蓀谷詩集卷之三 五言律 (8)
贈僧普元西歸 증승보원서귀
서쪽으로 돌아가는 보원 스님에게 주다
患氣妨宵臥 환기방소와
환기가 밤잠을 설치게 하니
高樓聽曙鍾 고루청서종
높은 누각에서 새벽 종소리 듣네.
逢僧身自適 봉승신사적
스님을 만나 몸이 절로 편했는데
向俗事多慵 향속사다용
속세에 가면 귀찮은 일 많으리라
落葉迷行逕 낙영미행경
낙엽은 가는 길을 헷갈리게 하고
孤舟杳去蹤 고주묘거종
외로운 배는 지난 자취 아득하네
西歸問法日 서귀문법일
서쪽에 돌아간 날 불법을 배우며
棲息定何峯 서식정하봉
어느 봉우리를 정하여 지내시려나
※患氣(환기) : 두보(杜甫)의 시에서 호흡기 질환을 환기(患氣)라고 하였다. 주석에는 폐병이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기침이 나는 병 정도로 이해된다.
※高樓聽曙鍾(고루청서종) : 원문(原文)에서 曙(새벽 서)는 暑(더울 서)로 되어 있으나, 문맥상 曙(새벽 서)의 오기(誤記)인 듯하여 고쳤다.
※問法(문법) : 불법을 물음. 불교의 교리를 공부함.
靑鶴洞 청학동
絶壑嵐陰重 절학람음중
깎아지른 골짜기 남기 그늘이 짙고
深山古木平 심산고목평
깊은 산속 고목들은 가지런하구나
欲招王子晉 욕초왕자진
주나라 왕자 진을 불러오게 하려고
時喚董雙成 시환동쌍성
때를 맞추어 동쌍성을 부르는구나
松露翻靑鶴 송로번청학
소나무 이슬에 청학이 날개를 치고
巖霞繞赤城 암하요적성
노을은 성처럼 바위를 붉게 둘렀네
如逢綠髮叟 여봉록발수
만약 검은 머리 노인 만나게 되면
再拜問長生 재배문장생
두 번 절하고 장생술을 물어야지
※王子晉(왕자진) : 왕자진(王子晉)은 주 영왕(周靈王)의 태자인데, 생황을 잘 불어서 봉황 울음소리까지 냈다고 한다. 영왕(靈王)에게 간언을 하다 천민이 되었는데. 훗날 신선이 되어 백학을 타고 인간 세상에 잠깐 내려와 구산(緱山)에서 가족을 만나고, 생황을 불다가 며칠 뒤 다시 백학을 타고 날아갔다고 한다.
※董雙成(동쌍성) : 선녀인 서왕모(西王母)의 시녀로, 옥생(玉笙)을 잘 불었으며 서왕모가 한 무제(漢武帝)의 궁중에 내림(來臨)하여 무제와 함께 연음(宴飮)할 적에 그에게 명하여 옥생을 불게 했다는 고사가 있다. 단약(丹藥)을 만들어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옥소(玉簫)를 불며 떠났다고 한다.
※綠髮叟(녹발수) : 머리 검은 늙은이로 신선을 말한다. 신선은 늙어도 머리가 검다고 한다.
佛日菴 贈因雲釋 불일암 증인운석
불일암 인운스님께 드리다.
鶴逕通眞界 학경통진계
학이 진계로 가는 지름길을 통하여
玄都訪紫壇 현도방자단
신선 세계의 자단을 찾아서 왔더니
蒼巖懸瀑瀉 창암현폭사
푸른 바위엔 폭포가 걸려 쏟아지고
碧殿午鍾殘 벽전오종잔
푸른 전각엔 낮 종소리가 남아있네
洞秘三珠樹 동비삼주수
골짜기에는 삼주수가 숨겨져 있고
囊留九轉丹 낭류구전단
주머니 속에는 구전 단약이 있으니
如聞芝蓋過 여문지개과
지개 지나가는 소리 들리는 듯하여
空外玉簫寒 공외옥소한
하늘 밖의 옥퉁소 소리 쓸쓸하구나
※眞界(진계) : 참된 세계란 뜻으로 주로 사찰이나 도관(道館)을 가리킨다.
※玄道(현도) : 도가(道家) 또는 노장학(老莊學)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신선이 사는 세상을 의미한다.
※紫壇(자단) : 도교에서 상제(上帝)에게 제사드리는 제단(祭壇)이다.
