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古風(오언고풍)

靑溪懷足也 寄漢城 (청계회족야 기한성) 外

-수헌- 2025. 1. 28. 14:34

靑溪懷足也 寄漢城   청계회족야 기한성  

청계의 회포가 넉넉하여 한성에 부치다.

 

離君有暮春 이군유모춘

저무는 봄에 그대를 떠나 있으니

不言如桃李 불언여도리

복숭아나 자두를 말하지 않아도

魂隨白雲山 혼수백운산

마음은 흰 구름 뜬 산을 따르고

目送靑溪水 목송청계수

눈은 푸른 시냇물을 보내는구나

三百六十釣 삼백육십조

일 년 삼백육십일을 낚시를 하러

東西南北裏 동서남북리

동서남북 여러 곳을 돌아 다니다

鈎登海六鰲 구등해육오

바다에 들어가 육오를 찾아내니

餘喙東州里 여훼동주리

동주 고을에는 괴로움이 넘치네

壯觀不同賞 장관부동상

웅장한 경관을 함께 즐기지 못하고

淸宵無共被 청소무공피

맑은 밤 이불 함께 덮을 이 없는데

大火急西流 대화급서류

대화는 급격히 서쪽으로 흘러가고

新蟬嘶古樹 신선시고수

고목에는 새로이 매미가 우는구나

奇峯聳主闕 기봉용주궐

기이한 봉우리가 주궐에 우뚝 섰고

霞綺霾金地 하기매금지

비단 노을 진 금지가 어둑해져서

寂寞還寂寞 적막환적막

쓸쓸히 뒤돌아보니 더욱 쓸쓸하고

相思重相思 상사중상사

서로 사모하니 더욱 그리워지네

桂綠歇春榮 계록헐춘영

계수나무 푸르니 봄꽃이 시들고

瑤芳迫秋悴 요방박추췌

아름다운 꽃도 가을 되니 시드네

惠好歸去來 혜호귀거래

좋아하는 사람들도 돌아 갔으니

天台訪松子 천태방송자

천태산의 적송자를 찾아가야겠네

 

※不言如桃李(불언여도리) :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에서 온 말로, 복숭아와 자두는 꽃이 아름답고 열매도 맛있어 찾아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오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 아래에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 덕망(德望) 있는 사람에게는 주변에 따르는 사람들이 절로 모인다는 의미이다.

※大火急西流(대화급서류) : 대화(大火)는 이십팔수의 다섯째 별자리에 있는 별들인 대화성(大火星), 즉 심성(心星)을 말하는 것으로 음력 칠월이 되면 그 별이 서쪽으로 흐른다고 한다. 즉 가을이 온다는 의미이다. 시경(詩經) 빈풍(豳風) 칠월편(七月篇)에 칠월유화(七月流火)라는 구절이 있다.

※金地(금지) : 불사(佛寺)가 자리한 정결한 지역에는 대지가 온통 황금으로 되어 있다는 설화에서 온 말로, 사원을 가리킨다. 금전(金田)이라고도 한다.

※天台訪松子(천태방송자) : 천태(天台)는 중국의 절강성(浙江省) 영해현(寧海縣)에 있는 천태산(天台山)을 말하는데, 신선이 산다고 한다. 송자(松子)는 상고 시대의 신선인 적송자(赤松子)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단순히 신선이라는 의미이다.

 

 

作松屐 戱書   작송극 희서  

소나무 나막신을 만들다. 장난으로 쓰다.

 

我多謝公山 아다사공산

내가 사공산에 많이 올라갔어도

而無謝公屐 이무사공극

사공의 나막신은 볼 수 없었네

雪鋸運風斤 설거운풍근

시원한 톱질과 날렵한 도끼질을

中斷後凋木 중단후조목

중단한 뒤에 나무가 시들었고

準平前後齒 준평전후치

앞뒤로 평평하게 벌려져 있던

雲走西南嶽 운주서남악

구름이 서남쪽 산으로 달려가네

兩足垂靑冥 양족수청명

푸른 하늘에 두 발을 드리우고

迢迢訪黃石 초초방황석

아득히 멀리 황석공을 찾아가서

明朝朝玉京 명조조옥경

내일 아침 옥경에서 알현하고

笑殺王喬舃 소살왕교석

왕교의 신발에 대해 웃어주리라

 

※謝公山(사공산) : 남북조시대 남제(南齊)의 시인 사조(謝眺)가 선성태수(宣城太守)로 있을 때 산 앞쪽에 높은 누대(樓臺)를 짓고 경치를 감상하여 산 이름을 사공산(謝公山)이라 부르게 되었다.

※謝公屐(사공극) : 중국 남북조시대 송나라의 시인 사령운(謝靈運)의 나막신. 사령운은 집안이 부유하여 항상 수백 명의 문생과 시종들을 이끌고 명산대천을 찾아가 노닐었다. 사령운이 산을 유람할 때 산에 오를 때는 나막신의 앞굽을 빼고, 내려올 때는 뒷굽을 뺐다는 ‘사공극(謝公屐)’의 고사가 있다. 이 구절은 앞 구절 사공산(謝公山)의 고사와 연관은 없으나 제목에서와 같이 사공(謝公)이라는 공통점을 장난으로 연결하여 표현하였다.

※雪鋸運風斤(설거운풍근) : 설거(雪鋸)는 시원스러운 톱질을 말하고, 風斤(풍근)은 바람 소리 나는 도끼질이라는 뜻이다. 춘추 시대 초(楚) 나라 서울 영(郢) 땅의 사람이 백토를 코끝에 매미 날개만큼 엷게 바르고 장석(匠石)이라는 목수에게 깎으라 하니, 장석(匠石)이 바람 소리를 내며 도끼를 휘둘러 백토만을 깎고 코는 상하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黃石(황석) : 중국 진(秦) 나라 말의 도사(道士)이자 병법가(兵法家). 장량(張良)에게 병서(兵書)를 전해 주었다는 노인으로, 장량(張良)은 이 병서를 읽고서 한나라 고조의 천하 통일을 도왔다고 한다.

※玉京(옥경) : 하늘 위 옥황상제가 산다는 가상의 서울.

※王喬舃(왕교석) : 신선들이 신는 신발. 후한(後漢) 때 섭현령(葉縣令) 왕교(王喬)가 조회를 올 때마다 거기(車騎)도 없이 빨리 오므로, 이상하게 여긴 임금이 사람을 시켜 확인하였는데 그가 올 때마다 오리 두 마리가 날아와서 그물로 잡고 보니 신발 한 짝이 걸려 있더라는 고사에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