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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至 (동지) - 徐居正 (서거정)

-수헌- 2024. 12. 12. 16:41

冬至   동지     徐居正   서거정 

仲冬日南至 중동일남지

동짓달에 태양이 남쪽에 이르니

子半生一陽 자반생일양

한밤중 자시에 일양이 생기었네

瓦甕白醪熟 와옹백료숙

항아리에는 흰 막걸리가 익었고

砂盆豆粥香 사분두죽향

사기그릇에는 팥죽이 향기롭구나

一梅傳小信 일매전소신

한 송이 매화는 봄소식 전해오고

三雪報佳祥 삼설보가상

세 번 내린 눈은 상서를 알려주네

坐對細君語 좌대세군어

아내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다가

呼兒獻壽觴 호아헌수상

아이 불러 헌수 잔을 올리게 하네

 

※仲冬日南至(중동일남지) : 중동(仲冬)은 겨울의 둘째 달, 즉 음력 11월 동짓달을 말한다. 일남지(日南至)는 태양이 가장 남쪽에 도달하는 날로 동지(冬至)의 별칭이기도 하다.

※三雪報佳祥(삼설보가상) : 동지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에 지내는 제사를 납제(臘祭)라 하는데, 이 납제를 지내기 전까지 세 차례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것을 납전삼백(臘前三白)이라고도 한다.

※細君(세군) : 한문으로 쓰인 편지 따위에서, 자기의 아내를 칭하던 말.

 

 

丁酉冬至 病唫   정유동지 병금     徐居正   서거정  

정유년 동짓날에 병으로 입을 다물다

 

漸知六旬近 점지륙순근

점차 육순이 가까워짐을 깨닫고

復見一陽來 부견일양래

오는 일양을 다시 보게 되었네

豆粥新呈椀 두죽신정완

팥죽을 새로 사발에 담아 올리고

椒醪又滿杯 초료우만배

초주를 또 술잔에 가득 채웠네

生涯本多病 생애본다병

내 생애에 본디 병이 많은 것은

造物爲誰猜 조물위수시

조물주가 누구를 시기해서일까

否泰寧無數 부태녕무수

편안할 날이 그리 많지 않으니

時觀枝上梅 시관지상매

때때로 가지 위의 매화를 보노라

 

※復見一陽來(부견일양래) : 일양(一陽)은 동지(冬至)가 되면 양기(陽氣)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 복괘(復卦)에 ‘동지에 양이 생기기 시작하니, 이는 곧 양을 움직여서 음을 다시 쉬게 하는 것이다. 〔冬至一陽生 是陽動用而陰復於靜也 〕’라고 하였다. 일양(一陽)을 다시 본다는 것은 세월이 흘러감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椒酒(초주) : 초주(椒酒)는 산초로 빚은 술을 말하는데, 옛날에 제석 밤과 설날 아침에 이 술을 가장(家長)에게 올려 헌수(獻壽)하던 풍속이 있었으며, 동지에도 신년과 같이 초주를 빚어 마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