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古風(오언고풍)

朝發 四首之三 (조발 사수지삼)

-수헌- 2025. 1. 28. 12:46

朝發 四首之三   조발 사수지삼  

아침에 떠나다. 네 수중 세 번째.

 

朝發漢陽城 조발한양성

아침에 한양성을 출발하여서

暮入箕子都 모입기자도

저물녘에 기자도에 들어오니

娛耳盡好音 오이진호음

아름다운 음악에 귀가 즐겁고

悅目多美姝 열목다미주

미인이 많아서 눈이 기뻐하네

有肴如陵岡 유효여능강

안주가 큰 언덕처럼 쌓여있고

有酒傾春湖 유주경춘호

술은 봄날의 호수만큼 있으나

余美亡左右 여미망좌우

내 좋아하는 이 좌우에 없으니

誰與爲驩虞 수여위환우

누가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獨乘照夜白 독승조야백

홀로 준마 조야백에 올라타니

月走西山雪 월주서산설

달이 서산의 눈 위를 달려가서

滅沒過鄧林 멸몰과등림

등림을 넘어서 사라지고 나니

欲問夸父渴 욕문과부갈

과보의 갈증을 알고 싶어지네

霜蹄乍踦蹶 상제사기궐

상제가 갑자기 다리를 절고

鳳臆流汗血 봉억유한혈

봉새가 가슴에 피땀을 흘리니

且食玉山禾 차식옥산화

준마에게 옥산의 쌀을 먹이고

明朝向天闕 명조향천궐

내일 아침 천궐로 향해야 하는데

進水氷堅白 진수빙견백

물로 나가려니 흰 얼음이 얼었고

霜雪餘數尺 상설여수척

눈과 서리는 여러 자가 넘는구나

靜齋影橫斜 정재영횡사

비스듬히 비치는 정제된 모습에서

照影藍田石 조영남전석

남전 옥돌의 모습이 비치는구나

斂衽坐三夜 염임좌삼야

한밤중에 옷깃을 여미고 앉았으니

虛明生九陌 허명생구맥

도성 거리의 하늘이 밝아오네

天光洞宇內 천광동우내

골짜기 집안에 천광이 비치니

鶴驚棲霞栢 학경서하백

노을진 잣나무에 깃든 학이 놀라고

開襟當淸風 개금당청풍

옷깃을 헤치고 맑은 바람을 맞으며

不知東方白 부지동방백

동방이 밝아오는 것도 알지 못하네

 

※箕子都(기자도) : 평양의 별칭. 기자(箕子)가 평양을 수도로 창업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기성(箕城)이라고도 한다.

※余美亡(여미망) : ‘나의 아름다운 사람이 없다.’라는 의미이다. 시경(詩經) 갈생(葛生)에, ‘내 아름다운 분은 여기에 없으니, 홀로 누구와 더불어 머물까. 〔予美亡此, 誰與獨息?〕’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照夜白(조야백) : 당 현종(唐玄宗) 때 서역(西域) 대완(大宛)에서 들여온 준마(駿馬)의 이름이다. 그 흰 털이 눈부셔서 밤이 환할 정도라는 의미이다. 이 말은 현종의 24필 어마 중에서 최고 명마로 꼽혔다.

※鄧林(등림), 夸父(과보) : 鄧林(등림)은 전설상의 숲이다. 옛날에 과보(夸父)가 해를 쫓아 달리다가 해가 지려 할 즈음에 목이 말라 하수(河水)와 위수(渭水)의 물을 다 마셨는데도 부족하여, 대택(大澤)의 물을 마시려다 목이 말라서 죽고, 그때 버려진 그의 지팡이가 변하여 등림이 되었다고 한다.

※霜蹄(상제) : 말발굽에 흰 털이 난 좋은 말. 또는 날랜 말을 가리킨다.

※玉山禾(옥산화) : 옥산(玉山)은 서왕모(西王母)와 목천자(穆天子)가 연회하던 군옥산(群玉山)을 말한다. 이태백(李太白)의 천마가(天馬歌)에 ‘비록 옥산의 벼가 있더라도 오랜 굶주림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雖有玉山禾 不能療苦飢]’ 하였다. 동문선(東文選) 신구행(神駒行)이라는 글에 비황(飛黃)이라는 준마는 ‘원래 굶주리면 옥산 쌀 먹고, 목마르면 예천 물 마셔 털과 뼈가 기이하네. 〔由來飢食玉山禾 渴飮醴泉毛骨異〕’라는 글이 있어 옥산화(玉山禾)는 명마가 먹는 쌀이라는 의미이다.

※藍田石(남전석) : 중국의 남전현(藍田縣)은 미옥(美玉)의 생산지로 유명한데, 삼국 시대 오(吳)나라 손권(孫權)이 제갈근(諸葛瑾)의 아들 제갈각(諸葛恪)을 보고서 ‘남전에서 옥이 나온다더니, 정말 빈말이 아니구나. [藍田生玉 眞不虛也]’라고 탄식했다는 고사가 있다. 남전석(藍田石)은 훌륭한 재목감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九陌(구맥) : 아홉 가닥의 큰길. 한(漢) 나라 때 장안성(長安城) 안의 거리 이름으로, 도성의 번화한 거리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