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47

除夕記故事 (제석기고사) - 尹愭 (윤기)

음력 섣달 그믐밤을 제석(除夕)이라 하는데, 제석은 한해의 마지막 밤이므로 예로부터 많은 세시풍속이 행해졌다. 대표적으로 구나(驅儺) 의식을 열고, 새벽에 도소주(屠蘇酒)를 마시는 풍속 등이 그것이다. 또 가족들이 모여 단란한 한때를 즐기는 것도 이날 밤의 한 풍경이다. 또 시인 묵객들이 이날 밤에 한 해를 보내는 소회를 읊은 시가 유난히 많은데,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이것들과 관련된 고사들을 망라하여 제석기고사(除夕記故事)라는 20운 40구에 달하는 칠언장률에 담았다. 除夕記故事 제석기고사 尹愭 윤기 제석일의 고사를 적다 日窮于次星回天¹⁾ 일궁우차성회천 태양이 차례를 다 하고 별은 하늘 돌아오니 將迓新年餞舊年 장아신년전구년 이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려 하네 無那壑蛇難繫尾²⁾ 무나학사난계..

大寒 (대한) - 李瀷 (이익) 外

大寒 대한 李瀷 이익 頸縮涔涔廢夙興 경축잠잠폐숙흥 목 움츠리고 괴로워 일찍 일어나지 않으니 天時知道大寒仍 천시지도대한잉 대한으로 인하여 하늘의 때를 깨달았네 推求巧曆應先卜 추구교력응선복 역수에 밝은 사람은 미리 점쳐 알았겠지만 殿屎愚氓浪見憎 전시우맹랑견증 신음하는 백성들은 물결 보듯이 싫어하네 戶牖明生猶愛日 호유명생유애일 다만 사랑스런 햇살이 창호에 밝게 비쳐도 硏毫冷透亦堅冰 연호랭투역견빙 벼루와 붓에 냉기 스며 꽁꽁 얼어붙었네 朝來戲語資歡笑 조래희어자환소 아침이 되어 우스개로 장난 삼아 말하노니 不是臨淵也戰兢 불시림연야전긍 깊은 못 가에 가지 낳아도 전전긍긍하겠네 ※涔涔(잠잠) : 괴롭고 피로한 모양, 몸부림치며 괴로운 모양, 눈물·땀 따위가 쉴 새 없이 흐르는 모양, 비가 많이 내리는 모양. 두보(杜..

宮中四景集句 (궁중사경집구) - 林惟正(임유정)

이 시는 고려시대의 문신인 임유정(林惟正)의 집구시(集句詩)로서 궁중의 사계절 경치를 표현하였다. 집구시(集句詩)는 자기가 지은 시(詩)가 아니고 여러 사람의 작품에서 한 구(句)씩 떼어 모아서 적당하게 맞추어 만든 것인데, 진(晋) 나라 부함(傅咸)이 경전(經典)의 구(句)를 모아 만든 집경시(集經詩)가 시초라고 한다. 그 뒤로 송나라 석연년(石延年) 왕안석(王安石) 문천상(文天祥) 등이 두보(杜甫)의 시에서 집구한 집두시(集杜詩)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의 임유정(林惟正) 조선의 김시습(金時習)등 다수의 문인들의 집구시가 전해온다. 여러 사람의 시에서 한 구절씩 따 와서 새로운 시를 만들기 때문에 수많은 시인의 많은 작품을 알아야 하고, 운자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창작 이상의 예술 혼이..

臘日記故事 (납일기고사) - 尹愭 (윤기)

납일(臘日)은 섣달그믐께 즈음해서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절일(節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와서 동지로부터 세 번째 미일(未日)을 납일로 하여 신에게 제사를 지냄은 물론 여러 가지 세시풍속을 이어 왔었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납일 기고사(臘日記故事)라는 43개의 운에 86구에 달하는 장편 오언 고시를 지어 납일의 이름, 유래와 의미, 궁중의 풍속과 민간의 풍경 등을 담아, 납일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납일(臘日)이 동지 뒤 세 번째 미일(未日)이면 동지 뒤 25일부터 37일 사이에 들게 되는데 올해처럼 동지가 음력 11월 그믐날이면 음력으로 새해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납제를 지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올해는 음력 1월 4일이 세 번째 미일(未日)이다. 臘日記故事..

子夜四時歌 (자야사시가) - 李白 (이백)

자야사시가(子夜四時歌)는 원래 자야오가(子夜吳歌)라고 하는 악부(樂府)의 오성가곡(吳聲歌曲)의 이름으로, 슬프고 상심한 정을 읊은 노래를 말한다. 중국 남방의 민가로 남녀의 애정을 노래한 것으로 원래 4 구이었으나 이백(李白)이 6 구로 만든 것이 자야사시가(子夜四詩歌)이다. 흔히 사 계절로 나누어서 각 계절에 따른 정서를 읊는다. 자야가(子夜歌)는 진(晉)나라의 자야(子夜)라는 여인이 지었다 하는데, 동진(東晉)이 吳나라 땅 일대에 있었기에 자야오가(子夜吳歌)라고도 하며, 많은 이가 사계절 行樂의 가사를 붙여 노래하였다. 子夜四時歌 자야사시가 李白 이백 春歌 춘가 秦地羅敷女 진지나부녀 진씨 땅의 나부라는 여인이 采桑綠水邊 채상녹수변 푸른 물가에서 뽕잎을 따네 素手靑條上 소수청조상 푸른 가지 위의 하얀 ..

