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詩集卷之三
五言古風
翠白仙人過余曰 扶桑之海 際于蓬萊 靈蹤異跡 天秘而地藏 今我與爾 盍往觀乎 風雲壯懷 灑落珠璣 臨將分手 許拾殘馥 追寄星駕 辭不獲已 綴荒獻菲 非愚則妄 伏希斤敎
취백선인과여왈 부상지해 제우봉래 영종이적 천비이지장 금아여이 합왕관호 풍운장회 쇄락주기 임장분수 허습잔복 추기성가 사불획이 철황헌비 비우칙망 복희근교
취백선인이 내게 들러 말하기를 ‘부상의 바다 봉래의 기이한 자취가 신령스러워 하늘이 비밀리에 감춘 것이다. 이제 어찌 내가 그대와 더불어 가서 보지 않겠는가. 품은 뜻이 풍운처럼 장대하고 문장이 맑으니 장차 헤어질 때가 되면 남은 향기를 거두기를 바라니 성가로 좇으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변변치 않은 정성을 올리니 어리석고 허망하다 하지 말고 가르쳐 주기를 엎드려 바란다.’고 하였다.
※灑落珠璣(쇄락주기) : 주기(珠璣)는 옥구슬이라는 뜻이나 전하여 아름다운 문장, 주옥같은 글귀라는 의미로 쓰인다.
※分手(분수) : 헤어지다. 이별하다. 관계를 끊다.
※星駕(성가) : 성가(星駕)는 별이 뜬 밤에 수레를 몬다는 뜻으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는 것을 말한다.
※綴荒獻菲(철황헌비) : 거친 나물을 늘어놓고 바친다는 뜻으로, 변변치 않은 정성을 올린다는 의미이다.
【이 서문은 취백선인이 양봉래(楊蓬萊)의 기상이 웅대하고 문장이 신령하니 헤어질 때 좋은 문장으로 가르침을 주기 바란다는 간절한 표현이다.】
誤入蓬萊島 오입봉래도
잘못하여 봉래도에 들어가서
逍遙拾瑤草 소요습요초
소요하면서 요초를 수습했네
邂逅翠白仙 해후취백선
우연히도 취백선인을 만나서
淹留事幽討 엄류사유토
오래 머물며 유심히 살피니
王母戞瑤瑟 왕모알요슬
서왕모는 옥 거문고를 타고
上元供火棗 상원공화조
상원 날에는 화조를 올리네
紫煙卷靑丘 자연권청구
자색 안개 푸른 언덕 감싸고
白日行黃道 백일행황도
밝은 태양이 황도를 지나네
贈君碧桃花 증군벽도화
그대에게 벽도화를 드리니
千春長美好 천춘장미호
천 년동안 오래 행복하시게
<右瓊瑤許李臺 우경요허이대
위는 경요 허이대이다>
※幽討(유토) : 유심히 살피다.
※火棗(화조) : 도가(道家)에서 신선이 먹는다는 대추. 진(晉)나라 허목(許穆)이 화양동(華陽洞)에 들어가 득도하니 서왕모(西王母)의 딸 자미부인(紫微夫人)이 화조를 먹도록 가르쳐 주었다 한다.
※許李臺(허이대)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해변에 있는 평평한 암석이다. 조선 세조(世祖) 때 허종(許琮)과 이육(李陸)이 야인의 난을 평정하고, 배로 동해를 지나다가 이곳에서 쉬었는데, 당시 강릉부사 허경(許熲)이 허종과 이육 두 사람의 성씨를 따서 허이대(許李臺)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丹竈在雪厓 단조재설애
단조정은 눈 쌓인 언덕에 있는데
碧松鎖赤城 벽송쇄적성
푸른 소나무는 적성을 잠궜구나
玉泉澹銀汞 옥천담은홍
옥천은 은과 수은처럼 담백하고
文甃鍊瓊英 문추련경영
무늬 벽돌은 경영으로 만들었네
臼有玲瓏刻 구유영롱각
절구에는 영롱한 조각이 남았고
槽餘龍虎形 조여용호형
구유에는 용호의 형상이 남았네
不見姹女顔 불견차여안
미녀의 얼굴이 보이지를 않으니
誰知素翁名 수지소옹명
소옹의 이름을 아는 이 누굴까
徘徊日欲暮 배회일욕모
배회하던 중에 날이 저물려하니
翠鳥鳴雲扃 취조명운경
파랑새가 구름을 닫고 우는구나
<右寒松丹竈井 우한송단조정
위는 단조정의 겨울 소나무이다.>
※瓊英(경영) : 아름다운 돌로 옥과 비슷하다.
