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次坡翁和陶貧士詩韻 其五 (차파옹화도빈사시운 기오) - 李敏求 (이민구)

-수헌- 2026. 3. 12. 15:30

 次坡翁和陶貧士詩韻 其五   차파옹화도빈사시운 기오     李敏求   이민구  

파옹이 지은 화도빈사 시의 운자에 맞춰 짓다.

 

陶然一醉眠 도연일취면

느긋하게 취하여 잠이나 잘 뿐

外此不相干 외차불상간

이 밖에는 아무것도 상관 않네

嗟哉口與腹 차재구여복

입과 더불어 배를 탄식하노니

負汝食爲官 부여식위관

먹어야 하는 너희를 저버렸구나

結髮從善宦 결발종선환

젊은 시절 좋은 벼슬에 있었지만

常愧竊素餐 상괴절소찬

녹만 축내는 신세가 부끄러웠네

故茲臨老日 고자임노일

그래서 지금 늘그막이 되고 보니

顑頷傷歲寒 함함상세한

추운 세밑에 굶주림에 상심하네

唯有烈士腸 유유렬사장

다만 열사의 마음은 남아 있어

不摧壯夫顏 불최장부안

장부의 안색은 꺾이지 않았구나

棄置勿復道 기치물부도

버려두었으면 다시 말하지 말라

泯然長閉關 민연장폐관

오래도록 문을 닫고 사라지리라

 

※結髮(결발) : 관례를 할 때 머리를 묶고 갓을 쓰는 것, 곧 어른이 됨을 말한다. 또 모공(毛公)의 시전(詩傳)에는 총각은 머리카락을 묶는 것〔結髮〕이라고 하였고, 내칙(內則)의 정주(鄭註)에도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묶는 것 〔收髮結之〕’으로 총각을 해석하였다. 여기서는 총각이나 어른이 되어서부터 라는 의미로 젊은 시절이라는 의미로 쓰인 듯하다.

※素餐(소찬) : 소찬(素餐)은 시위소찬(尸位素餐)의 준말로, 자격도 없이 벼슬자리를 차지하고 국록만 축낸다는 뜻이다.

 

<東坡 原韻>

和貧士七首   화빈사칠수     蘇東坡   소동파

영빈사 칠 수를 화운하다.

 

其五

貧居寡人事 빈거과인사

가난하게 사니 번거로운 일이 적어

閉門長自安 폐문장자안

문 닫고 있어도 오래도록 편안하네

鳥鳴深樹裡 조명심수리

새들은 깊은 나무속에서 울어대고

日照小窗寒 일조소창한

햇빛이 조금 비치는 창은 차갑구나

書卷時開讀 서권시개독

때때로는 책을 펼쳐서 읽고

琴聲偶自彈 금성우자탄

가끔은 스스로 거문고를 타며

悠悠千載意 유유천재의

유유히 천년을 전해온 뜻을

付與白雲看 부여백운간

흰 구름에게 맡기고 바라보네

世路多險艱 세로다험간

세상의 길은 험하고 어려우나

吾生本自閑 오생본자한

나의 삶은 본래부터 한가하니

何須求富貴 하수구부귀

어찌 부귀를 구할 필요 있으랴

清風滿故山 청풍만고산

맑은 바람이 고향 땅에 가득한데

 

※故山(고산) : 자기(自己)가 태어나서 자란 곳. 고향(故鄕)

 

 

<陶淵明 原韻>

詠貧士 其五   영빈사 기오     陶淵明   도연명

가난한 선비를 노래하다.

 

袁安困積雪 원안곤적설

원안은 쌓인 눈에 갇혀 괴로워도

邈然不可干 막연불가간

막연히 구걸해서는 안된다 했네

阮公見錢入 완공견전입

완공은 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卽日棄其官 즉일기기관

그날로 그 벼슬을 그만두었네

芻藁有常溫 추고유상온

풀과 짚에는 항상 따뜻함이 있고

採莒足朝餐 채거족조찬

토란을 캐면 아침 식사가 되니

豈不實辛苦 기불실신고

어찌 정말로 괴롭지 않으리오만

所懼非飢寒 소구비기한

두려운 건 기아와 추위가 아니네

貧富常交戰 빈부상교전

가난은 부귀와 늘 서로 싸우지만

道勝無戚顔 도승무척안

정도가 이기니 슬픈 기색이 없네

至德冠邦閭 지덕관방려

지극한 덕행은 나라에 으뜸이요

淸節映西關 청절영서관

청렴과 절개는 서관을 비추었네

 

※袁安(원안) : 원안(袁安)은 후한(後漢)의 명상(名相) 원안(袁安)다. 낙양(洛陽)에 폭설(暴雪)이 내려 집집마다 사람들이 눈을 치우러 나오고 먹을 것이 없어 구걸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때 낙양 영(洛陽令)이 성안을 시찰하다가 원안(袁安)의 집에 이르러 차가운 방 안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그를 보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큰 눈이 내려 사람들이 모두 굶어 죽는 판인데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옳지 않다. [大雪人皆餓 不宜干人]’ 한 고사가 있다.

※阮公見錢入(완공견전입) : 완공(阮公)이 누구인지는 불명확하나, 뇌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관직을 사임한 청렴한 현인(賢人)인 듯하다. 여기서 돈[錢]은 뇌물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