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豆粥 (두죽) - 徐居正 (서거정)

-수헌- 2023. 12. 19. 13:56

豆粥   두죽     徐居正   서거정 

팥죽

 

豆糜烹作粥 두미팽작죽

팥을 문드러지게 삶아 죽을 쑤니

濃淡自津津 농담자진진

묽고도 진한 것이 매우 맛이 좋구나

倉卒劉文叔 창졸류문숙

유문숙은 창졸간에 대접받았고

咄嗟石季倫 돌차석계륜

석계륜은 순식간에 마련하였네

何人能學古 하인능학고

어떤 사람은 옛 것을 배우지만

今我亦嘗新 금아역상신

나는 지금 새로운 것을 맛보네

崖蜜兼氷片 애밀겸빙편

석청과 얼음조각을 같이 섞어서

啜來味更眞 철래미경진

마셔 보니 맛이 더욱 좋구나

 

 

豆粥   두죽     徐居正   서거정  

팥죽

 

紅日茅簷短 홍일모첨단

초가 처마 끝에 붉은 해가 떠오르는

淸晨豆粥新 청신두죽신

맑은 아침에 먹는 팥죽이 새롭구나

然萁何用泣 연기하용읍

콩대를 태운다고 어찌 울 것이며

啜菽只堪貧 철숙지감빈

다만 콩을 먹으면서 가난을 견디네

倉卒劉文叔 창졸류문숙

유문숙은 창졸간에 대접받았고

咄嗟石季倫 돌차석계륜

석계륜은 순식간에 마련하였네

古人今已遠 고인금이원

옛 친구는 지금 이미 멀어졌지만

滋味尙津津 자미상진진

좋은 맛은 아직도 진진하구나

 

※然萁何用泣(연기하용읍) : 삼국(三國) 시대 위 문제(魏文帝) 조비(曹丕)가 자기 아우이자 정적(政敵)인 조식(曹植)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사이에 시를 짓지 못하면 벌을 내리겠다고 하자, 조식이 ‘콩을 삶아서 국을 끓이고, 콩을 걸러서 즙을 만드니, 콩대는 솥 밑에서 활활 타고, 콩은 솥 안에서 울어대네.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나왔거늘, 어찌 서로 급하게 볶아대는가.〔煮豆持作羹 漉菽以爲汁 萁在釜下燃 豆在釜中泣 本自同根生 相煎何太急〕’라는 시를 지은 것을 말한다.

 

※啜菽只堪貧(철숙지감빈) : 철숙(啜菽)은 직역하면 콩을 먹는다는 뜻이나, 가난한 집에서 효성스럽게 어버이를 봉양하는 일을 말한다. 공자(孔子)의 제자 자로(子路)가 가난하여 어버이를 잘 봉양하지 못한다고 한탄하자, 공자가 콩죽을 쑤어먹고 맹물을 마시더라도 어버이를 기쁘게 해 드린다면 그것이 효도이다. [啜菽飮水 盡其歡 斯之謂孝]라고 하였다.

 

※倉卒劉文叔(창졸류문숙) : 유문숙(劉文叔)은 자가 문숙(文叔)인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를 말한다. 광무제가 전쟁 중에 날씨가 몹시 추워서 군사들이 모두 지치고 굶주리던 차에 장군(將軍) 풍이(馮異)가 허둥지둥 팥죽을 마련하여 올려서 추위와 굶주림을 면하게 했던 고사를 말한다.

 

※咄嗟石季倫(돌차석계륜) : 석계륜(石季倫)은 자가 계륜(季倫)인 진(晉) 나라 때의 부호(富豪) 석숭(石崇)을 말한다. 그는 워낙 부자라서 손님을 위하여 순식간에 팥죽을 만들어 내놓았던 고사를 말한다.

 

※津津(진진) : 입에 착 달라붙게 맛이 좋은 모양. 흥미가 진진한 모양. 넘쳐흐르는 모양. 액체가 배어 나오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