海西白沙汀 해서백사정
바다 서쪽에 흰 모래톱이 있고
湖南靑草湖 호남청초호
호수 남쪽에 청초호가 있는데
爭似扶桑下 쟁사부상하
부상 아래에서 서로 다투듯이
天懸費長壺 천현비장호
비장호가 하늘에 걸려 있어서
浮空依蜃閣 부공의신각
신기루에 의지하여 허공에 떴고
綠窻拓虛無 녹창척허무
텅 빈 곳으로 푸른 창이 열렸네
白雪唱翠娥 백설창취아
젊은 여인이 백설곡을 부르고
流霞勺麻姑 유하작마고
마고 할미는 유하주를 떠내네
駕彼雙靑鸞 가피쌍청란
저 한 쌍의 푸른 난새를 타고
還向上淸都 환향상청도
하늘 위의 청도로 돌아가리라
<右沙洲白玉樓 우사주백옥루
위는 모래섬의 백옥루이다.>
※靑草湖(청초호) : 강원도 속초시에 있는 호수.
※費長壺(비장호) : 비장호(費長壺)는 비장방(費長房)의 호리병이라는 뜻으로 별천지, 선경(仙境)을 비유하는 말이다. 비장방(費長房)은 후한(後漢) 사람으로 시장의 아전이었는데, 시장에서 약을 파는 호공(壺公)이라는 늙은이를 따라 호리병 속으로 들어가니 그 속에 옥으로 지은 저택이 있고, 저택 안에는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는 별천지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白雪唱翠娥(백설창취아) : 백설곡(白雪曲)은 양춘곡(陽春曲)과 함께 중국 초(楚) 나라 때의 2대 명곡으로, 내용이 너무도 고상하여 창화(唱和:가락을 잘 맞추어 부름) 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진다. 취아(翠娥)는 눈썹 푸른 미인이라는 뜻으로 젊은 여인을 의미한다.
※淸都(청도) : 청도(淸都)는 옥황상제가 사는 궁궐로 신선의 세계를 의미한다.
何處乘槎客 하처승사객
어느 곳에서 뗏목을 탄 사람이
今宵來貫月 금소래관월
오늘 저녁에 달빛을 뚫고 오니
萬里羽毛輕 만리우모경
만 리 하늘의 날개가 가볍고
千頃琉璃滑 천경유리활
천 길 바다 유리처럼 매끄러워
風颿掛浪楫 풍범괘랑즙
바람에 돛 걸고 물결에 노 저어
乾坤何儵忽 건곤하숙홀
하늘과 땅도 잠깐 사이 지나네
暫遊三千界 잠유삼천계
삼천세계에 잠시 머물러 놀면서
秋霜明兩髮 추상명양발
가을 서리에 양 귀밑머리 희어도
永願辭人間 영원사인간
오래도록 세상을 벗어나고 싶어
浮遊者溟渤 부유자명발
큰 바다에서 떠도는 사람이구나
<右同乘貫月槎 우동승관월사
위는 동승 관월사이다>
仙人揮彩筆 선인휘채필
선인이 채필을 휘둘러서
海墨灑天門 해묵쇄천문
해묵을 천문에다 뿌렸네
一揮星斗橫 일휘성두횡
한번 휘두르니 별들이 가로눕고
再揮山岳蹶 재휘산악궐
다시 휘두르니 산악이 쓰러지네
蘇蘇發震雷 소소발진뢰
천둥소리 울리듯 두렵기도 하고
百虫履啾喞 백충리추즐
온갖 벌레가 울어대는 것 같구나
光燄萬文長 광염만문장
시문의 불꽃이 만장이나 타 올라
眞成李杜四 진성이두사
진정 이두와 네 사람이 되었으니
誰不附靑雲 수불부청운
누구는 청운에 오르지 않더라도
高名懸白日 고명현백일
높은 이름이 밝은 해처럼 걸렸네
<右詩文裧天光 우시문첨천광
위는 시문이 천광을 가리다 이다,>
※彩筆(채필) : 여러 가지 색깔을 칠하는 데 쓰는 붓.
