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15

寒食感子推事 (한식감자추사) - 李奎報 (이규보)

寒食感子推事 한식감자추사 李奎報 이규보 한식날 개자추의 고사에 감탄하다 衆鱗化雲雨 중린화운우 모든 미물이 두터운 은택을 받는데 一蛇不與爭 일사불여쟁 뱀 한 마리는 함께 다투지 않았네 未見恩波潤 미견은파윤 임금의 은택을 받아 보지 못하고 反爲燥炭烹 반위조탄팽 도리어 불에 타서 숯이 되었구나 綿山山上火 면산산상화 면산 산마루까지 타오른 불길은 已忍焚人英 이인분인영 뛰어난 인재를 태워 죽여 버렸네 胡不放神燄 호불방신염 어찌 놓아주지 않고 불을 질러서 焚滅千載名 분멸천재명 천년을 전하는 이름을 태워버렸나 遂使後代人 수사후대인 마침내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聞名輒傷情 문명첩상정 문득 이름 듣고 마음 아프게 하네 每至百五辰 매지백오진 해마다 한식일이 다가 오며는 萬屋禁煙生 만옥금연생 모든 집에 연기 나는 것을 금하니..

淸明日寒食 (청명일한식) - 李敏求 (이민구)

淸明日寒食 청명일한식 李敏求 이민구 청명일이 한식과 겹치다 碧草淸明節 벽초청명절 청명절이 되어 풀빛은 푸르고 靑林杜宇聲 청림두우성 푸른 숲에는 두견새 울어대는데 凄涼三尺土 처량삼척토 처량하게도 석 자 되는 선영에 斷絶百年情 단절백년정 백 년의 정성이 끊어졌구나 骨肉松楸阻 골육송추조 골육들 무덤마저 막혀 있으니 君親涕淚傾 군친체루경 군친 생각에 눈물 줄줄 흐르네 虛齋過寒食 허재과한식 빈 집에서 한식이 지나가는데 斜日照窓楹 사일조창영 저무는 해가 창과 기둥을 비추네 ※三尺土(삼척토) : 석자 정도의 땅이라는 의미로 무덤을 말한다. 여기서는 선영(先塋)을 의미한다. ※斷絶百年情(단절백년정) : 성묘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松楸(송추) : 소나무와 가래나무로 이들을 묘역(墓域)에 많이 심는다 하여 선대 무덤의 ..

淸明雪 (청명설) - 李穀 (이곡)

淸明雪 청명설 李穀 이곡 청명(淸明)에 내리는 눈 雪入春分省見稀 설입춘분성견희 춘분에 들어서면 눈을 보기 드물다는 今年已賦雪堂詩 금년이부설당시 설당의 시를 금년에 이미 읊었었는데 東風御柳經寒食 동풍어류경한식 동풍에 한식을 갓 지난 궁중의 버들이 頃刻花開此一時 경각화개차일시 갑자기 지금 한꺼번에 눈꽃을 피웠네 春樹無花雪有花 춘수무화설유화 봄 나무에 꽃은 없고 눈꽃이 피었으니 淸明天氣未應和 청명천기미응화 청명의 천기엔 당연히 어울리지 않네 侯家醉耳寧聞此 후가취이녕문차 술 취한 귀족들의 귀에는 어찌 들릴까 凍死流民骨又多 동사류민골우다 얼어 죽은 유민의 뼈가 또 많다는 말이 ※雪入春分省見稀(설입춘분성견희) : 소식(蘇軾)의 시에 ‘춘분에 들어서면 눈도 보기 드문데, 반쯤 핀 도리가 눈의 위세를 견디지 못하누나...

