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大寒 (대한) - 李瀷 (이익) 外

-수헌- 2023. 1. 11. 17:31

大寒 대한      李瀷 이익  

 

頸縮涔涔廢夙興 경축잠잠폐숙흥

목 움츠리고 괴로워 일찍 일어나지 않으니

天時知道大寒仍 천시지도대한잉

대한으로 인하여 하늘의 때를 깨달았네

推求巧曆應先卜 추구교력응선복

역수에 밝은 사람은 미리 점쳐 알았겠지만

殿屎愚氓浪見憎 전시우맹랑견증

신음하는 백성들은 물결 보듯이 싫어하네

戶牖明生猶愛日 호유명생유애일

다만 사랑스런 햇살이 창호에 밝게 비쳐도

硏毫冷透亦堅冰 연호랭투역견빙

벼루와 붓에 냉기 스며 꽁꽁 얼어붙었네

朝來戲語資歡笑 조래희어자환소

아침이 되어 우스개로 장난 삼아 말하노니

不是臨淵也戰兢 불시림연야전긍

깊은 못 가에 가지 낳아도 전전긍긍하겠네

 

※涔涔(잠잠) : 괴롭고 피로한 모양, 몸부림치며 괴로운 모양, 눈물·땀 따위가 쉴 새 없이 흐르는 모양, 비가 많이 내리는 모양. 두보(杜甫)의 글에도 ‘구르는 쑥처럼 근심이 심하고, 약을 먹으며 병으로 괴로워하네.〔轉蓬憂悄悄 行藥病涔涔〕’라는 구절이 있다.

※巧曆(교력) : 역법(曆法)과 산수(算數)에 밝은 사람.

※殿屎(전시) : 신음하다.

※不是臨淵也戰兢(불시림연야전긍) :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민(小旻)에 ‘매우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깊은 못 가에 선 듯, 얇은 얼음을 밟는 듯이 한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冰〕’ 한 말에서 인용하였다. 즉 날씨가 너무 추워서 깊은 못 가에 가지 않았는데도 전전긍긍하듯이 온몸이 떨린다고 농담한 것이다.

 

*이익(李瀷,1681~1763) : 조선후기 성호사설 곽우록 이자수어 등을 저술한 유학자. 실학자. 자는 자신(子新), 호는 성호(星湖)

 

大寒日雪 대한일설      李敏求 이민구 

대한에 눈이 내리다

 

風威向曉轉乘凌 풍위향효전승릉

새벽이 되니 세찬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紙帳霜凝布被稜 지장상응포피릉

종이휘장에 서리 엉기고 베 이불 차구나

白屋寒埋連夜雪 백옥한매련야설

초가집은 며칠 내린 눈에 차갑게 묻히고

窮泉凍合積年氷 궁천동합적년빙

깊은 샘 얼어붙어 해마다 얼음이 쌓이네

徒看厚地千尋坼 도간후지천심탁

천 길 깊이로 갈라진 두터운 땅만 보일 뿐

未信幽陽一氣升 미신유양일기승

그윽한 양의 기운이 오른 줄 믿지 못하네

憑仗濁醪排凜冽 빙장탁료배름렬

막걸리에 의지하여 추위를 떨치고 나서야

暫時頹枕睡瞢騰 잠시퇴침수몽등

잠시 베개에 쓰러져 몽롱한 잠에 빠진다

 

※未信幽陽一氣升(미신유양일기승) : 대한(大寒)은 동지(冬至)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이다. 동지에 일양(一陽)이 생겼는데도 대한의 날씨가 너무나 추우므로, 동지에 하나의 양이 올라왔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이민구(李敏求,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 관해(觀海).

