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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雨歎 (추우탄) - 金澤榮 (김택영) 外

-수헌- 2024. 9. 22. 18:31

秋雨歎   추우탄     金澤榮   김택영

가을비를 탄식하다

 

歎秋雨 탄추우

가을비를 탄식하노니

秋雨淫淫何時已 추우음음하시이

하염없이 오는 가을비 언제나 그치려나

陰風怒號水拍天 음풍노호수박천

음산한 바람 몰아치고 하늘 물로 때리니

頹城千里蛙爲市 퇴성천리와위시

무너진 성 천 리에 개구리가 저자 이루네

呼邪救溺聲正苦 호사구익성정고

진정 괴로운 소리로 건져 달라 부르짖고

走營巢窟携妻子 주영소굴휴처자

급하게 움막을 지어서 처자를 데려가네

我民旣勞我稼傷 아민기로아가상

우리 백성 이미 고달픈데 농사도 망쳐서

黍菽折爛禾生耳 서숙절난화생이

기장과 콩 절단 나고 벼에는 싹이 돋았네

寒雲慘慘蓋四野 한운참참개사야

찬 구름이 처참하게 사방 들판을 덮으니

農夫田父投鉏起 농부전부투서기

농부들은 모두 호미 내던지고 일어서네

民勞或可休 민노혹가휴

혹은 백성들이 일을 쉴 수 있다지만

稼傷將柰爾 가상장내이

농사를 망쳤으니 장차 어찌할까

今年二紅不能飽 금년이홍불능포

금년에는 이홍반도 배불리 못 먹겠고

明歲不托幷無矣 명세불탁병무의

내년엔 수제비마저 없어서 못 먹겠네

秋雨歎天或少赦 추우탄천혹소사

가을비를 한탄하니 하늘이 조금 용서하시어

愚民不使遺羞恥 우민불사유수치

어리석은 백성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二紅(이홍) : 이홍반(二紅飯)에서 온 말로 보리와 팥을 섞어 지은 밥을 말하나, 맛있게 먹는 잡곡밥을 말한다. 소동파(蘇東坡)가 귀양 생활 중에 식량이 부족했을 때 노복(奴僕)이 보리와 팥을 섞어 지은 밥을 맛있게 먹고 ‘이것이 바로 신식 이홍반이구나. [此新 樣二紅飯也]’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김택영(金澤榮,1850~1927) : 자는 우림(于霖), 호는 창강(滄江) 소호당주인(韶護堂主人).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1908년 중국으로 망명하여 학문과 문장 수업으로 여생을 보냈다. 특히 고시(古詩)에 뛰어났다.

 

 

 

秋雨歎   추우탄     成俔   성현

가을비를 탄식하다

 

金風吹雨涼蕭蕭 금풍취우량소소

서풍이 차가운 비를 몰고 불어닥쳐서

秋光欲擺庭中蕉 추광욕파정중초

뜰 안 가을빛의 파초를 뒤흔들려하네

蕎花半摧豆莢黑 교화반최두협흑

메밀꽃이 꺾이고 콩 꼬투리 검게 변해

田夫抱膝愁無聊 전부포슬수무료

농부는 무료하여 무릎 안고 시름하네

豚肩就社祈秋祭 돈견취사기추제

돼지 잡아 사직단에 기청제를 지내며

呼龍去雲天未霽 호룡거운천미제

구름 걷어 주길 빌어도 개이지를 않네

蓄蔬猶可活妻孥 축소유가활처노

모아둔 푸성귀로 처자식은 살리겠지만

鞭扑何堪催賦稅 편복하감최부세

세금 독촉하는 채찍질을 어찌 견딜까

 

*성현(成俔,1439~1504) : 조선 전기 허백당집, 악학궤범, 용재총화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