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老馬之智(노마지지)

-수헌- 2026. 1. 17. 09:17

2026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지난 2025년은 푸른 뱀[靑蛇]의 해인 을사(乙巳)년으로, 사악한 기운이 떨쳐서 대한민국의 국운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한 해였던 것 같다. 국내적으로 정치는 계엄 사태의 후유증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내란 정국과 특검 정국으로 한해 내내 시끄러웠고, 경제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경기침체, 이에 따른 고물가 고환율로 허덕였으며, 사회적으로는 각종 대형 사고가 빈발하고, 통신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혼란스러웠다. 을사(乙巳)년은 비록 지난해뿐만 아니라 120년 전인 1905년에도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나라의 주권을 상실하고 40년간 치욕의 시대를 보낸 적이 있다. 국제적으로도 무역전쟁과 유럽과 중동 동남아 등지에서 국지적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니, 진정 뱀[蛇]은 사악한 동물인가 보다.

 

새해인 2026년은 말[馬]의 해인 병오년(丙午年)이다. 병오년(丙午年)은 말띠의 해 중에서도 병(丙)이 남방(南方)과 붉은색을 상징하기에붉은말[赤馬]의 해로 불린다. 백마(白馬)의 흰색은 광명 즉, 태양의 상징으로 신성함 위대함을 상징한다. 그래서 신랑이 장가를 들 때 백마를 타고, 북한의 통치자가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며 백두혈통을 과시하기도 한다. 반면 붉은말은 강력한 기운과 에너지를 상징하여 용맹한 장수와 함께 전장(戰場)을 누비는 말로 자주 표현된다.

 

붉은말의 대표적인 말로 한혈마(汗血馬)를 들 수 있다. 한혈마(汗血馬)는 한혈보마(汗血寶馬), 대완마(大宛馬) 천마(天馬) 등으로 불렸는데, 서역(西域)의 대완국(大宛國)에서 생산되는 준마(駿馬)이다. 달릴 때 흐르는 땀이 붉은 털에 젖어서 붉은 피처럼 보인다고 하여 한혈마(汗血馬)로 불렸으며, 한무제(漢武帝)가 수많은 보물을 주고 얻으려 하였으나 얻지 못하자 이광리(李廣利)를 시켜 대완국(大宛國)을 정벌하고 3,000마리의 한혈마(汗血馬)를 잡아 왔다고 한다.

 

삼국지(三國志)에서 관우(關羽)와 함께 전장(戰場)을 누빈 적토마(赤兎馬)도 한혈마(汗血馬)의 혈통으로 알려져 있다. 적토마(赤兎馬)는 낮에 1000리, 밤에 800리를 달렸다고 한다. 원래 동탁(董卓)의 애마였으나, 여포(呂布)를 꾀어오기 위해 여포(呂布)에게 주어졌고, 여포가 조조(曹操)에게 패하여 죽은 뒤에 조조의 손에 들어갔다가,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에게 선물하였다. 그 후 관우를 따라 수많은 전쟁에 참여하여 용맹을 떨쳤다. 관우가 죽은 뒤에는 오(吳) 나라의 손권(孫權)이 마충(馬忠)에게 하사하였으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어 죽음으로써 주인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후한서(後漢書), 삼국지(三國志),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 조만전(曹瞞傳) 같은 기록에 공통적으로 여포가 적토마를 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토마는 실존한 명마임은 확실하다 하겠다.

 

말[馬]은 여러 고사성어(故事成語)에도 등장하여 인간에게 교훈을 준다.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는 인간사에서 재난이나 행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주고,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는 권력에 아첨하여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인간의 간사함이 진(秦) 나라라는 제국을 멸망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또 노마지지(老馬之智)는 늙은 말의 지혜로 전장(戰場)에서 길을 잃은 제(齊) 나라 관중(管仲)의 군사들을 안전하게 고국으로 인도함으로써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고 한다.

 

혼란했던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이 가고, 활기찬 기운을 가진 붉은말의 해 병오년(丙午年)이 되었으니, 어수선했던 을사년의 혼란을 없애고 대한민국이 도약할 수 있도록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지혜를 갖춘 지도자가 나타나 주기를 기대한다.

 

조선 중기 이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용재(容齋) 이행(李荇, 1478~1534)이 자류마 한 필을 새로 사고 그 즐거움을 노래한 시 한 수를 소개한다.  요즘 젊은이가 새 차를 뽑고 좋아하는 모습과 닮았다.

 

詠馬 進退格   영마 진퇴격     李荇   이행

말을 노래하다. 진퇴격.

 

新買紫騮馬 신매자류마

새로이 자류마 한 필을 샀는데

自無靑玉珂 자무청옥가

비록 청옥 말굴레 장식은 없지만

千金那解惜 천금나해석

천금을 준다 해도 어찌 아까울까

萬里未爲賖 만리미위사

만 리 길도 이제 멀지 않을 텐데

蠻草春猶短 만초춘유단

남방의 봄풀도 오히려 모자라고

邊風晩更多 변풍만경다

저물녘 변방 바람은 더욱 많은데

時時振翠鬣 시시진취렵

때때로 푸른 갈기 떨치며 달리니

不必駕瑤車 불필가요거

좋은 수레를 탈 필요가 없겠구나

 

※進退格(진퇴격) : 한시작법(漢詩作法)의 하나로, 한 수의 시에 두 개의 서로 통하는 운자(韻字)를 써서 격구(隔句)로 압운(押韻)하며 지은 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산(刪)과 한(寒)은 서로 통운(通韻)인데 한 편의 시에서 두 운을 번갈아 다는 것을 말한다.

※瑤華車(요화거) : 아름다운 옥으로 장식한 좋은 수레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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