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陶詩 飮酒 一,二 (화도시 음주 1,2) - 申欽 (신흠)

-수헌- 2024. 3. 3. 12:04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상촌집(象村集) 제21권은 모두 화도시(和陶詩)로 구성되어 있다. 상촌(象村)은 상촌집(象村集) 제21권의 서문에서, ‘소동파(蘇東坡)가 도잠(陶潛)의 시에 화답한 것을 보고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어 도연명(陶淵明)의 그 고고한 인품과 티 없이 굳은 지조에 대하여는 내가 존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이 소동파 못지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촌(象村)의 화도시(和陶詩)는 모두 일백이 수가 있는데, 귀거래사(歸去來辭) 2수와 귀원전거(歸園田居) 6수, 그리고 의고(擬古) 9수는 일전에 소개하였고, 이번에는 도연명(陶淵明)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음주(飮酒) 20수를 소개한다. 음주(飮酒) 20수의 원운(原韻)은 연전에 퇴계(退溪)의 화도음주(和陶飮酒) 20수에서 소개한 바 있어 상촌(象村)의 화도시(和陶詩)만 소개한다. 화도시(和陶詩) 음주(飮酒)는 상촌(象村)과 동시대에 활동한 추포(秋浦) 황신(黃愼,1562~1617)을 추모하는 글로 시작되며 20수 거의가 유배지에서의 회한(悔恨)을 표현하고 있다.

 

 

飮酒 其一   음주     申欽   신흠

秋浦之亡 悲不自持 詩以遣懷 추포지망 비불자지 시이견회

술을 마시다. 추포가 사망한 뒤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슬퍼서 시를 지어 품은 마음을 보낸다.

 

初來自何所 초래자하소

처음 올 때는 어디에서 왔길래

旣去亦何之 기거역하지

벌써 어느 곳으로 떠나갔는가

來也亦一時 내야역일시

여기에 온 것 또한 한 때이고

去也亦一時 거야역일시

떠나간 것도 또한 한 때이니

生死固有常 생사고유상

태어나면 죽는 것도 당연하니

曠古皆若玆 광고개약자

옛날부터 모두 이와 같았었네

我昔觀實際 아석관실제

내 옛날에 이 사실을 깨달아서

胸中了滯疑 흉중료체의

가슴속에 아무 집착도 없는데

如何此翁沒 여하차옹몰

어찌하여 이 늙은이가 죽고 나니

深哀苦難持 심애고난지

이리도 슬픔을 견디기 어려울까

 

※秋浦(추포) : 조선시대 공조판서, 호조판서 등을 역임한 황신(黃愼,1562~1617). 추포(秋浦)는 그의 호이다. 계축옥사(癸丑獄事) 때 상촌(象村)과 함께 무고를 입어 옹진으로 유배된 뒤 죽었다.

 

 

飮酒 其二   기이

傳聞秋浦翁 전문추포옹

전해 듣기로는 추포 그 노인의

旅櫬歸故山 여츤귀고산

객지의 영구가 고향으로 갔다는데

吾質旣已亡 오질기이망

나의 지기가 이미 죽고 없으니

有口誰與言 유구수여언

입이 있어도 누구와 같이 말할까

却憶別離時 각억별리시

서로 이별하던 그때를 생각하니

蒼黃癸丑年 창황계축년

계축년의 옥사가 창황하기만 하네

淸裁萬仞高 청재만인고

맑은 통찰력은 만 길이나 높았는데

耿耿誰復傳 경경수부전

빛나는 그 인품을 누구에게 전할까

 

※旅櫬(여츤) : 객지에서 죽은 사람의 영구(靈柩)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