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古風(오언고풍)

浩然亭八詠 (호연정팔영)

-수헌- 2025. 1. 28. 12:35

浩然亭八詠   호연정팔영  

호연정의 여덟 풍경을 읊다.

 

善名忽在玆 선명홀재자

좋은 명승이 돌연 여기 있어서

高山吾可仰 고산오가앙

높은 산을 우러러볼 수 있으니

驚湍屹砥柱 경단흘지주

급한 여울에 우뚝 선 지주처럼

險絶奇愈壯 험절기유장

험절하고 웅장함이 뛰어나구나

彼逝者不息 피서자불식

떠나는 저 사람은 쉬지 않으니

日月眞蝄蜽 일월진망량

해와 달도 진정 도깨비로구나

霞䳱際遠天 하목제원천

먼 하늘가 노을에 따오기 나니

盪然襟懷暢 탕연금회창

가슴속 회포가 씻겨 누그러져서

放歌楓樹林 방가풍수림

단풍나무 숲에서 노래를 부르며

庶幾稱夙尙 서기칭숙상

일찍부터 몇 번이나 칭송받았나

<右三聖晩秋 우삼성만추

위는 삼성의 늦가을이다>

 

※砥柱(지주) : 지주(砥柱)는 지주중류(砥柱中流)로 황하(黃河) 가운데 우뚝 솟은 돌산이란 뜻인데, 지절(志節)이 뛰어남을 비유한다.

 

白日駃靑空 백일결청공

밝은 해가 푸른 하늘을 내달려서

芳歲歇瑤草 방세헐요초

꽃다운 세월의 요초도 시들었네

嬌桃謝瓊蘂 교도사경예

아리따운 복숭아와 꽃도 물리치니

醁酒知我老 녹주지아로

좋은 술도 내가 늙는 줄 아는구나

愁陽感大運 수양감대운

대운을 느껴도 봄날 걱정을 하며

惜暮傷鬱抱 석모상울포

늙어 울적한 마음 들어 안타깝네

流年不可住 유년불가주

흘러가는 세월 멈추게 할 수 없고

榮悴自羲昊 영췌자희호

희호 때부터 번성하고 쇄락했으니

且上蓮葉舟 차상연엽주

장차 연잎 배 위에 올라 타고서

滄溟問三島 창명문삼도

큰 바다에서 삼도를 찾아가야지

<右花山春暮 우화산춘모

위는 늦은 봄 산의 꽃이다>

 

※芳歲(방세) :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한창 젊고 건강한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羲昊(희호) : 고대 전설상의 제왕인 복희씨(伏羲氏)와 소호씨(少昊氏)의 시대를 말한다.

※蓮葉舟(연엽주) : 태을연엽주(太乙蓮葉舟)로 신선이 타는 배를 말한다. 중국 북송의 화가 이공린(李公隣)이 진인(眞人)이 연꽃 속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태일진인도(太一眞人圖)라는 그림을 그렸는데, 당시 최고의 문인 한구(韓駒)가 태일진인연엽주(太一眞人蓮葉舟)라는 화제를 써 준 데서 유래한다.

※三島(삼도) : 동해(東海)바다 밖에 있다는 전설의 낙원, 봉래(蓬萊) 영주(瀛州) 방장(方丈)의 세 섬을 말한다.

 

亭上一杯酒 정상일배주

정자 위에서 한잔 술을 마시니

天心三五月 천심삼오월

하늘 가운데 보름달이 떠 있네

起舞影凌亂 기무영능란

일어나 춤추니 그림자 어지러이

照我胸矹硉 조아흉올률

불편한 내 마음속을 비춰 주네

丁寧發善誘 정녕발선유

정녕 좋은 길로 인도하려 하면

酌勸千觥罰 작권천굉벌

천 잔의 술을 권하는 벌을 주어

爲我留一醉 위아유일취

내가 오로지 취해 머물게 하여

毋霜鏡中髮 무상경중발

거울 속에 흰머리가 없게 하게

笑也歌浩浩 소야가호호

호탕하게 노래하며 웃는 것은

天地窅怳惚 천지요황홀

멀리 천지를 보니 황홀해서네

<右浩然玩月 우호연완월

위는 호연정의 달구경이다>

 

※矹硉(올률) : 돌 절벽이 위태롭게 보이는 모양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가슴속의 불편함을 뜻함.

 

東嶺捲宿雲 동령권숙운

동쪽 봉우리에 걸친 구름 걷히고

南川收好雨 남천수호우

남천에 적당히 내린 비가 그쳐서

霽色起罨盡 제색기엄진

맑은 빛이 일어나 세상을 덮으니

江山增媚嫵 강산증미무

강산에 아름다움이 늘어나는구나

田畯及有事 전준급유사

일이 있으면 전준관이 독려하여

農功開上土 농공개상토

좋은 땅 개간하여 농사일을 하니

旣聞黍稷蕃 기문서직번

벌써 곡식 익었다는 소식 들리고

還長鵞鴨數 환장아압수

거위 오리 수가 다시 늘어났구나

荷鋤帶月歸 하서대월귀

달빛에 호미를 메고 돌아 오면서

擊壤歌召父 격양가소부

격양가를 노래하며 아비를 부르네

<右南川霽雨 우남천제우

위는 비 개인 남천이다>

 

※田畯(전준) : 중국 주(周)나라 때에, 농업을 장려하는 일을 맡아보던 벼슬아치.