逢淸明節感懷 (봉청명절감회) - 申欽 (신흠)

逢淸明節感懷 봉청명절감회 申欽 신흠 청명절을 만나 감회를 쓰다 林鳩相喚燕泥融 임구상환연니융 숲 비둘기 서로 찾고 제비 진흙 녹았는데 客裡淸明幾度逢 객리청명기도봉 떠도는 중에 청명절을 몇 번이나 만났던가 山雨乍添花朶膩 산우사첨화타니 산에 잠깐 내린 비에 꽃송이가 탐스럽고 溪煙初起柳陰濃 계연초기류음농 시내에 안개 일자 버들 그늘이 짙어지네 床頭簾捲香雲皺 상두렴권향운추 주렴 걷힌 책상 앞엔 고운 구름 피어나고 庭畔人稀石髮封 정반인희석발봉 인적 없는 마당가에는 돌에 이끼 덮였네 休遣年華催旅恨 휴견년화최려한 빨리 가는 세월이 나그네 한을 재촉하니 半生蕭瑟坐龍鍾 반생소슬좌룡종 반평생을 쓸쓸히 앉아 늙어 가는구나 ※燕泥融(연니융) : 연니(燕泥)는 제비가 집을 지을 진흙을 말하는데, 진흙이 녹았다 함은 추위가 풀려 ..

和陶詩 止酒 (화도시 지주) - 申欽 (신흠)

止酒 지주 申欽 신흠 和韻 喧則必有靜 훤칙필유정 시끄러우면 반드시 고요가 있고 動則必有止 동칙필유지 움직이면 반드시 그칠 때도 있지 簪纓止於外 잠영지어외 벼슬은 밖에서 끝나는 것이지만 物欲止於裏 물욕지어리 물욕은 마음속으로 끊어야 하네 道止孔顔孟 도지공안맹 도는 공자 안자 맹자가 최고이고 書止經史子 서지경사자 서는 경서 사기 제자가 제일이지 止水鑑於人 지수감어인 잠잠한 물은 사람의 거울이 되고 止善誠可喜 지선성가희 선을 다하면 그 아니 기쁘겠는가 放逐得所止 방축득소지 쫓겨나서 머무를 곳을 얻었으니 止止恥再起 지지치재기 예서 그쳐야지 재기하기 부끄럽네 陶翁不止酒 도옹불지주 도연명은 술을 끊지 못하였으나 不止有妙理 불지유묘리 끊지 않은 데 심오한 이치가 있네 底事止觀禪 저사지관선 무슨 일로 관선에 도달하게 ..

和陶詩 飮酒 十九,二十 (화도시 음주 19,20) - 申欽 (신흠)

飮酒 十九 음주 십구 申欽 신흠 古人貴藏器 고인귀장기 옛 분들은 기구를 고이 간직하여서 四十始强仕 사십시강사 나이 사십 되어야 비로소 벼슬했네 榮祿豈肥家 영록기비가 영예와 봉록으로 집을 살찌우지 않고 學道唯爲己 학도유위기 자신을 위하여 오로지 도를 배웠네 夙昔墮塵網 숙석타진망 옛날에 풍진 속에 빠져 들었던 것은 永念良足耻 영념량족치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네 萬死荷君恩 만사하군은 만 번 죽을 사람이 임의 은혜를 입어 全生歸故理 전생귀고리 목숨을 보전하고 고향에 돌아왔으니 息念補前非 식념보전비 모두 잊고 지난날의 잘못을 시정하며 覃經理餘紀 담경리여기 경전에 몰두하며 여생 보내려 했는데 及此關外謫 급차관외적 다시 이 관산 밖으로 유배되었으니 得坎且復止 득감차부지 험한 곳에 있으며 다시 그만둬야겠네 中..

和陶詩 飮酒 十七,十八 (화도시 음주 17,18) - 申欽 (신흠)

飮酒 十七 음주 십칠 申欽 신흠 亭高眺曠野 정고조광야 높은 정자에서 넓은 들판 바라보니 林茂來薰風 임무래훈풍 우거진 숲에서 더운 바람 불어오네 白葛稱暑服 백갈칭서복 여름옷이라 하는 거친 베옷을 입고 嘯傲庭除中 소오정제중 뜰 가운데를 거닐며 유유자적하네 山徑細縈紆 산경세영우 산속의 좁고 구불구불한 오솔길은 樵路僅能通 초로근능통 나무꾼의 길과 겨우 통하였는데 沈吟景已夕 침음경이석 읊조리기에 빠져 이미 밤이 되니 東厂月如弓 동엄월여궁 동쪽 언덕에 활 같은 달이 떴구나 ※嘯傲(소오) : 자유롭게 소요하며 예속의 구애를 받지 않다. 飮酒 十八 음주 십팔 申欽 신흠 鹿失株莫守 록실주막수 사슴 놓치고 나면 등걸 지킬 일 없고 蹄忘兎已得 제망토이득 토끼 잡고 나면 올무도 필요 없겠지 白玉三見刖 백옥삼견월 백옥 때문에 ..

