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遇大雪用東坡韻 (우대설용동파운) - 成俔 (성현)

-수헌- 2023. 1. 15. 14:11

遇大雪用東坡韻 우대설용동파운      成俔 성현  

대설을 만나서 동파의 운을 사용하다

 

東君暖律來何晩 동군난률래하만

따사로운 봄 신은 왜 이리 늦게 오는지

滕六餘威未解嚴 등륙여위미해엄

등륙의 남은 위엄이 아직 풀리지 않네

樹樹自開瓊玉蘂 수수자개경옥예

나무마다 경옥 같은 눈꽃이 저절로 피었고

家家剩得水晶鹽 가가잉득수정염

집집마다 수정염을 넘치도록 얻은 듯하네

坐看飄蕩穿疎牖 좌간표탕천소유

앉아서 뚫린 창틈으로 펄펄 날리는 걸 보고

臥聽蕭騷撲短簷 와청소소박단첨

누워서 처마 끝을 스치는 맑은 소리를 듣네

二月春寒還有礙 이월춘한환유애

이월의 봄추위가 돌아와서 장애가 되어도

赬芽欲茁夭句尖 정아욕줄요구첨

여린 구첨의 붉은 싹들이 돋아나려고 하네

 

春陰垂野亂號鴉 춘음수야란호아

들판에 봄 날씨 흐려지고 까마귀 요란하더니

雲裏阿香暗轉車 운리아향암전차

구름 속에서 아향이 천둥수레를 끌고 가네

靑帝翺翔催柳絮 청제고상최류서

청제는 날아 돌며 버들개지를 재촉하는데

素娥婥妁妬梅花 소아작작투매화

곱고 고운 소아는 매화를 시기하는구나

扁舟剡曲難招隱 편주섬곡난초은

섬계의 일엽편주는 초은하기도 어려워서

匹馬藍關獨憶家 필마람관독억가

필마 타고 남관에서 집 생각만 할 뿐일세

欲寫愁懷還不得 욕사수회환불득

시름겨운 마음을 쓰려다가도 쓰지 못하고

側身西望手空叉 측신서망수공차

몸 돌려 서쪽을 보며 공연히 손을 모으네

 

※등륙(滕六) : 중국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설신(雪神).

 

※水晶鹽(수정염) : 빛깔이 마치 수정처럼 투명한 소금을 말한다. 이백(李白)의 시에 ‘손이 오면 붙들어 한번 취하게 할 줄만 알고, 소반에는 단지 수정염이 있을 뿐이라네.〔客到但知留一醉 盤中祗有水精鹽〕’라고 하였다.

 

※句尖(구첨) : 구는 구부러져 나오는 싹을, 첨은 곧게 나오는 싹을 말한 것으로,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계춘의 달에는……구부러져 나오는 싹도 다 나오고, 곧게 나오는 싹도 다 나온다.〔季春之月……句者畢出 萌者盡達〕’라고 하였다.

 

※阿香(아향) : 뇌거(雷車)를 밀었다고 전해지는 여신(女神). 진(晉) 나라의 소녀 아향(阿香)이 천둥수레[雷車]를 끌고 지나갔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따라서 아향은 우레의 대명사가 되었다.

 

※靑帝(청제) : 봄을 맡은 신(神)을 말한 것으로, 전하여 봄을 의미한다.

 

※素娥(소아) : 월궁(月宮)에 있다는 백의 선녀(白衣仙女) 항아(姮娥)를 말하는데, 전하여 달을 가리킨다.

 

※扁舟剡曲難招隱(편주섬곡난초은) : 진(晉) 나라 때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가 눈이 내리는 밤 흥에 겨워 배를 저어 섬계(剡溪)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를 찾아갔다가 그의 문전에서 다시 되돌아왔는데 그 이유를 묻자 ‘흥이 일어 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乘興而行 興盡而返]’고 하였다 한다. 여기서는 큰 눈이 계속 내려서 초은시를 읊조리기도 어렵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초은시는 은자를 구하여 찾는 뜻을 서술한 시를 말한다.

 

※藍關(남관) : 한유(韓愈)가 좌천되어 지방으로 가다가 남전관에 이르러 지은 시에 ‘구름 비낀 진령에 집은 어디 있는가, 눈이 남관에 가득 쌓여 말이 가지를 못하네. [雲橫秦嶺家何在 雪擁藍關馬不前].’라는 구절에서 인용하였다.

 

 

위 시의 원운(原韻)동파(東坡)의 시는 다음과 같다.

 

雪後書北臺壁 설후서북대벽     東坡 蘇軾 동파 소식

 

其一

黃昏猶作雨織纖 황혼유작우직섬

황혼 녘에 오히려 비가 부슬부슬 더 와서

夜靜無風勢轉嚴 야정무풍세전엄

고요한 밤에 바람 자도 날씨는 추워졌네

但覺衾裯如潑水 단각금주여발수

단지 이불에 물 뿌린 듯한 느낌만 들뿐

不知庭院已堆鹽 불지정원이퇴염

정원에 이미 소금처럼 쌓인 줄을 몰랐네

五更曉色來書幌 오경효색래서황

오경이 되어 새벽빛이 서재를 찾아오는데

半夜寒聲落畵簷 반야한성락화첨

한밤중 처마 끝에 차가운 소리 떨어지네

試掃北臺看馬耳 시소북대간마이

북쪽 대를 쓸어내고 마이산을 바라보니

未隨埋沒有雙尖 미수매몰유쌍첨

눈에 덮이지 않은 것은 두 봉우리뿐이네

 

其二

城頭初日始翻鴉 성두초일시번아

성 위에 해가 뜨고 까마귀 날기 시작하고

陌上晴泥已沒車 맥상청니이몰차

개인 길거리 진흙에 수레 빠질 지경이네

凍合玉樓塞起粟 동합옥루새기속

성채의 옥루는 얼어붙어 소름이 돋아나고

光搖銀海眩生花 광요은해현생화

은빛 바다는 반짝여서 눈 부셔 어지럽네

遺蝗入地應千尺 유황입지응천척

메뚜기가 응당 땅속 천자나 들어갈 테니

宿麥連雲有幾家 숙맥련운유기가

보리를 구름까지 쌓는 집이 얼마나 될까

老病自嗟詩力退 노병자차시력퇴

늙고 병들어 시 짓는 힘 떨어져 탄식하며

空吟冰柱憶劉叉 공음빙주억유차

공연히 고드름을 읊으며 유차를 생각하네

 

※ 遺蝗入地應千尺(유황입지응천척) : 볏 잎을 갉아먹는 메뚜기[蝗蟲]는 겨울에 땅속에 들어갔다가 벼이삭 팰 무렵에 나오는데 눈이 많이 오면 너무 깊이 땅속에 들어가 나오지 못하는 수가 있다 한다. 본초(本草) 납설(臘雪)에 ‘납일(臘日) 이전에 눈이 세 번 오면 보리농사에 아주 좋다.’고 하는데 이를 납전삼백(臘前三白)이라고 한다.

 

※空吟冰柱憶劉叉(공음빙주억류차) : 유차(劉叉)는 당나라 때 시인으로 한유(韓愈)의 친구였는데, 유차(劉叉)가 한유(韓愈)를 처음 찾아가서 지었다는 빙주(冰柱)라는 시가 노동(盧仝) 맹교(孟郊)의 시보다 뛰어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