※三珠樹(삼주수) : 전설에 나오는 나무로, 염화(厭火)의 북쪽 적수(赤水)의 위에서 자란다는 신선 세계의 나무인데, 잣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잎이 전부 구슬로 되어 있다고 한다.
※九轉丹(구전단) : 아홉 번 제련한 단약(丹藥), 이를 복용하면 3일 만에 신선이 된다고 한다.
※芝蓋(지개) : 영지(靈芝) 모양의 수레 덮개라는 뜻으로, 신선이 타고 있는 수레를 형용한 말이다.
雙溪寺 쌍계사
洞裏雙溪寺 동리쌍계사
골짜기 안에 있는 쌍계사에는
雙溪對石門 쌍계대석문
두 시내와 석문이 마주하였네
山開赫居世 산개혁거세
사찰은 신라시대에 열렸는데
水接武陵源 수접무릉원
물은 무릉도원에 이어졌구나
靑鶴巢猶古 청학소유고
청학 둥지는 예전 그대로이고
丹砂井未渾 단사정미혼
단사 빚던 샘물도 아직 맑구나
孤雲碑尙在 고운비상재
고운의 비석이 아직 남아 있어
讀罷一銷魂 독파일소혼
읽고 나니 혼이 사라지는 듯하네
※石門(석문) : 동구(洞口)에 두 개의 바위가 마치 문처럼 서서 대치하고 있는데,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선생이 손수 동쪽 바위에 쌍계(雙溪)라고 새기고, 서쪽 바위에 석문(石門)이라고 새겼다.
※孤雲碑(고운비) : 쌍계사(雙溪寺)에는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직접 짓고 쓴 진감선사탑비(眞鑑禪師塔碑)가 남아 있는데, 국보 제47호로 지정되어 있다.
贈道義上人 증도의상인
도의 스님에게 주다
東嶺隨緣住 동령수연주
인연 따라 동쪽 고개에 머물며
南宗熟道機 남종숙도기
남종의 도리와 기틀을 익히며
翻經閉室久 번경폐실구
방문 닫고 오랜 불경 번역에
掛衲下山稀 괘납하산희
장삼 걸치고 하산한 적 드무네
林磴鳥初宿 임등조초숙
숲 비탈길 새는 비로소 잠들고
洞門春欲歸 동문춘욕귀
동문에는 봄이 저물어 가는데
溪頭好相送 계두춘욕귀
시냇가에서 서로 전송하려 하니
花露濕禪衣 화로습선의
꽃의 이슬이 선승의 옷을 적시네
※南宗(남종) : 불교 선종(禪宗)의 한 종파. 중국 당나라 때 혜능선사(慧能禪師)에 의해 주로 양자강(揚子江) 이남에서 전파하였기에 남종(南宗)이라 한다. 이에 비해 같은 시기 혜능선사(慧能禪師)의 동문(同門)인 신수선사(神秀禪師)에 의해 주로 양자강(揚子江) 이북에 전파된 선종(禪宗)은 북종(北宗)이라 한다.
到帶方府 示府伯 도대방부 시부백
대방부에 이르러 부백에게 보이다
東土辭貧業 동토사빈업
동쪽 땅의 가난한 생업을 떠나
南鄕作遠遊 남향작원유
멀리 남쪽 고을로 유람을 왔네
春陰垂野樹 춘음수야수
들판 숲에는 봄 그늘 드리우고
暮色上城樓 모색상성루
성루 위에는 황혼이 짙어가네
行世有難策 행세유난책
살기 어려워도 계책은 있는데
在生無善策 재생무선책
살아감에 좋은 대책이 없구나
誰能一斗酒 수능일두주
누가 능히 한 말 술을 보내어
送我瀉離愁 송아사이수
나에게 이별 수심을 풀게 할까
※帶方府(대방부) : 대방帶方)(은 전라도 남원(南原)의 옛 이름이다. 동쪽인 강원도 원주(原州) 손곡(蓀谷)에 묻혀 살던 이달(李達)이 남쪽 고을 남원으로 놀러 가서 지은 시이다.
