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에서는 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가 크게 흥행한다고 한다. 왕과 사는 남자는 숙부인 수양대군(首陽大君)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단종(端宗)이 강원도 영월 땅에 유배되어 지낼 때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단종은 조선 왕조에서도 적장자가 왕위를 계승한 몇 안 되는(7명) 왕인데도,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뺏기고 열일곱의 어린 나이로 승하하였기에 당시의 백성들과 후세인에게 연민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사후에는 묘호(廟號)도 받지 못하고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되었다가 숙종 때가 되어서야 단종(端宗)이라는 묘호를 받아 명예 회복하였기에 연민의 정이 더한 것 같다.
당시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육신 성삼문(成三問) 등의 절명시(絶命詩)를 읽으면서, 연전(年前)에 영월로 휴가 갔을 때 청령포(淸泠浦)를 방문한 기억을 되살려 본다.
絶命詩 절명시 成三問 성삼문
擊鼓催人命 격고최인명
북을 치며 목숨을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 회두일욕사
돌아다보니 해는 기울어가네
黃泉無一店 황천무일점
황천길에는 여관도 없다는데
今夜宿誰家 금야숙수가
오늘 밤은 어느 집에서 묵을까
絶命詩 절명시 朴彭年 박팽년
身死何須怨 신사하수원
이 몸이 죽는다고 어찌 원망하랴
忠魂自不亡 충혼자불망
충절의 넋은 진정 죽지 않으리라
他年地下見 타년지하견
훗날 저승에서 다시 뵙게 된다면
無愧我君王 무괴아군왕
임금님께 나 부끄럽지 않으리라
絶命詩 절명시 李塏 이개
一死報君恩 일사보군은
죽어서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니
千秋有令名 천추유령명
천추에 좋은 이름을 남기겠구나
靑山埋白骨 청산매백골
청산에다 백골을 묻게 되었으니
不愧古人情 불괴고인정
옛사람의 뜻에 부끄럽지 않구나
絶命詩 절명시 柳誠源 유성원
男兒秉大節 남아병대절
사나이가 대의와 절개를 지키는데
生死豈須論 생사기수론
어찌 죽고 삶을 굳이 따지겠는가
但使心無愧 단사심무괴
다만 마음이 부끄럽지 않게 하면
千秋照日魂 천추조일혼
천년 뒤에도 해가 넋을 비추리라

단종과 정순황후의 동상

청령포로 들어가는 도선(渡船). 뒤편의 청령포까지 1~2분이면 들어간다.

단종 어소(御所) 입구

어소 입구의 행랑채. 하인이나 궁녀들이 거처하였던 곳.

단종이 거처하였던 어소 (御所)


端廟在本府時遺址(단묘재본부시유지)
영조 39년(1763년) 영조가 손수 글을 써 내려서 비석을 세워 어소의 위치를 알렸다.
전면에는 '단종이 이곳에 계실 때의 옛터이다.
[端廟在本府時遺址]'라는 글이 쓰여있고,
후면에는 '숭정무진기원후삼계미(영조 39년) 가을 울면서 받들어 쓰고
어명에 의하여 원주감영에서 세웠다. 지명은 청령포이다.
[.歲皇明崇禎戊辰紀元後三癸未季秋涕敬書令原營竪石地名淸泠浦]'
라고 쓰여있다.

단종 어소 앞의 굽은 소나무.
마치 어소를 향해 경배(敬拜)하는 듯하다.


淸泠浦禁標碑(청령포금표비)
영조 2년(1726) 단종 유배지에 민간인의 출입을 금하기 위해 세운 禁標碑(금표비).
앞면에는 '청령포금표(淸泠浦禁標)'라고 쓰여있고,
뒷면에는 '동서 삼백척 남북 사백구십척 차후 니생역재당금
[(東西 三百尺 南北 四百九十尺 此後泥生亦在當禁)]',
측면에는 '숭정구십구년'이라고 음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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