和陶詩 飮酒 十五,十六 (화도시 음주 15,16) - 申欽 (신흠)

飮酒 十五 음주 십오 申欽 신흠 壽春府城南 수춘부성남 수춘부의 성 남쪽에 寥寥數畝宅 요요수무댁 오두막집 한 채가 쓸쓸하구나 圖書盈四壁 도서영사벽 네 벽에는 도서가 가득 찼는데 往哲皆塵迹 왕철개진적 모두 옛 철인들 묵은 자취이네 所嗟世閱人 소차세열인 슬픈 것은 세상사람 살펴봐도 浮生不滿百 부생불만백 덧없는 생이 백세를 못 채우는데 齒搖已脫車 치요이탈차 이 흔들려 잇몸에서 빠져나가고 鬢禿全抽白 빈독전추백 귀밑 흰머리 다 빠져 벗겨지도록 浮榮互傾奪 부영호경탈 부질없는 영화를 서로 뺏으려 하니 紛紛何足惜 분분하족석 어수선한 그것을 어찌 아까워하나 ※壽春府(수춘부) : 강원도 춘천(春川)의 옛 지명이다. 상촌(象村)은 1613년 계축옥사에 연루되어 파직되고, 이어 1616년 인목대비에 대한 '폐모론'이 불거지자 ..

和陶詩 飮酒 十三,十四 (화도시 음주 13,14) - 申欽 (신흠)

飮酒 十三 음주 십삼 申欽 신흠 世人若塵沙 세인약진사 세상 사람들이 먼지나 모래알 같아서 擾擾非一境 요요비일경 어지럽고 복잡함이 하나같지 않구나 有似夢中夢 유사몽중몽 꿈속에서 꾸는 꿈같은 것도 있는데 誰復論醉醒 수부론취성 취하고 깨는 것을 누가 따질 것인가 惟哲獨先覺 유철독선각 오직 철인만이 남 먼저 홀로 깨닫고 如衣挈其領 여의설기령 옷깃을 잡아 옷을 바르게 들듯이 微言在簡冊 미언재간책 그들의 뜻깊은 말씀이 책에 실려서 差差劍露穎 차차검로영 칼의 끝이 조금씩 다른 것과 같구나 儀鳳千仞翔 의봉천인상 봉황이 천 길을 높이 날아가듯이 苞文本自炳 포문본자병 그 문체는 둘러싸도 절로 빛나네 ※夢中夢(몽중몽) : 꿈속의 꿈이라는 뜻으로, 이 세상의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飮酒 十四 음주 십사 申欽 신흠 今..

和陶詩 飮酒 十一,十二 (화도시 음주 11,12) - 申欽 (신흠)

飮酒 十一 음주 십일 申欽 신흠 誰謂陶淵明 수위도연명 누가 도연명을 이렇게 말하는가 未必能達道 미필능달도 반드시 도를 통달하지는 않았으며 淸風北窓下 청풍북창하 시원한 바람 부는 북창 아래에서 高臥自送老 고와자송로 덩그렇게 누워 노경을 보냈다고 戰勝身自肥 전승신자비 싸움에 이기면 몸이 절로 윤택하고 節樹名不槁 절수명불고 절개를 세우면 이름 마르지 않는데 人生百歲間 인생백세간 사람이 태어나서 백 년 동안에 奚醜復奚好 해추부해호 무엇이 추하고 무엇이 좋다던가 九鼎棄路傍 구정기로방 구정이 길 가에 버려져 있다 해도 睨視未爲寶 예시미위보 흘겨보고 보물로 안 여길 것이며 素琴本無絃 소금본무현 소금에 원래 줄이 없다 하더라도 神遊萬物表 신유만물표 만물을 드러내어 정신으로 놀리라 ※淸風北窓下(청풍북창하) 高臥自送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