※海墨(해묵) : 바닷물을 모두 갈아 만든 먹물. 즉 많은 먹물.
※星斗(성두) : 밤하늘에 작은 점으로 반짝이는 천체, 즉 별의 총칭.
※光燄萬丈長(광염만장장) : 불꽃이 만장이나 오른다는 뜻으로, 시문이 대단히 힘이 있을 때 칭찬하는 말.
※李杜四(이두사) : 이두(李杜)는 당나라 때의 시인인 이백(李白)과 두보(杜甫)를 말하는데, 여기에 여기에다 한유(韓愈)와 백거이(白居易)를 더하여 이두사(李杜四)로 표현한 듯하다.
吾聞夏少康 오문하소강
나 듣기로 하나라의 소강왕은
一旅能定國 일여능정국
일여로 나라를 안정시켰는데
上兵伐奇謀 상병벌기모
상병으로 기묘한 계책을 쓰며
在精不在敵 재정부재적
정밀함이 있으니 적이 없었네
羣羊搏猛虎 군양박맹호
맹호를 물리치는 양의 무리는
不如一鳴鏑 불여일명적
하나의 명적과 같은 게 아닌가
楚軍多勇銳 초군다용예
초군은 매우 날래고 용감하며
漢人依豁達 한인의활달
한인은 활달함에 의지하니
願天掃彗孛 원천소혜패
원컨대 하늘이 혜성을 쓸어서
丘民按耕鑿 구민안경착
농사짓는 백성들을 살펴 주소서
〈右嘲客星 우조객성
위는 객성을 조롱하다 이다.〉
※一旅能定國(일여능정국) : 일여(一旅)는 500명 정도의 군대 조직을 말하는데, 흔히 아주 작은 군대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소강(小康)은 하(夏)나라를 중흥시킨 임금으로 춘추좌전 애공(哀公) 원년에 ‘하 소강(夏少康)이 겨우 밭 1성(成 ; 사방 10리를 말함)과 군사 1여(旅)를 가지고 주위 사람의 힘을 빌려 과(過)와 과(戈)를 쳐서 나라를 중흥시켰다.’고 한다.
※上兵伐奇謀(상병벌기모) : 상병(上兵)은 가장 훌륭한 전쟁 수단으로. 손자병법(孫子兵法) 모공편(謀攻篇)의 ‘가장 훌륭한 병법은 계략으로 적을 치는 것이다. [上兵伐謀]’하고 한 데서 유래한다.
※鳴鏑(명적) : 소리가 나는 화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쓰이거나, 활을 쏘아야 할 목표를 가리키는 용도로 쓰였다. 효시(嚆矢)라고도 하며 전쟁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耕鑿(경착) : 경전착정(耕田鑿井). 논밭을 갈고 우물을 파다. 곧 농업에 종사한다는 의미.
仁聖御東邸 인성어동저
동저에 거둥하신 어진 임금께서
惻見孱軍立 측견잔군립
나약한 군사를 측은히 보고 서서
問對不成童 문대불성동
아직 어린아이를 마주해 묻기를
接地曳擐甲 접지예환갑
몸에 두른 갑옷을 땅에 끌고있네
玉音嗟渙發 옥음차환발
탄식하는 옥음을 널리 알렸으니
周舍二五十 주사이오십
주사마저도 평범한 사람이었네
休役兩無憾 휴역양무감
일하나 쉬나 둘 다 서운함이 없고
筋力裕相及 근력유상급
근력은 넉넉하게 서로 미치니
賓天七箇月 빈천칠개월
승하한 뒤 일곱 달이 지났어도
民到今號泣 민도금호읍
백성은 쓰러져 울면서 부르짖네
<右記舊聞 우기구문
위는 예전에 들은 것을 적다.>
※不成童(불성동) : 성동(成童)은 열다섯이 된 사내아이이다. 즉 불성동(不成童)은 채 열다섯이 되지 않은 아직 어린아이를 이르는 말.
※擐甲(환갑) : 갑옷을 몸에 걸치는 것.
※渙發(환발) : 예전에, 임금의 명령을 천하에 널리 알리는 일을 이르던 말.
