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古風(오언고풍)

寄鄭八溪君 三首 (기정팔계군 삼수)

-수헌- 2025. 1. 28. 12:11

寄鄭八溪君 三首   기정팔계군 삼수  

정 팔계군에게 부치다.

 

銀漢乘槎客 은한승사객

은하수에 뗏목을 탄 나그네는

玉皇香案吏 옥황향안리

옥황상제 향안 앞의 시자였네

黃麻纔入境 황마재입경

비로소 임금의 조서가 내려와

望哺乳赤子 망포유적자

백성을 잘 보육하기를 바랐네

廉立攬轡曰 염립람비왈

청렴과 람비의 의지를 세우니

流還逋租里 유환포조리

고을에 세금 체납이 없어졌네

始荷簡命重 시하간명중

바야흐로 간명의 중책을 지고

䌤綸無箇事 시륜무개사

두루 다스리니 아무 일 없었네

死生聽兪扁 사생청유편

사생에 대해 유편에게 들으니

牖民在正己 유민재정기

백성의 교화는 몸가짐에 있다네

獠猲畏鈇鉞 요갈외부월

오랑캐는 부월을 두려워하는데

何用穿楊矢 하용천양시

어찌 화살로 버들잎 뚫으려는가

時宜啓白簡 시의계백간

때에 맞춰서 탄핵문을 열어보니

彩筆耀靑李 채필요청리

채필이 청리첩처럼 빛나는구나

龍虎起風雲 용호기풍운

용호가 바람과 구름을 일으키고

南山漢江水 남산한강수

남산은 높고 한강수는 무궁한데

主聖臣乃賢 주성신내현

주군이 성스럽고 신하는 어질어

蹈無賡歌裏 도무갱가리

춤추는 가운데도 갱가가 없구나

 

※玉皇香案吏(옥황향안리) : 당나라 원미지(元微之)가 월주 자사(越州刺史)로 있을 때 백낙천(白樂天)에게 보낸 시에, ‘나는 옥황의 향안 아전이라, 인간에 귀양 와서도 오히려 작은 봉래산에 사네. [我是玉皇香案吏 謫居猶得小蓬萊].’ 한 것을 인용하였다.

※黃麻纔入境(황마재입경) : 황마(黃麻)는 옛날에 임금의 조서(詔書)를 베껴 쓸 적에 쓰던 종이로, 전하여 임금이 내리는 교서(敎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攬轡(람비) : 후한(後漢)의 범방(范滂)이 기주자사(冀州刺史)로 나갈 때, ‘수레에 올라 고삐를 잡고 천하를 정화할 뜻을 개연히 품었다. 〔登車攬轡 慨然有澄淸天下之志〕’는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 지방관으로 부임할 때, 혹은 난세에 혁신 정치를 행하여 백성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비유한다. 

※簡命(간명) : 인재를 특별히 선발하여 직무를 명하는 것

※䌤綸無箇事(시륜무개사) : 본문의 시륜(䌤綸)은 의미가 통하지 않아 미륜(彌綸)으로 해석하였다. 미륜(彌綸)은 두루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兪扁(유편) : 황제(黃帝) 때의 의원인 유부(兪跗)와 주(周) 나라 때의 의원인 편작(扁鵲)으로, 모두 뛰어난 명의(名醫)이다.

※牖民在正己(유민재정기) : 유민(牖民)은 백성의 지혜를 깨우쳐 일깨워 줌, 백성을 교화하다, 백성을 계몽하다는 의미이고, 정기(正己)는 올바른 몸가짐을 말한다.

※穿楊矢(천양시) : 천양(穿楊)은 화살로 버들잎을 뚫는다는 뜻으로 명사수를 의미한다. 춘추 시대 초(楚)나라 대부(大夫) 양유기(養由基)가 사술(射術)이 매우 뛰어나 100보 밖에서 버들잎을 쏘면 백발백중(百發百中)했다고 한다.

