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戊戌元日 (무술원일) - 李奎報 (이규보)

-수헌- 2026. 2. 15. 11:06

戊戌元日   무술원일     李奎報   이규보  

무술년 설날에

 

正朝拜賀禮皆刪 정조배하례개산

설날 아침 세배받는 일 모두 없애버린 건

只爲殘身自要安 지위잔신자요안

다만 노쇠한 몸이 편하려고 한 것 뿐이라

門外雀羅方可設 문외작라방가설

문밖에다 참새 잡는 그물을 쳐야 하는데

如何賓客立盤桓 여하빈객립반환

어찌하여 손님들이 찾아와서 서성이는가

 

嗜睡輕抛守歲宵 기수경포수세소

잠을 즐겨 그믐밤 수세도 가벼이 포기하고

日高猶臥放長謠 일고유와방장요

해 높이 뜨도록 누워서 오랫동안 읊조렸네

如今時得閑中詠 여금시득한중영

이제야 한가하게 시를 읊을 수 있으니

風雪天寒免會朝 풍설천한면회조

눈바람 부는 추운 날 조회도 면하겠네

<是日有雪 시일유설

이날 눈이 내렸다.>

 

※門外雀羅(문외작라) : 문밖에 참새 잡는 그물을 펼쳐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적막한 상황.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적공(翟公)이 정위(廷尉) 벼슬을 얻자 손님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으나 그가 면직되자 집 안팎이 얼마나 한산했는지 ‘문 앞에 참새 잡는 그물을 쳐 놓아도 될 정도 [門外可設雀羅]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