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排律(오언배율)

贈花嵒尙宗師 (증화암상종사)

-수헌- 2025. 1. 27. 16:30

贈花嵒尙宗師   증화암상종사 

花嵒宗師大選戊午科 住持四名山 其學長于浮屠 師事者衆 余亦愛其淸且和 數往來於所住蓬萊山之表訓寺 與之論道理 洞然無碍 不啻所謂頗聰明可與語者也 丙寅夏 余在鑑湖 來訪且別曰 我家水城 少喪母 塋于峴山之麓 有老父在水城 今將往覲 因投洛山觀觀音 上雪▣入花嵒 欲將老焉 余尤愛其托迹空門 而內有實行 眞可謂墨而儒者也 嵒師名尙珠 字圖映 種桃嵒居 以自號云

화암종사대선무오과 주지사명산 기학장우부도 사사자중 여역애기청차화 수왕래어소주봉래산지표훈사 여지론도리 동연무애 불시소위파총명가여어자야 병인하 여재감호 래방차별왈 아가수성 소상모 영우현산지록 유로부재수성 금장왕근 인투락산관관음 상설▣입화암 욕장로언 여우애기탁적공문 이내유실행 진가위묵이유자야 암사명상주 자도영 종도암거 이자호운

화암종사는 무오년 과거에 뽑혔는데 명산 네 곳의 주지였다. 부처님을 오랫동안 공부하여 스승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 또한 그 맑고 온화함을 좋아하여 거주하고 있는 봉래산 표훈사에 여러 번 왕래하였다. 더불어 도리를 논함에 거리낌 없이 명료하고 뿐만 아니라 몹시 총명하여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병인년 여름에 내가 감호에 있을 때 찾아와서 잠깐 말을 나누었는데, 나의 집이 수성이어서 어릴 때 모친을 잃고 무덤을 현산 기슭에 모셨는데, 노부가 수성에 있어 지금 뵈러 가려고 한다고 했다. 관음보살을 보고 낙산사에 머물러 의지하며 화암이 설악에 들어가서 노년을 준비하였다. 나도 불교[公門]에 의탁함을 매우 좋아하여 실행할 마음이 들었다. 진실로 먹물이 든 선비라 할 수 있다. 화암 종사의 이름은 상주이고 자는 도영이고 종도암거라고 자호하였다.

 

去國江關遠 거국강관원

고향을 떠나 산천을 멀리 떠도니

辭家歲月賒 사가세월사

집을 떠나온 세월이 아득하구나

花嵒近榟社 화암근재사

화암은 고향 근처에서 지내면서

法號寄禪科 법호기선과

선과에 합격하여 법호를 받았네

降苾招靈母 강필초령모

향풀을 내려 모친의 혼령을 부르고

將蔬薦老爸 장소천로파

늙은 아버지께 채소를 올리려 하니

峯雲留貝葉 봉운류패엽

봉우리 구름은 패엽이 머문 듯하고

海月印楞華 해월인능화

바다의 달은 능화를 찍은 듯하구나

林藪應朝市 임수응조시

우거진 숲에는 시정이 서로 응하니

頭陀是洛迦 두타시락가

불도를 닦는 이곳이 낙가산이구나

多君儒者釋 다군유자석

그대는 선비이면서 부처가 되었는데

吾不與如何 오불여여하

나는 따를 수 없으니 어찌해야 하나

【上雪▣入花嵒의 ▣은 원문이 흐릿하여 식별이 어려우나 악(嶽)자와 유사하고 문맥이 통하여 악(嶽)으로 판독하였다.】

 

※花嵒宗師(화암종사) : 조선 명종(明宗)~선조(宣祖) 때의 승려. 명종 때 과거에 입격하고 네 곳의 명산(名山)에서 주지(住持)를 지냈으며, 양사언(楊士彦) 등과 교유하였다 한다.

※水城(수성) : 강원도 고성군 간성(杆城)의 옛 지명.

※禪科(선과) : 조선시대, 예조에서 승려에게 도첩을 내려 줄 때 보이던 과거.

※貝葉(패엽) : 옛날 인도에서 철필로 불경의 경문을 새기던 다라수의 잎.

※朝市(조시) : 조정(朝廷)과 시정(市井)을 아울러 이르는 말.

※頭陀是洛迦(두타시낙가) : 두타(頭陀)는 속세의 번뇌를 끊고 청정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을 말하고. 낙가(洛迦)는 관음보살이 상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보타낙가산(補陀洛迦山)을 말한다. 서문에 나오는 낙산사(洛山寺)도 보타낙가산(補陀洛迦山)에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