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大雪次舍弟韻( 대설차사제운) - 張維 (장유)

-수헌- 2023. 12. 17. 14:44

大雪次舍弟韻   대설차사제운     張維   장유 

눈이 많이 온 날 동생의 시에 차운하다

 

今年寒早陰氣盛 금년한조음기성

금년엔 추위 일찍 찾아와 음기도 왕성하여

南至以前三大雪 남지이전삼대설

동지 되기 전에 큰 눈이 세 번이나 내렸네

乍看雲物亂崩騰 사간운물란붕등

언뜻 보니 구름 덩어리 어지러이 무너지고

稍聴風林響騷屑 초청풍림향소설

숲 속에서 음산한 바람 소리 적게 들려오네

須臾飄灑蔽天衢 수유표쇄폐천구

갑자기 하늘 가득 덮고 질풍처럼 흩날려서

開戶縱目眞奇絶 개호종목진기절

문을 열고 내다보니 정말 빼어한 절경이네

歘如天地欲混沌 훌여천지욕혼돈

순식간에 천지간이 혼돈으로 뒤바뀌려 하고

溟海飛飜鰲極折 명해비번오극절

바닷물도 솟구쳐서 오극을 끊으려 하는구나

屛翳玄冥正王張 병예현명정왕장

병예와 현명이 왕성하게 기승을 부리니

陽烏縮頸愁凛冽 양오축경수름렬

추운 날씨에 양오마저도 목을 움츠리네

大地山河幻形質 대지산하환형질

대지와 산과 강도 그 형질이 바뀌어서

堆瓊疊玉巧施設 퇴경첩옥교시설

여기저기 옥구슬을 무더기로 쌓았구나

徑思驢背去乘興 경사려배거승흥

나귀 타고 길에서 흥 일으킬 생각 하니

鶴氅生寒銀海纈 학창생한은해힐

은빛 바다의 학창의에서 한기가 나네

閑齋擁褐作吳詠 한재옹갈작오영

갈옷 입고 한가하게 오영을 지으려는데

白戰何人屛寸鐵 백전하인병촌철

누가 촌철 못쓰고 백전으로 하라 했나

豆粥飽來百無思 두죽포래백무사

팥죽 실컷 먹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臥聴簷霤鳴浙浙 와청첨류명절절

처마 끝의 뚝뚝 낙숫물 소리 누워서 듣네

 

※南至(남지) : 태양이 남쪽 극점(極點)에 이르는 시기로, 동지(冬至)를 말한다.

 

※鰲極(오극) : 하늘과 땅을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 옛날 여와(女媧)가 자라의 다리를 잘라서 사극(四極)을 세웠다는 설화에서 유래한다.

 

※屛翳玄冥(병예현명) : 병예(屛翳)는 고대 전설에 나오는 신으로, 출전마다 각각 다르나 대체로 풍신(風神) 뇌신(雷神) 우신(雨神)의 총칭으로 사용되고, 현명(玄冥)은 비나 물을 다스리는 신[雨師]을 말한다.

 

※陽烏(양오) : 태양 속에 다리 셋을 가진 까마귀[三足烏]가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여 태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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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徑思驢背去乘興(경사려배거승흥) : 당(唐) 나라 때 재상(宰相) 정계(鄭綮)는 시(詩)를 잘 지었는데, 어떤 사람이 정계에게 ‘상국(相國)은 요즘에 새로운 시를 짓는가?’라고 물으니, 정계(鄭綮)가 시흥(詩興)은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바람 불고 눈 오는 날 나귀를 타고 패교 위를 거닐 때에 [詩思在灞橋風雪中驢子上] 일어난다’고 한 고사에서 인용하였다.

 

※白戰何人屛寸鐵(백전하인병촌철) : 백전(白戰)은 무기 없이 맨손으로 싸우는 것을 말하고, 촌철(寸鐵)은 날카로운 쇠붙이나 무기를 말한다. 따라서 백전(白戰)은 특정한 어휘의 구사를 금하고 시를 짓게 했던 격식을 말하는데, 이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백전(白戰)은 송(宋) 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처음 시도했던 것으로, 예컨대 눈[雪]에 대한 시를 지을 경우 눈과 관련이 있는 학(鶴) 호(皓) 소(素) 은(銀) 이(梨) 매(梅) 로(鷺) 염(鹽) 등의 어휘의 사용을 금하는 것이다. 뒤에 소식(蘇軾)이 빈객들과 함께 이를 회상하며 시도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시 가운데 ‘당시의 규칙을 그대들 준수하라. 맨손으로 싸워야지 무기를 잡으면 안 되네. [當時號令君聽取 白戰不許持寸鐵]’라는 구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