※白簡(백간) : 관리의 잘못을 적어 탄핵하는 글

※彩筆耀靑李(채필요청리) : 채필(彩筆)은 뛰어난 문필(文筆)을 의미하고, 청리(靑李)는 청리첩(靑李帖)을 말하는데, 진(晉) 나라 명필 왕희지(王羲之)가 쓴 서첩(書帖)으로 ‘청리내금(靑李來禽)’이라 써서 만들었다. 따라서 왕희지(王羲之)의 필체처럼 빛난다는 의미이다.

※賡歌(갱가) : 순(舜)임금의 조정에서 부른 창화가(唱和歌). 서경(書經) 익직(益稷)에 순임금이 ‘대신들이 즐거우면 임금이 흥성하고 백관도 화락하리라. 〔股肱喜哉 元首起哉 百工煕哉〕’하니 고요(皐陶)가 ‘임금님이 밝으시면 신하들도 훌륭하여 만사가 안정되리라. 〔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라고 화답한 노래를 말한다,

 

丈人抛書劍 장인포서검

장부가 학문과 무예를 포기하고

早脫簪組吏 조탈잠조리

일찌감치 벼슬자리를 물러나니

江南獨步人 강남독보인

강남에서도 독보적인 사람으로

日下無雙士 일하무쌍사

하늘 아래 짝이 없는 선비로다

連倫籍桂門 연륜적계문

계문에 오른 이가 연이어지고

重見萬石里 중견만석리

만석꾼의 고을 다시 보는구나

樂志晝錦堂 낙지주금당

주금당의 뜻을 즐기고 살면서

牲養孰爲事 생양숙위사

부모 공양하는 일을 좋아하여

韙哉全五福 위재전오복

오복이 온전하니 위대하구나

人間千一己 인간천일기

인간에 천 년에 한번 날 몸이

倩桃忘天弓 천도망천궁

천도로 천궁마저 잊어버리고

莊椿謝年矢 장춘사연시

빠른 세월에 장수를 축원하네

栖霞古日松 서하고일송

한낮 고송에 노을이 깃들어서

出關今世李 출관금세리

관문 나서면 금세의 판관이니

安得紫霞車 안득자하거

어찌하면 자하거를 얻어 타고

遠泛靑海水 원범청해수

멀리 푸른 바닷물에다 띄울까

玉廬醉樽酒 옥로취준주

좋은 집에서 동이술에 취하여

高歌月影裏 고가월영리

달그림자 속에 크게 노래하네

 

※書劍(서검) : 옛날에 학자나 문인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던 서책과 칼을 말한다. 전하여 대장부의 큰 뜻, 공명을 의미한다.

※簪組(잠조) : 잠(簪)은 벼슬아치가 쓰는 관(冠)을 고정시키는 비녀이고, 조(組)는 관리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차고 있는 부절이나 도장을 매는 인끈이다. 따라서 높은 지위의 벼슬아치를 말한다.

※籍桂(적계) : 계적(桂籍). 과거 급제자의 명부.

※樂志晝錦堂(낙지주금당) : 송(宋)나라 때 재상을 지낸 한기(韓琦)는 20세의 약관에 진사에 급제하고, 뒤에 무강군(武康郡)의 절도사(節度使)가 되어 고향인 상주(相州)로 금의환향하였다.  그는 관저의 후원에 당(堂)을 짓고 주금당(晝錦堂)이라고 하였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을 밤중에 비단옷을 입고 돌아다님[錦衣夜行]에 견주어 자신의 귀향은 금의야행이 아니라는 자부심의 발로였다. 한기(韓琦)의 절친인 구양수(歐陽修)는 친구로서 그의 성공을 축복하며, 그가 입신(立身)하였다고 교만하지 말라고 근계(勸戒)하는 뜻에서 상주주금당기(相州晝錦堂記) 지었는데 그 뜻을 즐긴다는 의미이다.

※牲養(생양) : 삼생지양(三牲之養)을 말하는 것으로, 소 양 돼지의 세 가지 희생(犧牲)으로 성대한 음식을 마련하여 부모를 봉양함을 말한다. 

