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창 무르익으니 거리에 조팝꽃과 이팝꽃이 만개하였다. 예전에 이 시기는 보릿고개로 이어지는 춘궁기(春窮期)였는데, 탐스럽게 핀 이 꽃들을 보고 굶주린 백성들이 조밥이나 흰 쌀밥을 연상하였다 한다.
詠黍飯花 영서반화 李奎報 이규보
조팝꽃을 읊다.
俗名黍飯花 細如黍米 然色白未黃 未類黍米 속명서반화 세여서미 연색백미황 미류서미
조팝꽃으로 부르는데 기장처럼 잘지만, 빛이 누르지 않고 희어 기장쌀과 다르다.
花却纖圓色未黃 화각섬원색미황
꽃은 잘고 둥글어도 누른빛이 아니라서
較他黍粒莫相當 교타서립막상당
기장 알과 견주어보니 서로 같지 않구나
此名休爲饞兒說 차명휴위참아설
이 이름 굶주린 아이에게 알려주지 말게
貪向林中覓飯香 탐향림중멱반향
밥 냄새를 찾아서 숲 속을 향해 갈 테니
稷粥稷粥 직죽 직죽 梁慶遇 양경우
煎稷作粥也不惡 전직작죽야불오
피를 끓여 죽을 쑤어도 나쁘지 않으니
去年失秋民苦飢 거년실추민고기
지난해 흉년 들어 백성들이 굶주려서
茹草不辭況稷粥 여초불사황직죽
푸성귀도 마다않는데 하물며 피죽이랴
粟飯花稻飯花喫不得 속반화도반화끽부득
조팝꽃 이팝 꽃은 먹을 수도 없는데
汝呼稷粥復何益 여호직죽부하익
네가 피죽을 외친 들 무슨 소용 있으랴
里胥手持官帖來 이서수지관첩래
마을 아전이 손에 들고 온 장부책에는
租稅之徵多色目 조세지징다색목
조세를 거두는 데 항목도 많구나
嗚呼稷粥充腸不可得 오호직죽충장불가득
아 피죽으로도 배를 채우지 못하는데
民家租稅從何出 민가조세종하출
백성들의 집에 조세가 어디서 나오랴
※稷粥(직죽) : 피[稷] 죽이라는 뜻이나, 직박구리 새를 말한다. 옛 문헌에 제호로(提葫蘆) 제호(提壺) 직죽(稷粥) 호로록(葫蘆祿) 등으로 전해 오는데, ‘호로로피죽’하는 울음소리가 멀건 피죽을 호로록 마시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주로 춘궁기에 울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粟飯花稻飯花(속반화도반화) : 속반화(粟飯花)는 조팝나무의 꽃을 말하고, 도반화(稻飯花)는 이팝나무의 꽃을 말한다.
*양경우(梁慶遇, 1568~1629) : 홍문관 교리와 봉상시 첨정을 지낸 문신. 자는 자점(子漸), 호는 제호(霽湖) 점역재(點易齋) 요정(寥汀) 태암(泰巖). 임란 의병장 양대박(梁大樸)의 아들로 아버지와 함께 의병 활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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