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古風(오언고풍)

挽洪應嚮 註見上 (만홍응향 주견상)

-수헌- 2025. 1. 28. 13:51

挽洪應嚮 註見上 만홍응향 주견상 

홍응향을 애도하며

 

天也喪聰明 천야상총명

하늘이 총명함을 잃었는가

神乎亡正直 신호망정직

귀신이 정직함을 잃었는가

孝子竟誰勞 효자경수로

누가 효도를 끝내게 했는지

長年先夭折 장년선요절

장년이 안 되어 요절했구나

 

憶昨葬靈根 억작장영근

예전 할아버지 장례를 생각해도

攀呼哀不及 반호애불급

슬퍼서 반호함이 미치지 못하고

糜粥不入口 미죽불입구

죽마저도 입에 들어가지 않으니

枯柴消毁骨 고시소훼골

몸이 상하여 장작처럼 말랐구나

 

慈母執我手 자모집아수

어머니께서는 나의 손을 붙잡고

泣向天求活 읍향천구활

하늘 향해 울며 생존을 빌었는데

豈不念母恩 기불념모은

어머니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없어

我哀終不極 아애종부극

끝없는 슬픔을 그치지 못하겠네

 

慘慘風樹聲 참참풍수성

나무에 부는 바람 소리 애처롭고

不聞皐魚哭 불문고어곡

고어의 곡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兄嗟季殞絶 형차계운절

형과 아우는 탄식하다 혼절하고

姊呼妹痛怛 자호매통달

자매는 애통하게 부르짖는구나

 

願見先大人 원견선대인

돌아가신 부친을 뵙기를 원하여

願從玄宮夕 원종현궁석

저녁에 현궁에 따라가길 원하나

玄宮曉無日 현궁효무일

현궁에 새벽부터 해가 뜨지 않고

墳上草已綠 분상초이록

무덤 위에는 이미 풀만 푸르네

 

吾欲復子魂 오욕부자혼

그대의 혼령을 돌아오게 하려고

楚些招不得 초사초부득

초사로써 불러도 돌아오지 않고

吾欲洗子冤 오욕세자원

그대의 원통함을 씻어 주려 해도

江河汙不雪 강하오불설

강물이 더러워서 씻을 수 없구나

 

千載作九原 천재작구원

구천으로 떠난 지 천 년이 되어도

永錫興仁國 영석흥인국

인이 흥한 나라를 길이 주었으니

奈看屋樑月 나간옥량월

용마루에 가득한 달빛은 어찌 보며

不忍山陽笛 불인산양적

산양의 피리 소리 견딜 수 없구나

 

※長年(장년) : 노년은 아니나 나이가 든 사람을 말한다.

※靈根(영근) : 돌아가신 할아버지[祖考] 또는 조상을 비유한 말이다.

※攀呼(반호) : 부여잡고 소리높여 우는[號泣] 것.

※皐魚哭(고어곡) : 고어(皐魚)는 중국 초(楚)나라의 효자이다. 고어(皐魚)가 어버이가 돌아가시자, ‘나무는 조용히 하려 해도 바람이 멈춰 주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려 해도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라고 슬퍼하며 곡(哭)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따라서 고어곡(皐魚哭)은 부모상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玄宮(현궁) : 예전에, 임금의 관을 묻는 구덩이 속을 이르던 말이나, 여기서는 단순히 무덤 속을 말한다.

※楚些(초사) : 초사(楚辭) 중 초혼(招魂)의 구.

※九原(구원) : 사람이 죽은 뒤 그 영혼이 가서 산다는 세상

※屋樑月(옥량월) : 벗을 그리는 간절한 정을 말한다. 당나라 두보(杜甫)의 시 몽이백(夢李白)에, ‘지는 달빛이 용마루에 가득하니, 그대 낯빛인가 의심하게 되네. 〔落月滿屋樑 猶疑照顔色〕’라고 한 것에서 유래한다.

※山陽笛(산양적) : 산양은 진(晉) 나라 때 혜강(嵇康), 상수(向秀) 등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노닐던 곳인데, 혜강이 죽은 뒤에 상수가 그의 구택(舊宅)을 지나다가 이웃 사람이 부는 피리 소리를 듣고 혜강과 서로 즐겨 노닐던 옛날을 추억하며 사구부(思舊賦)를 지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죽은 사람을 그리는 뜻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