※倩桃忘天弓(천도망천궁) : 전한(前漢)의 학자 동방삭(東方朔)의 자가 만천(曼倩)이며, 천도(倩桃)는 동방삭(東方朔)이 훔쳐먹고 장수하였다는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말하고, 천궁(天弓)은 황제(黃帝)가 정호(鼎湖)에서 용을 타고 승천할 적에 활과 칼을 떨어뜨리고 승천하여 사람들이 황제의 유품을 모아 교산(橋山)에 장사 지냈다는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의 기록에 의거 죽음을 의미한 듯하다. 즉 천도를 먹고 죽음의 걱정도 잊었다는 의미인 듯.

※莊椿謝年矢(장춘사연시)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옛날에 대춘(大椿)이라는 나무가 있는데 팔천 년을 봄으로 삼고 팔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는 데서 유래하여 이를 축수(祝壽)하는 말로 삼았다. 연시(年矢)는 화살처럼 빠른 세월을 말한다.

※紫霞車(자하거) : 도가(道家)에서 신선이 타는 수레.

 

別君今卅載 별군금삽재

그대 떠난 지 지금 삼십 년인데

何處作隱吏 하처작은리

어느 곳에서 은리가 되어 있을까

君鬢幾許雪 군빈기허설

그대도 귀밑털은 많이 희어졌고

君家生幾子 군가생기자

그대 집에는 자식도 많이 났으리

我喪室與弟 아상실여제

나는 아내와 더불어 아우를 잃고

三歲哭蒿里 삼세곡호리

삼 년 동안 호리에서 통곡했었네

當時共騎竹 당시공기죽

그때에는 죽마를 함께 탔었는데

何曾看此事 하증간차사

어찌 일찍 이런 일을 보게되었나

效賢屢不仕 효현루불사

자주 벼슬 않는 현인을 본받아도

爲祿多累已 위록다루이

이미 녹봉만 받는 허물이 많았어도

防胡修隕壘 방호수운루

무너진 성채 수리해 오랑캐를 막고

戒嚴抽夜矢 계엄추야시

활을 당겨 야간 경계를 엄히 했네

未偸方朔桃 미투방삭도

동방삭은 천도를 훔치지 않았다니

三結蠻家李 삼결만가리

세 번 훔친 건 오랑캐의 자두였나

邂逅兄似弟 해후형사제

아우 닮은 형을 만나 사귀게 되니

交情澹若水 교정담약수

사귀는 정이 물처럼 담백하구나

書寄長相思 서기장상사

서로 사모하는 글을 써서 부치며

悠悠一笑裏 유유일소리

한가로운 가운데 한번 웃는구나

 

※隱吏(은리) : 관직을 그만두고 은사(隱士)처럼 생활하는 사람. 한 평제(漢平帝) 때 왕망(王莽)이 전횡(專橫)하자, 남창위(南昌尉)를 그만두고 회계(會稽)에 숨어서 성명을 바꾼 채 은둔한 매복(梅福)을 시에서 은리(隱吏)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한다. 두보(杜甫)의 시에 ‘은리인 매복을 만나서, 산을 유람했던 사영운(謝靈運)을 추억하리. [隱吏逢梅福 遊山憶謝公]’라는 구절이 있다.

※蒿里(호리) : 지명(地名)으로 중국 산동성 태산 부근에 있는데,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공동묘지 같은 곳이라 한다. 전하여 묘지라는 의미로 쓰인다.

※未偸方朔桃(미투방삭도) : 한(漢) 나라 때 동방삭(東方朔)이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세 번이나 훔쳐먹고 장수하였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鄭八溪君(정팔계군) : 조선 중종(中宗)~선조(宣祖) 때의 문신 정종영(鄭宗榮, 1513~1589). 자는 인길(仁吉), 호는 항재(恒齋). 평안도 관찰사(平安道觀察使) 시절 평양에 서원과 서적포를 설립하여 학문을 진흥시키는 등의 업적을 남겼으며, 청백리에 녹선되고, 팔계군(八溪君)에 습봉(襲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