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정월 대보름 한시(漢詩)

-수헌- 2022. 2. 14. 19:04

上元夜 石室書院 同諸生觀月 呼韻共賦      金昌協  김창협

상원야 석실서원 동제생관월 호운공부

 

정월 대보름날밤 석실서원에서 제생들과 달을 보며 운을 부르고 함께 짓다

 

不著纖雲萬里天 불저섬운만리천

조각구름 한 점 없는 만리 장천에

放開蟾兎十分圓 방개섬토십분원

대보름 둥근달이 둥실 걸려 있네

山頭扶杖聚村老 산두부장취촌로

산 위에는 단장 짚은 촌로들 모이고

城裏踏橋多少年 성리답교다소년

성안에는 많은 소년들 다리를 밟네

 

蟾兎(섬토) : 달 속에 있다는 금 두꺼비와 옥토끼라는 뜻으로, 달을 달리 이르는 말

 

*김창협(金昌協,1651~1708) : 조선 후기 병조참지, 예조참의, 대사간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중화(仲和), 호는 농암(農巖) 삼주(三洲).

 

 

上元詠月 상원영월     洪汝河 홍여하

정월 대보름에 달을 읊조리다

 

淸宵蟾彩十分姸 청소섬채십분연

둥근 달빛이 곱게 비친 밤이 맑으니

賸作新年第一圓 승작신년제일원

새해 첫 보름달이 매우 둥글게 떴네

和氣融光添冷暈 화기융광첨랭훈

화기 어린 빛이 찬 달무리에 더해지니

却憐春月勝秋天 각련춘월승추천

봄 달이 가을 하늘보다 더 어여쁘구나

 

*홍여하(洪汝河,1621~1678) :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 자는 백원(百源), 호는 목재(木齋) 산택재(山澤齋).

 

 

甲辰上元 갑진상원     申欽 신흠

갑진년 정월 대보름에

 

龍鍾三十九 용종삼십구

인생살이 삼십구 년이 불우해도

佳節上元時 가절상원시

좋은 명절 정월 대보름이 되니

柏酒開新釀 백주개신양

새로 빚은 백주를 떠내 오고

桃符飾舊楣 도부식구미

오래된 문 위에 도부를 붙였네

光陰那得駐 광음나득주

세월을 어찌 머물게 할 수 있으랴

世事只堪悲 세사지감비

세상사는 오로지 슬프기만 하네

强作迎春樂 강작영춘악

봄의 즐거움을 억지로 맞이하니

還憐鏡裏絲 환련경리사

거울 속 백발이 다시금 애처롭네

 

※龍鍾(용종) : 시어로 일반적으로 노쇠하여 거동이 느린 모양을 형용할 때 많이 쓰인다.

 

*申欽(신흠,1566~1628) : 조선시대 예조참판, 자헌대부,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경숙(敬叔), 호는 상촌(象村) 현헌(玄軒) 현옹(玄翁) 방옹(放翁).

 

 

上元夜 鬱鬱獨閉 效古意一篇  상원야 울울독폐 효고의일편      李植 이식

대보름날 밤 울적하게 문 닫고 앉아 고의(古意)를 본떠다

 

明月出東北 명월출동북

밝은 달이 동북방에 떠올라서

流光照長安 류광조장안

빛이 퍼져서 장안을 비춰주니

長安遊俠子 장안유협자

장안의 호탕한 한량들은

杯酒相與歡 배주상여환

술잔을 서로 주며 즐거워하네

綺羅艷且鮮 기라염차선

곱고 또 선명한 비단 옷을 입고

淸吹間哀彈 청취간애탄

피리 맑게 불고 슬픈 곡 연주하네

踏橋連袂行 답교련몌행

옷소매 잡고 다니며 다리도 밟고

登樓捲簾看 등루권렴간

누대에 올라가 주렴 걷고 바라보니

九衢平若水 구구평약수

장안 거리 잔잔한 물처럼 잘 닦였네

春風吹不寒 춘풍취불한

봄바람이 불어와 춥지 않으나

但恐良夜盡 단공량야진

다만 좋은 밤 다 가는 것이 두려워

坐歎芳歲闌 좌탄방세란

꽃다운 세월 감을 탄식하며 앉았네

繁華豈不好 번화기불호

번화함을 어찌 좋아하지 않으랴만

眞樂誠獨難 진락성독난

참된 풍류는 혼자 정성만으론 어렵구나

 

九衢平若水(구구평약수) : 九衢(구구)는 도성의 넓은 거리를 뜻하는데, 중국 남조(南朝) 송(宋)의 문학가 포조(鮑照,414 ?~ 466)의 악부시(樂府詩)에 ‘잔잔한 물처럼 잘 닦인 장안 거리 높은 궁궐이 구름처럼 떠 있는 듯. [九衢平若水 雙闕似雲浮;구구평약수 쌍궐사운부]’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차용하였다.

 

*이식(李植,1584~1647) : 조선시대 대사헌, 형조판서,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여고(汝固), 호는 택당(澤堂) 남궁외사(南宮外史) 택구거사(澤癯居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