龍成酬唱 용성수창
용성에서 시를 주고 받다
洛下不得見 낙하부득견
서울에서는 만나볼 수가 없으니
相逢春後期 상봉춘후기
봄이 지난 뒤에 만나기를 기약했네
南來作客久 남래작객구
나그네 되어 남으로 온지 오래인데
擧目無親知 거목무친지
눈 들어봐도 친근한 사람이 없구나
煙起水橋暝 연기수교명
안개 일어나 강물의 다리는 어둡고
露重花枝卑 노중화지비
이슬이 무거워 꽃가지가 늘어졌네
聚散莫可數 취산막가수
모이고 헤어짐을 가히 셀 수 없으니
悠悠長別離 유유장별리
아득하게 먼 이별이 길기만 하구나
※洛下(낙하) : 낙양(洛陽) 땅이라는 뜻이나. 전하여 도성, 서울, 한양(漢陽)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安州地 奉送具大諫還朝 안주지 봉송구대간환조
안주 땅에서 조정으로 돌아가는 구대간을 전송하며
久客淹關外 구객엄관외
오랜 나그네로 시골에서 머무르며
蕭然閉草廬 소원폐초려
외로워 작은 초가집 문을 닫았네
多慚諫議長 다참간의장
때마침 부끄럽게도 간의 어른께서
却問老人居 각문로인거
도리어 늙은이 사는 곳을 물으시네
極浦潮生後 극포조생후
포구에 세차게 밀물이 밀려온 뒤에
高峯日上初 고봉일상초
높은 봉우리에 햇살이 솟아오르니
秦中有歸使 진중유귀사
진중으로 돌아가는 사신이 있어
時寄數行書 시기수행서
때맞추어 두서너 줄의 글을 부치네
※大諫(대간) : 사헌부(司憲府)와 사관원(司諫院)의 관원.
※諫議(간의) : 임금님께 간하여 정치에 대해 논의함. 여기서는 그 관원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秦中(진중) : 진중(秦中)은 진(秦) 나라의 도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한양을 가리킨다.
踏靑日 示坐忘 답청일 시좌망
답청일에 좌망하며 보다
久病逢佳節 구병봉가절
오랫동안 앓다가 좋은 계절을 만나서
高樓對晩晴 고루대만청
높은 다락에서 개인 저녁을 마주하니
閑雲度峯影 한운도봉영
한가한 구름은 봉우리 그림자 건너고
好鳥隔林聲 호조격림성
아름다운 새는 멀리 숲에서 우는구나
地勢偏猶敞 지세편유창
지세는 치우쳤어도 오히려 널찍하고
江流遠復平 강류원복평
강은 멀리 흘러가서 다시 편평하구나
長安不可望 장안불가망
장안은 바라보아도 볼 수가 없으니
時詠麗人行 시영려인행
때때로 두보의 여인행을 읊어보네
※踏靑日(답청일) : 답청절(踏靑節)은 음력 3월 3일, 삼월 삼짇날을 말한다. 이날 들에 나가 파랗게 난 풀을 밟으며 즐기는 풍속이 있었다.
※ 坐忘 (좌망) : 정좌하여 현재의 세계를 잊고 잡념을 버려 무아의 경지에 들어감
※麗人行(여인행) : 두보가 삼월 삼짇날 봄놀이 나온 양귀비의 미모를 묘사한 시.
錄示坐忘 녹시좌망
좌망하며 적어 보다
客裏身全老 객리신전로
객지에 있는 동안 몸은 다 늙고
愁中鬢已華 수중빈이화
시름 속에 귀밑털 이미 세었구나.
冥冥春意少 명명춘의소
음침한 날씨에 봄 정취 줄어들고
慘慘暮寒多 참참모한다
암담한 저녁엔 추위가 심해지네
鄕國山川阻 향국산천조
시골 고향은 산과 내에 막혔어도
流年節序過 류년절서과
가는 세월 계절은 차례로 지나네
更添衰病甚 경첨쇠병심
몸은 더욱 쇠하고 병은 깊어져서
歸計正蹉跎 귀계정차타
돌아갈 계획조차 곧바로 어긋나네
又 또
旅病誰相問 여병수상문
나그네 병을 그 누가 위문하랴
終朝獨掩門 종조독엄문
아침 내내 홀로 문을 닫았네
斷雲迷磧樹 단운미적수
조각구름 서덜 나무에 헤매고
連雁過江村 연안과강촌
강촌에는 기러기 떼 지나가네
幸此存知己 행차존지기
다행히도 여기에 지기가 있어
因之欲贈言 인지욕증언
한 마디 글을 지어주려 하니
到君賓館日 도군빈관일
그대가 빈관에 이르던 날은
猶似到鄕園 유사도향원
마치 고향 동산에 이른 듯하네
※磧(적) : 서덜. 물속에 모래가 쌓여서 된 섬. 모래톱. 모래사장(강가나 바닷가의 넓고 큰 모래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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