※周舍二五十(주사이오십) : 주사(周舍)는 춘추 시대 진(晉) 나라 사람으로 조(趙)나라 건국의 초석을 마련한 조간자(趙簡子)를 섬겼다. 그는 항상 필묵(筆墨)을 가지고 임금의 뒤를 따라다니며 임금의 과실을 기록하고, 과실이 있을 때는 직언을 하였다. 이오십(二五十)은 구구단의 2 X 5 = 10이라는 뜻으로, 지극히 당연한, 뛰어남이 없이 평범한 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주사마저도 평범하다 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라는 의미인 듯하다.
※賓天(빈천) : 천자(天子)의 죽음 또는 윗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
籍軍四十條 적군사십조
군적을 정비하는 사십조에 의하면
備不餘纖毫 비불여섬호
조그만 여유도 없이 대비해야 하나
窮搜調不足 궁수조부족
끝까지 찾고 조사하여도 모자라니
擧瑕士林髦 거하사림모
빼어난 사림도 허물로 들추어 내네
流雖自孤獨 유수자고독
그러나 스스로 홀로 떠돌아 다니는
幾箇綠林豪 기개녹림호
녹림의 호걸은 몇 명이나 되겠는가
姦猾蜮射影 간활역사영
간활한 물여우가 그림자를 쏘는데
遨頭何所操 오두하소조
오두는 어느 곳에서 잡아내겠는가
但恐城門火 단공성문화
단지 성문에 불 나는 것이 두려워
終及冥鴻毛 종급명홍모
끝내 매우 작은 것까지 미치겠구나
<右修軍籍 우수군적
위는 군적을 정비하다 이다.>
<右八篇 五 効陪遊餘典 三 卽事 情苟非知己 詎安承命 幸杓覆瓿 勿與不愛者之白眼也 昭陽作噩日南至 弘農後人蓬萊天逸翁 再拜奉稿翠白仙人
우팔편 오 효배유여전 삼 즉사 정구비지기 거안승명 행표복부 물여불애자지백안야 소양작악일남지 홍농후인봉래천일옹 재배봉고취백선인
위의 여덟 편 중 다섯 번째는 모시고 놀면서 전고를 본떴고, 세 번째는 즉석에서 지었다. 정은 두터워도 지기가 아닌데 어찌 명을 받아 즐기랴. 다행히 준칙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백안시 하지 않았네. 계유일 동지에 홍농후인 봉래 천일옹이 재배하고 취백선인에게 받들어 올린다.>
※籍軍(적군) : 군인이 될 대상자를 장부에 올리는 일을 말한다.
※蜮射影(역사영) : 날도랫과 곤충의 애벌레인 물여우를 말한다. 시경 하인사(何人斯)에 ‘저 사람은 도깨비가 되었다가 또 물여우가 되었구나.’ 하였는데, 그 주(註)에 물여우가 입에 모래를 머금고 사람의 그림자에 뿜으면 그 사람에게 바로 종기가 생긴다.’라고 하였다. 흔히 사람이 흉독을 품고 사람을 음해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遨頭(오두) : 고을 수령을 말한다. 송(宋) 나라 때 두자미(杜子美)의 초당(草堂) 안의 창랑정(滄浪亭)에서 태수(太守)가 놀며 잔치를 벌였는데, 이때 온 고을 사람들이 나와서 보면서 태수를 놀이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오두(遨頭)라고 하였다 한다.
※但恐城門火(단공성문화) : 성문화(城門火)는 성문에 불이 났는데 그 화가 연못 속의 물고기에 미쳤다. [城門失火, 禍及池魚]라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까닭 없이 연루되어 엉뚱하게 화를 입거나 손해를 보는 것'을 비유한다.
※鴻毛(홍모) : 기러기의 털이라는 뜻으로, 아주 가벼운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覆瓿(복부) : 지은 책이나 문장 등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昭陽作噩日南至(소양작악일남지) : 고갑자(古甲子)에 의하면 소양(昭陽)은 천간(天干) 계(癸)에 해당하고 작악(作噩)은 지지(地支) 유(酉)에 해당하니 곧 계유일(癸酉日)을 말한다. 남지(南至)는 해가 남쪽 끝에 도달하는 날, 즉 동지이다.
※弘農後人蓬萊天逸翁(홍농후인봉래천일옹) : 양사언(楊士彦)의 선조는 중국 홍농양씨(弘農楊氏)이고 봉래(蓬萊)와 천일옹(天逸翁)은 모두 양사언(楊士彦)의 호이니 곧 양사언(楊士彦) 본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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