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秋月 四首 중추월 사수 黃玹 황현
중추월 4수
東峯欲短樹如茨 동봉욕단수여자
동쪽 봉우리 나지막한 지붕 같은 나무에
渺渺余懷月上時 묘묘여회월상시
때맞춰 달 떠오니 내 마음이 아득하구나
捲得人天秋色盡 권득인천추색진
세상과 천상의 가을 기운 모두 거머쥐고
冷淸淸地出來遲 랭청청지출래지
맑고 찬 모습으로 땅에서 천천히 떠오르네
層城帶白遠江黃 층성대백원강황
높은 성엔 희게 먼 강엔 누렇게 비치니
大地山河次第光 대지산하차제광
온 대지의 산하가 차례대로 빛나는구나
就彼極圓看自別 취피극원간자별
한껏 둥근 모습을 자별하게 볼 수 있는 건
十分徐轉到中央 십분서전도중앙
천천히 굴러서 충분히 중앙에 이른 때일세
非蟾非兎白團團 비섬비토백단단
두꺼비도 토끼도 아닌 희고 둥근 모습을
强喚名爲玉琢盤 강환명위옥탁반
억지로 이름 하자면 옥탁반이라 해야겠네
桂樹元來高幾許 계수원래고기허
계수나무 높이는 원래 그 얼마나 되는지
今宵驟覺長闌干 금소취각장란간
오늘 밤에 문득 난간 높이만 함을 알았네
神仙富貴摠輸渠 신선부귀총수거
신선이 부귀를 온통 모아서 보낸다더니
一是光光滿太虛 일시광광만태허
한결같은 밝은 빛이 하늘에 가득하구나
止竟人間無可擬 지경인간무가의
인간에서는 끝내 비길 만한 것이 없으니
想來堯舜世何如 상래요순세하여
요순의 시대에는 어땠는지 생각해 본다
*황현(黃玹,1855~1910) : 개항기에 매천집, 매천 시집, 매천야록 등을 저술한 문인. 시인, 열사. 자는 운경(雲卿), 호는 매천(梅泉). 1905년 11월 일제가 을사조약을 강제 체결하자 통분을 금하지 못하고, 당시 중국에 있는 김택영과 함께 국권회복운동을 하기 위한 망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으며,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나라를 빼앗기자 통분해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하였다. 저서로는 매천집, 매천 시집, 매천야록, 오하기문, 동비기략(東匪紀略) 등이 있다.
中秋月 중추월 張維 장유
한가위 보름달
今夜中秋月 금야중추월
오늘 밤 중추절에 보름달이
高開萬里雲 고개만리운
만 리 구름 헤치고 높이 솟았네
遙空添爽氣 요공첨상기
먼 하늘에 상쾌한 기운이 더하였고
列宿掩繁文 열숙엄번문
늘어선 별들의 무성한 빛을 가렸네
蟾兎初誰見 섬토초수견
두꺼비와 토끼를 처음 본 것처럼
山河乍可分 산하사가분
잠깐 사이 산과 강을 분간할 수 있네
茅齋看不厭 모재간불염
초가에서 바라보니 싫증도 나지 않고
凉影坐紛紜 량영좌분운
앉은자리에 서늘한 그림자 일렁이네
*장유(張維,1587~1638) : 조선시대 좌부빈객,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
中秋前一夕翫月 중추전일석완월 奇大升 기대승
중추절 하루 전 밤에 달을 구경하다
月擬來宵好 월의래소호
내일 밤에 달이 더 아름답겠지만
吾先今夕遭 오선금석조
나는 오늘 밤에 먼저 보게 되었네
纔升半壁許 재승반벽허
울타리에 겨우 반쯤 오르나 싶더니
已復一輪高 이부일륜고
이미 다시 둥글게 되어 높이 솟았네
遷坐明相就 천좌명상취
밝은 곳으로 나아가서 옮겨 앉으니
羣飛影得逃 군비영득도
그림자도 무리지어 날아 피하는구나
望秋惟有此 망추유유차
가을에 바라는 건 오직 이것뿐이니
徹夜敢辭勞 철야감사로
밤을 지새우는 수고를 감히 마다하랴
顥魄將圓夜 호백장원야
하얀 달이 둥글어져 가는 이 밤에
秋筵賞豫遭 추연상예조
가을을 구경하는 자리를 미리 만났네
一般淸影徧 일반청영편
하나같이 맑은 모습을 두루 펼치면서
九分玉輪高 구분옥륜고
구분쯤 찬 옥 같은 달이 높이 솟았네
向曙精應沒 향서정응몰
새벽이 되면 정기도 응당 사라질 텐데
當歡酒豈逃 당환주기도
즐거움을 만나 어찌 술을 피하겠는가
陰晴殊未卜 음청수미복
흐리고 갬을 특별히 점칠 수는 없지만
來夕望仍勞 래석망잉로
내일 저녁에도 구경할 수 있길 바라네
*기대승(奇大升,1527~1572) : 조선 전기 성균관대사성, 대사간, 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명언(明彦), 호는 고봉(高峯)·존재(存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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