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평양을 지나며 - 四溟大師(사명대사)

-수헌- 2022. 11. 26. 10:14

過西都 과서도 

서도를 지나면서

 

國破山河王氣殘 국파산하왕기잔

나라가 망하고 산하에 왕기도 무너지니

天孫何處白雲間 천손하처백운간

천손은 흰 구름 속 어느 곳에 있는가

只今宮漏秋鐘歇 지금궁루추종헐

이제 궁궐에 세월의 물시계 종이 그쳐도

千古月明江水寒 천고월명강수한

오랜 세월에도 달만 밝고 강물도 차구나

 

清流璧下古今路 청류벽하고금로

청류벽 아래로 예나 지금이나 길이 있어

青草夕陽人去來 청초석양인거래

석양의 푸른 들판에 사람이 오가는구나

欲問千秋興廢事 욕문천추흥폐사

천년 세월의 흥망사를 묻고자 하니

白雲橋畔野花開 백운교반야화개

백운교 부근에 들꽃만 피어 있구나

 

落日孤雲渺南國 낙일고운묘남국

해 질 녘 외로운 구름 남국이 아득하여

羈愁獨上望鄉臺 기수독상망향대

시름에 겨워 홀로 망향대에 올랐네

秋風黃葉不歸去 추풍황엽불귀거

가을바람에 낙엽 져도 돌아가지 못하고

空舘夜聞寒雨來 공관야문한우래

빈 여관에서 밤에 찬 빗소리를 듣는구나

 

再過箕都 재과기도  

다시 기도를 지나다

 

近思丙子重陽日 근사병자중양일

요즈음 병자년 중양일이 생각나서

寒雨獨登浮碧樓 한우독등부벽루

찬 비 내리는 부벽루에 홀로 올랐네

今夕又經長慶路 금석우경장경로

오늘 저녁 또 장경 길을 지나가는데

黃花依舊去年秋 황화의구거년추

국화는 작년 가을과 변함이 없구나

 

※西都(서도), 箕都(기도) : 서도(西都)나 기도(箕都)는 모두 평양의 별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