子夜四時歌 (자야사시가) - 申欽 (신흠)

子夜四時歌 자야사시가 申欽 신흠 春 봄 輕輕六銖衣 경경육수의 육수의처럼 가벼운 옷을 입고는 叵耐薄寒生 파내박한생 얇아서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서 不褰紫錦帳 불건자금장 자줏빛 비단 휘장을 걷지 않고 深掩芙蓉屛 심엄부용병 부용병풍으로 깊숙이 가리었네 夏 여름 手摘宜男草 수적의남초 손으로 의남초의 꽃을 땄더니 新開百子花 신개백자화 새로이 백자화가 활짝 피었네 潮紅暈雙臉 조홍훈쌍검 두 뺨이 햇무리처럼 붉게 달아올라 沃暍嚼氷瓜 옥갈작빙과 더위를 씻고자 찬 오이를 씹네 秋 가을 銀塘荷褪香 은당하퇴향 은빛 연못의 연꽃은 향이 바래고 瑤砌蘭凋姿 요체란조자 옥섬돌 난초는 자태가 시들었네 如何桃花頰 여하도화협 어찌하면 복사꽃 같이 붉은 뺨이 一似三月時 일사삼월시 한결같이 춘삼월 같을 수 있을까 冬 겨울 人言花似雪 인언화사설..

陽至 양지 李瀷 이익

陽至 양지 李瀷 이익 平分日軌正南歸 평분일궤정남귀 해의 궤도 고르게 나뉘어 정남으로 돌아가니 此理何曾動靜違 차리하증동정위 이 이치와 움직임 언제라도 어긋난 적 있나 古俗千邨行粥遍 고속천촌행죽편 옛 풍속엔 모든 마을마다 모두 팥죽을 쑤고 新陽一管撥灰飛 신양일관발회비 황종관에 갈대 재 날리고 양이 처음 생기네 祥騰邃禁催頒曆 상등수금최반력 상서로움 올리려 궁궐에선 책력을 나눠 주고 身掩淸齋合整衣 신엄청재합정의 맑게 재계하고 모두 옷깃을 여며 몸을 가리네 嘉與乾坤同剝換 가여건곤동박환 천지가 다 함께 변화하여 좋은 것을 베풀도록 請看朝日頓添輝 청간조일돈첨휘 가지런히 더욱 빛나는 아침 해를 보길 바라네 ※管撥灰飛(관발회비) : 옛날에는 가부(葭莩; 갈대 잎 속의 작은 막)를 태워 그 재를 율관(律管; 음악에서 율여..

題丁未新曆 (제정미신력) - 李廷馨 (이정형)

조선시대에는 동짓날이면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 책력(冊曆)을 제작하여 관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책력은 월일과 절기 등을 적은 요즘의 달력과 비슷한데 일식(日蝕)이나 월식(月蝕) 같은 천체의 운행이나, 농사일과 택일에 필요한 내용 등이 기록되어 있어 일상생활에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題戊子新曆 제무자신력 李廷馨 이정형 무자년 새해 책력에 쓰다. 時和物阜又年豊 시화물부우년풍 계절은 조화롭고 만물 풍성하고 풍년 들기를 聖善康寧兄弟同 성선강년형제동 어머님 강녕하고 형제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春夏秋冬三百日 춘하추동삼백일 봄 여름 가을 겨울 일 년 삼백 일을 啣盃取醉樂無窮 함배취취악무궁 술 마시고 즐기며 즐거움 끝이 없기를 ※聖善(성선) : 성선(聖善)은 훌륭하신 어머니를 말한다. 시경에 ‘어머니는 성스럽고 ..

癸丑冬至大雪 (계축동지대설) 外

癸丑冬至大雪 계축동지대설 申欽 신흠 계축년 동짓날 큰 눈이 내리다 一年冬至日 일년동지일 일 년 만에 동짓날이 되었는데 萬死去朝身 만사거조신 만 번 죽어도 몸은 조정으로 가네 積雪迷千嶂 적설미천장 쌓인 눈에 모든 산이 아스라하고 孤村絶四鄰 고촌절사린 이웃과 단절된 마을은 외롭구나 拾薪烹豆粥 습신팽두죽 땔나무 주워서 팥죽을 끓이고 挑菜備盤辛 도채비반신 나물을 뜯어다가 반찬 만드네 却把離騷詠 각파리소영 이소경 손에 들고 읊조리면서 高標憶楚均 고표억초균 초균의 높은 기상 생각해 보네 ※楚均(초균) : 초 나라의 굴원(屈原)을 말함. 자가 영균(靈均)이어서 초균으로 표현하였다. 굴원은 초나라에서 추방되어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심정을 나타낸 이소경(離騷經)을 지었다. 卧雪偶成 二絶 와설우성 이절 尹愭 윤기 눈 내리는..

冬至記故事 (동지기고사) - 尹愭 (윤기)

冬至記故事 동지기고사 尹愭 윤기 동짓날의 고사를 적다 仲冬冬至理宜諳 중동동지리의암 겨울 가운데 동지 있는 이치 알아야 하는데 至義由來盖有三 지의유래개유삼 동지의 의미와 내력에는 모두 셋이 있다네 陽氣始生陰極北 양기시생음극북 양기가 나기 시작하니 음기는 다해 달아나며 春心初動日行南 춘심초동일행남 봄기운 움트기 시작하고 해는 남지로 가네 黃鍾律中羣源是¹⁾ 황종률중군원시 황종을 율의 무리 가운데서 근원으로 삼고 緹幔灰飛密候堪¹⁾ 제만회비밀후감 휘장 안에 재 날려 은밀히 천도를 살폈네 剝盡復來常道届²⁾ 박진부래상도계 정상적인 이치대로 박이 다하고 복이 오니 泰回否往妙機函³⁾ 태회부왕묘기함 태가 돌아오고 비가 가는 오묘한 시기이네 芳芸柔荔時爭應⁴⁾ 방운유려시쟁응 향기로운 운초와 여린 여지가 때맞춰 나고 臘柳寒梅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