 

 

大寒日展墓梅山途中口占 二首   대한일전묘매산도중구점 이수     洪直弼   홍직필  

대한일에 매산으로 성묘 가는 길에서 즉흥시를 읊다. 두 수

 

叵耐晨昏慕 파내신혼모

아침저녁 그리운 마음 견딜 수 없어

不辭行路難 불사행로난

성묘 가는 길의 어려움도 마다 않네

邱原西日照 구원서일조

언덕의 묘소 서쪽에는 해가 비추고

宰樹北風寒 재수북풍한

무덤가 나무에는 북풍이 차갑구나

顧復恩何報 고부은하보

다시 돌아보니 은혜를 어찌 갚을까

形骸老已殘 형해로이잔

몸은 늙어서 이미 쇠잔하여졌구나

平生明發念 평생명발념

평생을 날이 새도록 생각하면서

雙淚不曾乾 쌍루불증건

두 줄기 눈물 마른 적이 없구나

 

孤露餘殘喘 고로여잔천

외로운 신세 남아있는 목숨이

眞如木石頑 진여목석완

참으로 나무와 돌처럼 모질구나

二人自冥漠 이인자명막

두 분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一子屬艱難 일자속간난

자식은 어려움을 만났답니다

悖德生爲辱 패덕생위욕

패덕을 하면 살아도 욕이 되고

全歸死亦安 전귀사역안

온전히 돌아가면 죽어도 편안하네

矢言爲善果 시언위선과

맹세컨대 착한 일을 과감하게 하면

無愧拜時顔 무괴배시안

지하에서 뵐 때 부끄럽지 않으리라

 

※叵耐晨昏慕(파내신혼모) : 신혼(晨昏)은 효자의 혼정신성(昏定晨省), 즉 날이 어두우면 부모의 잠자리를 챙겨드리고 새벽에 문안함을 이른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더 이상 혼정신성할 수 없어 그 그리움을 견딜 수가 없다는 뜻이다.

※宰樹(재수) : 무덤가에 표지로 심어진 나무를 이른다. 재(宰)는 무덤이란 뜻이다.

※明發(명발) : 날이 밝아오다는 뜻인데, 돌아가신 부모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완(小宛)의 ‘날이 새도록 잠 못 이루고 어버이 두 분을 생각하노라. [明發不寐, 有懷二人.]’라는 구절을 원용한 것이다.

※孤露餘(고로여) : 고로여생(孤露餘生). 어려서 부모를 잃은 사람을 말한다. 고(孤)는 어버이가 없음을, 로(露)는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음을 말한다.

※冥漠(명막) : 명막(冥漠)은 묘 앞의 망주석 또는 죽은 사람을 뜻한다. 진(晉) 나라 사혜련(謝惠連)의 제고총문(祭古冢文)에 ‘성북(城北)에서 고총을 파니 명지(銘誌)가 없어 명자(名字)와 시대를 알 수 없어 임시로 명막군(冥漠君)이라 해 둔다.’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悖德(패덕) : 패덕(悖德)은 자기 어버이를 사랑하지 않고 남을 사랑하는 것으로, 효경(孝經) 성치장(聖治章)에 ‘자기 어버이를 사랑하지 않고 남을 사랑하는 것을 일러 패덕이라 한다. [不愛其親而愛他人, 謂之悖德.].라고 했다.

※全歸(전귀) : 전귀(全歸)는 몸을 잘 보존하여 훌륭한 명성을 남기고 생을 마치는 효성을 말한다. 증자(曾子)의 제자인 악정자춘(樂正子春)이 ‘부모가 자식을 온전히 낳아주셨으니 자식이 몸을 온전히 하여 돌아가야 효도라고 이를 수 있으니, 몸을 훼손하지 않으며 몸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온전히 한다고 이를 수 있다. [父母全而生之, 子全而歸之, 可謂孝矣. 不虧其體, 不辱其身, 可謂全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矢言爲善果(시언위선과) : 시언(矢言)은 맹세하는 말을 이른다. 예기(禮記) 내칙(內則)에 ‘부모가 비록 별세하셨더라도 장차 선(善)한 일을 하려 할 적에는 부모에게 좋은 명예를 끼칠 것을 생각하여 반드시 결행하며, 장차 선하지 못한 일을 하려 할 적에는 부모에게 수치와 욕을 끼칠 것을 생각하여 반드시 과감하게 행하지 말아야 한다. [父母雖沒, 將爲善, 思貽父母令名, 必果, 將爲不善, 思貽父母羞辱, 必不果.]”라고 한 내용을 원용한 것이다.

 

*홍직필(洪直弼,1776~1852) : 조선후기 매산집을 저술한 학자. 초명은 홍긍필(洪兢弼). 자는 백응(伯應) 백림(伯臨), 호는 매산(梅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