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言排律
次趙松江泂叔詠雪 차조송강형숙영설
송강 조형숙의 영설을 차운하여
蓊雲陰宇內 옹운음우내
흐린 하늘에 구름이 무성하더니
滕六灑風前 등륙쇄풍전
눈발이 바람 앞에서 흩날리는데
點滴纔生地 점적재생지
한두 점 겨우 땅에 떨어지더니
飜崩竟滿天 번붕경만천
거꾸로 무너져 하늘에 가득 차네
投林珠作樹 투림주작수
숲에 던져지면 나무가 진주 되고
經野玉爲田 경야옥위전
들을 지나면 옥구슬 밭이 되네
麋奕疑排拶 미혁의배찰
사슴은 핍박을 밀어내려 주저하며
空濛訝接聯 공몽아접련
큰물처럼 연이어 덮칠까 의심하네
飄組光欲亂 표조광욕란
어지러이 날리면서 크게 빛나고
騷屑細相牽 소설세상견
떠돌며 부서지고 서로 끌리면서도
皎潔元無累 교결원무루
원래 희고 깨끗하여 더럽지 않았고
光明本浩然 광명본호연
본성이 빛나고 밝고 넓고 성대했네
清氷寒喜照 청빙한희조
햇빛 비치어 찬 얼음이 맑아지고
短髮影猜遷 단발영시천
초목 그림자 짧아지니 두려워 지네
欲攝尋梅逕 욕섭심매경
매화 피는 오솔길을 찾고자 하여
思乘訪戴船 사승방대선
대안도 찾아가는 배 탈 생각 했네
蒼茫悲素節 창망비소절
창망한 속에서 가을을 슬퍼하고
蕭索怨调年 소색원조년
쓸쓸함 속에서 저문 해를 원망하며
倘取宜城酒 당취의성주
갑자기 의성주를 가져다가
高歌醉一千 고가취일천
큰 소리로 노래하며 실컷 취하고 싶네
※趙松江 泂叔(조송강 형숙) ; 조선 전기의 문신인 조징(趙澄). 자는 형숙(泂叔)이고, 호는 송강(松江)임, 1566년(명종 21) 문과중시에 을과로 급제한 뒤 장단 부사 삼척 부사 등을 역임하고 첨지 중추부사로 오위장을 겸하였다.
※滕六(등륙) : 중국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설신(雪神).
※思乘訪戴船(사승방대선) : 대(戴)는 진((晉) 나라 때 섬계(剡溪)에 사는 대안도(戴安道)를 말하는데,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가 눈 내리는 달밤에 흥에 겨워 벗 대안도(戴安道)가 생각나서 작은 배를 타고 찾아갔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宜城酒(의성주) : 당나라 때 중국 의성(宜城) 지방에서 생산된 명주(名酒). 의성(宜城)은 지금의 호북 의성(湖北宜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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