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궤세(饋歲), 별세(別歲), 수세(守歲) - 소식(蘇軾)

-수헌- 2022. 1. 16. 19:23

송나라 때의 문인으로 우리에게 소동파(蘇東坡)로 잘 알려진 소식(蘇軾)은 세모의 풍속에 대하여 1062년 세모에 궤세(饋歲), 별세(別歲), 수세(守)의 연작시 삼수(三首)를 지었다.

 

이 시의 서문에 “세모에 서로가 방문하여 대접하는 것을 ‘궤세(饋歲)’라고 하고, 음력 섣달 그믐날 밤을 집안 식구가 앉아서 술을 마시며 밝히는 풍습을 ‘별세(別歲)’라고 하며, 제야에 자지 않고 날을 밝히는 것을 ‘수세(守)’라고 하는 촉(蜀)의 풍속은 이와 같다. 나는 기산 아래에서 관직에 있으므로 세모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여 세 수를 지어 동생 자유(子由:蘇轍)에게 보낸다 [歲晚相與饋問 爲饋歲 酒食相邀 呼爲別歲 至除夜 達旦不眠 爲 守歲 蜀之風俗如是 餘官於岐下 歲暮思歸而不可得 故爲此三詩以寄子由 (세만상여궤문 위궤세 주식상요 호위별세 지제야 달단불면 위 수세 촉지풍속여시 여관어기하 세모사귀이불가득 고위차삼시이기자유)]라고 기록하였다.

 

饋歲 궤세     蘇軾 소식 

 

農功各已收 농공각이수

저마다 농사일 이미 다 거두고

歲事得相佐 세사득상좌

서로 도우며 새해를 맞이하여

爲歡恐無及 위환공무급

두려워할 일이 없어 기뻐하며

假物不論貨 가물불론화

재화를 따지지 않고 선물을 주네

 

山川隨出產 산천수출산

산천에 따라 나는 산물을 내는데

貧富稱小大 빈부칭소대

빈부에 따라 선물 크기가 달라서

置盤巨鯉橫 치반거리횡

소반 위에 큰 잉어 가로 놓이고

發籠雙兔臥 발롱쌍토와

바구니 여니 토끼 두 마리 누웠네

 

富人事華靡 부인사화미

부유한 사람은 사치를 일삼아서

彩繡光翻座 채수광번좌

앉은자리에 자수무늬가 빛나고

貧者愧不能 빈자괴불능

가난한 이는 능력 없음을 탓하며

微摯出舂磨 미지출용마

절구 찧어 소박한 음식을 내놓네

 

官居故人少 관거고인소

관직에 있는 탓에 친구도 적어

里巷佳節過 이항가절과

마을 거리에서 명절 보내는구나

亦欲舉鄉風 역욕거향풍

또한 고향 풍속을 받들고 싶어

獨唱無人和 독창무인화

홀로 노래해도 화답하는 이 없네

 

饋歲(궤세) : 세모에 서로가 방문하여 선물을 주며 대접하는 풍습. 饋는 선물.

 

 

別歲(별세)      蘇軾(소식)

 

故人適千里 고인적천리

친구가 천리 길 떠나려 하여

臨別尚遲遲 임별상지지

작별하려니 오히려 망설여진다

人行猶可復 인행유가복

사람은 가도 돌아올 수 있지만

歲行那可追 세행나가추

세월 가는 건 어찌 쫓을 수 있나

 

問歲安所之 문세안소지

세월에게 편안한 곳을 물으니

遠在天一涯 원재천일애

멀리 하늘 끝에 있다고 하네

已逐東流水 이축동류수

이미 동으로 흘러간 물을 쫓아도

赴海歸無時 부해귀무시

바다에 가면 돌아올 날이 없네

 

東鄰酒初熟 동린주초숙

동쪽 이웃에서는 술이 막 익었고

西舍彘亦肥 서사체역비

서쪽 집에서는 돼지가 살쪘다니

且為一日歡 차위일일환

잠시 오늘 하루를 즐기면서

慰此窮年悲 위차궁년비

이 해가 다하는 슬픔을 위로해본다

 

勿嗟舊歲別 물차구세별

묵은해 가는 것을 탄식하지 말게

行與新歲辭 행여신세사

새해도 와도 더불어 간다고 하네

去去勿回顧 거거물회

가고 또 가는 것을 돌아보지 말게

還君老與衰 환군노여쇠

그대에게 노쇠함만 돌려줄 터이니

 

別歲(별세) : 제야에 집안 식구가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밤을 밝히는 풍습.

 

 

守歲(수세)     蘇軾(소식)

제야(除夜)에 자지 않고 날을 밝히다

 

欲知垂盡歲 욕지수진세

한 해가 다함을 알고자 하는 것은

有似赴壑蛇 유사부학사

산골짜기에 가는 뱀과 같다네

修鱗半已沒 수린반이몰

뱀의 반이 이미 사라져 버리면

去意誰能遮 거의수능차

가려는 뜻을 그 누가 막겠는가

 

況欲系其尾 황욕계기미

하물며 그 꼬리를 잡아매 두려고

雖勤知奈何 수근지내하

비록 애를 쓴들 어찌할 수 없다네

兒童強不睡 아동강불수

아이들은 억지로 잠들지 않으려고

相守夜讙譁 상수야환화

시끄럽게 떠들며 서로 밤을 지키네

 

晨雞且勿唱 신계차물창

장차 새벽닭은 울지를 마라

更鼓畏添撾 경고외첨과

경고를 또 칠까 두렵구나

坐久燈燼落 좌구등신락

등잔불 꺼지도록 오래 앉았다가

起看北斗斜 기간북두사

일어나 북두성 보니 기울었구나

 

明年豈無年 명년기무년

내년엔들 어찌 나이 먹지 않으랴만

心事恐蹉跎 심사공차타

헛되이 세월만 보낼까 걱정이라네

努力盡今夕 노력진금석

오늘 밤만 힘을 다해 애쓴다면

少年猶可誇 소년유가과

아직도 젊었다고 자랑할 만하네

 

(수세) : 제야에 자지 않고 날을 밝히는 풍습.

更鼓(경고) : 시각을 알리는 북. 하룻밤을 5경(更)으로 나누어 초경(初更) 이경(二更) 삼경(三更) 사경(四更) 오경(五更)의 시간을 알리기 위해 치는 북.

北斗斜(북두사) : 북두칠성이 기울다. 이미 한밤중이 지났음을 말함.

蹉跎(차타) : 세월을 헛되이 보내다. 일을 이루지 못하고 나이만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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