閑 비산운불한

산 아니면 구름도 한가하지 않네

所以雲與山 소이운여산

그러므로 산과 더불어 구름이

相隨多好顔 상수다호안

서로 좇으니 좋은 경관이 많구나

寄語赤松子 기어적송자

적송자에게 말을 전하노니

勿掩松桂關 물엄송계관

송계의 관문을 닫지 마시게

 

※松桂(송계) : 산수 경관이 빼어난 곳을 말한다. 한유(韓愈)의 시 현재독서(縣齋讀書)에 ‘산수 빼어난 고을의 수령으로 나가, 솔과 계수 숲에서 글을 읽네. [出宰山水縣, 讀書松桂林.]’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次遺響遠別 寄淸虛道眼   차유향원별 기청허도안

멀리 떨어져 유풍을 이으며, 청허의 도안에 부치다.

 

落落淸虛老 낙락청허로  

크게 호방하신 청허 노사께서

東歸苦不早 동귀고불조

동으로 늦게 오시니 괴롭구나

禪誰爾共參 선수이공참

그대와 함께 참선을 하는 누군가

山不我同好 산불아동호

나 아닌 산을 함께 좋아하는구나

金剛無毁滅 금강무훼멸

금강산은 헐거나 없앨 수가 없고

滄海無枯槁 창해무고고

푸른 바다는 말라 없어지지 않으니

佳期莫逡巡 가기막준순

아름다운 기약을 머뭇거리지 말고

先路來吾道 선로래오도

나를 인도하러 예전 온 길로 오시면

岩扉桂花發 암비계화발

바위 문에 계수나무 꽃이 피어나고

風月永相保 풍월영상보

바람과 달이 서로 길이 지켜주리라

 

※淸虛道眼(청허도안) : 청허(淸虛)는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의 호(號)이고, 도안(道眼)은 진리를 분명하게 가려내는 눈이라는 의미이다.

※岩扉(암비) : 산문(山門)과 같은 말로, 은사(隱士)의 거처를 뜻한다.

 

 

 

有人投詩求眞訣 次其韻贈之  유인투시구진결 차기운증지

어떤 사람이 시를 주며 참된 비결을 구하기에 그 운을 차운하여 주었다.

 

三萬六千日 삼만육천일

인생 백년 삼만 육천 날 동안을

大運一朝暮 대운일조모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이 좋았네

納納穹壤間 납납궁양간

하늘과 땅 사이는 넓고도 넓고

含靈總肝腑 함령총간부

함령이 마음을 다스린다 하여도

長生不可獨 장생불가독

혼자서는 오래 살 수가 없으니

眞訣爲君露 진결위군로

진결이 그대 위해 나타나는구나

姹女媾金翁 차녀구김옹

예쁜 여인이 김옹과 혼인을 하여

夫婦忽同路 부부홀동로

돌연 부부 되어 같은 길을 가며

臨爐火力白 임로화력백

화로에 임하니 화력이 빛나고

怫怫蒸春霧 불불증춘무

증기가 봄 안개처럼 끓어오르네

男子也懷胎 남자야회태

남자라면 회포를 품어야 하는데

花開北地樹 화개북지수

북녘땅 나무에도 꽃이 피게 하며

十二萬千年 십이만천년

십이만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長醉西家酟 장취서가첨

서가에 섞이어 오랫동안 취해 있네

 

※含靈(함령) :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사람 인간 중생을 의미한다.

※肝腑(간부) : 마음. 동양에서는 간과 폐에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西家(서가) : 동가식 서가숙(東家食 西家宿)에서 온 말로, 인데, ‘동쪽 집에서 밥 먹고 서쪽 집에서 잠잔다는 뜻’으로,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냄’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나중에 ‘자기의 잇속을 차리기 위하여 지조 없이 여기저기 빌붙어 사는 행태를 말하는 것’으로 뜻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