 

磊落榦時英 뇌락간시영

용모가 뛰어나서 한 때의 재목인데

翺翔松桂壑 고상송계학

송계 골짜기를 날아 빙빙 도는구나

餘事試牛刀 여사시우도

중요하지 않은 일에 소 잡는 칼 쓰고

彈琴弄仙鶴 탄금농선학

거문고 타며 신선의 학을 희롱하네

對峙倚綠陰 대치의녹음

녹음에 의지하여 언덕을 마주하며

連軒騰玉脚 연헌등옥각

옥 같은 다리로 추녀를 이어 오르네

雪衣亂白雲 설의난백운

눈 같은 옷은 흰 구름을 어지럽히고

空聲應秋鶚 공성응추악

가을 물수리에 응해 허공에 소리치네

暫借摩天背 잠차마천배

하늘 높이 올라갈 등을 잠시 빌려서

騎向楊州泊 기향양주박

양주를 향해 타고 가서 머물려 하네

<右綠陰舞鶴 우녹음무학

위는 녹음에서 춤추는 학이다>

 

※磊落(뇌락) : 뇌락(磊落)은 용모가 준수하다는 의미이다,

※翺翔(고상) : 하늘을 날며 선회함. 비유적으로 하는 일 없이 놀며 돌아다닌다는 의미이다.

※騎向楊州(기향양주) : 양주지학(楊州之鶴)의 고사에서 온 말로 이룰 수 없는 끝없는 욕심을 뜻한다. 양(梁)나라 은운(殷芸)의 소설에 나오는 고사로,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소원을 이야기하는데, 어떤 사람은 양주자사(揚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많이 재물을 얻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에 오르고 싶다고 했는데, 맨 마지막 사람은 나는 허리에 십만 관(貫)의 돈을 차고 또한 학을 타고 양주(揚州)로 날아가는 그 세 가지를 모두 다 하고 싶다네. 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亦知是要津 역지시요진

여기가 중요한 나루인 줄 또한 알고

競渡窮日力 경도궁일력

힘을 다해 하루 종일 다투어 건너네

佃作或東郊 전작혹동교

혹은 동쪽 교외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及時事藝植 급시사예식

제 때에 맞추어서 농작물을 심는구나

北客何所爲 북객하소위

북에서 온 나그네는 무엇을 하였는지

更難三老色 경난삼노색

삼로의 얼굴 빛을 고치기가 어렵구나

微爾飛渡江 미이비도강

그대 아니면 날아서 강을 건너야 하니

鱻能知若德 선능지약덕

물고기의 큰 능력을 알 수 있구나

擊楫望鵾鵬 격즙망곤붕

곤붕을 바라보고 노를 두드리면서

仰羨空飛翼 앙선공비익

하늘 나는 날개를 우러러 부러워하네

<右北津泛舟 우북진범주

위는 북쪽 나루에 뜬 배이다>

 

※三老(삼로) : 3덕(德; 정직 강 유)을 아는 늙은이라는 뜻으로, 예기(禮記 악기주(樂記注)에는 상수(上壽 : 100세)ㆍ중수(中壽 : 90세)ㆍ하수(下壽 : 80세)의 세 늙은이라 하였다.

※微爾(미이) : 그대가 아니었다면.

 

曉色起江夜 효색기강야

밤의 강에서 새벽 기운이 일어나서

晨鐘鳴佛境 신종명불경

부처님의 세계에 새벽종이 울리니

警露鶴移棲 경로학이서

이슬에 놀란 학이 보금자리 떠나고

響月松轉影 향월송전영

달빛에 울리니 솔 그림자 흔들리네

沙鳧悟波夢 사부오파몽

모래톱의 오리는 물결에 꿈을 깨서

早已隨泛梗 조이수범경

일찍부터 범경을 따라 다니는구나

孤客耿不寐 고객경불매

외로운 나그네 잠 이루지 못하는데

獨聞霜氣冷 독문상기냉

어찌 서릿발 같은 냉기가 찾아드나

肅肅坐待朝 숙숙좌대조

엄숙히 앉아 아침이 오길 기다리며

九思兼三省 구사겸삼성

구사와 아울러 세 번을 되돌아보네

<右浮鴨曉鐘 우부압효종

새벽 종소리에 떠오르는 오리>

 

※泛梗(범경) : 물에 뜬 나무 장승[木梗]을 말하는데, 전하여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을 의미한다.

※九思(구사) : 논어(論語)에 나오는 군자에게 필요한 아홉 가지 생각이 만들어낸 군자의 행동.

 

落景㗸西嶺 낙경함서령

석양빛은 서산 봉우리에 가려서

半邊看欲沒 반변간욕몰

반쯤 보이며 넘어가려 하는데

明沙廻綠水 명사회녹수

고운 모래밭에 푸른 물 돌아가고

十里連玉雪 십리연옥설

십 리를 옥처럼 희게 이어졌네

亭午豈不好 정오기불호

한낮을 어찌 좋아하지 않으랴만

日夕尤可悅 일석우가열

저녁 햇살이 더욱 기쁘게 하네

但恐漸昏黑 단공점혼흑

다만 점차 어두워지니 두렵고

川路渺難越 천로묘난월

냇물이 넓어서 건너기 어려워

秉燭酌金罍 병촉작금뢰

촛불 들고 술독에서 술을 퍼며

東望瑤臺月 동망요대월

동쪽 요대의 달을 바라다 보네

<右平沙落照 우평사낙조

위는 평사의 낙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