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에 접어들어 5일이면 어린이날 이면서 절기상으로는 입하(立夏)에 해당한다.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시인 묵객들의 대접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꽃피고 새해가 열리는 봄, 낙엽 지고 오곡 풍성한 가을, 한해가 저물고 세월이 가는 겨울은 노래의 소재로 적합하지만, 유독 여름은 덥고 지루한 장마에 노래할 흥취가 덜했나 보다. 그러나 사가 서거정(四佳 徐居正)은 다른 문사(文士)들에 비해 여름을 주제로 한 시가 많이 남아 있다. 사가 서거정의 여름 시 중에서 초하즉사(初夏卽事)라는 시 한 편 감상해 본다. 이 시는 초여름의 편안한 생활을 읊은 것으로 작자의 여유로운 생활태도를 그대로 잘 드러내 주며, 내용도 평이한 편이다. 初夏卽事 초하즉사 서거정(徐居正) 초여름 날 즉석에서 짓다 濃陰寂寂小樓西 농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