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中秋記故事 (중추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2. 9. 8. 15:45

이 시는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가 지은 중추절(仲秋節)에 관한 장편 고시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달과 중추절에 관련된 고사를 인용하였는데, 토끼와 계수나무, 두꺼비, 항아와 불사약 같은 전설은 물론이고 불가와 도가의 고사까지 인용하였다. 그러다 보니 직역으로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의역을 해도 의미 전달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부득이 주석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겠다. 그러나 그 주석에 인용된 고사마저도 정확한 의미가 전달될지 의문이니, 오류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中秋記故事 중추기고사      尹愭 윤기

중추절 옛 이야기를 적다

 

中秋端正月 중추단정월

중추절의 밝고 둥근 달을

終古表而稱 종고표이칭

예로부터 으뜸이라 했지

望夜皆圓滿 망야개원만

보름밤에는 모두 둥글게 찼지만

今宵最潔澄 금소최결징

오늘 밤이 가장 맑고 깨끗하네

暑寒時有適 서한시유적

더위도 추위도 가장 적당한 때라

金水氣相承¹ 금수기상승

금기와 수기가 서로 이어지는구나

此理良宜辨 차리량의변

이 이치를 마땅히 잘 분변 해야만

前言果足徵 전언과족징

옛말의 뜻을 잘 밝힐 수가 있네

過河蟾耐蹔² 과하섬내잠

두꺼비는 은하수 건너려다 잠시 참고

搗藥兔存恒³ 도약토존항

토끼는 언제나 약절구를 찧고 있네

碾遠輪應弊⁴⁾ 년원륜응폐

맷돌 바퀴 멀리 굴러 응당 닳았을 텐데

行孤馭可矜 행고어가긍

혼자서 외로이 몰아가니 불쌍하구나

霓裳疑羽曲⁵⁾ 예상의우곡

달에서 예상우의곡이 들리는 듯하고

仙桂怳霜稜 선계황상릉

계수나무에 서리 내린 듯 황홀하구나

吳質能無怨⁶⁾ 오질능무원

오질은 원망도 없이 견디겠지만

孀娥想自懲⁷⁾ 상아상자징

상아는 스스로 뉘우치고 있으리라

妙盤雕白玉 묘반조백옥

아름다운 쟁반은 백옥 쪼아 만들고

瀅質斲淸氷 형질착청빙

맑은 바탕은 얼음을 깎아 만들었네

大地情歡喜 대지정환희

대지에서는 달의 본성을 기뻐하고

衆星色戰兢 중성색전긍

뭇 별들은 달을 두려워하는 기색이네

芳輝嬌四騁 방휘교사빙

꽃다운 빛은 사방을 아리땁게 비추고

素魄逈孤凝 소백형고응

하얀 혼백은 외로이 엉겨서 빛나네

直欲天停繞 직욕천정요

곧장 하늘에만 머물게 하고 싶어서

誰敎海送升 수교해송승

누구에게 바다에서 올려 보내게 했나

徘徊光皎澈 배회광교철

배회하는 달빛은 맑으면서도 밝고

泛灧氣揚騰 범염기양등

기세는 날아올라 출렁이며 떠 있네

七寶仙才借⁸⁾ 칠보선재차

칠보는 신선의 재주 빌려 수리하고

六丁帝命膺⁹⁾ 륙정제명응

육정은 상제의 명령을 받았네

陰晴同萬里 음청동만리

흐리고 맑음은 만 리가 한 가지로 같고

歡苦異千層 환고이천층

기쁨과 괴로움은 천 층으로 다르구나

霑血陳追詠¹⁰⁾ 점혈진추영

진여의는 피에 젖어 거슬러서 읊었고

吹雲晏遽興¹¹ 취운안거흥

안수는 일어나 피리 불어 구름 걷었네

齊筵傳絶唱¹² 제연전절창

제주의 연회에선 빼어난 노래 전했고

楚宴撤明燈¹³ 초연철명등

초나라 연회에선 밝은 등불 거두었네

擲杖隨公遠¹⁴⁾ 척장수공원

지팡이를 던진 나공원을 따라가고

觀濤指廣陵¹⁵⁾ 관도지광릉

광릉을 가리키며 파도를 구경했네

周生忍取去¹⁶⁾ 주생인취거

주생은 달을 따 가지고 가며 견뎠고

趙子快携登¹⁷⁾ 조자쾌휴등

조자는 흔쾌히 제자들 데리고 올랐네

銀界開金餠 은계개금병

은빛 세계 열려서 금병 같은 달뜨니

璇宮豔玉繩¹⁸⁾ 선궁염옥승

선궁은 옥승을 부러워하는구나

白鸞因道士¹⁹⁾ 백란인도사

도사 덕분에 흰 난새도 보았고

紫笛幻神僧²⁰⁾ 자적환신승

옥피리 자운곡은 신승의 도술이네

烏鵲南枝匝²¹ 오작남지잡

까마귀 까치는 남쪽 가지에 모이고

蝦蟇匹練仍²² 하마필련잉

비단 같은 달빛에 두꺼비가 있구나

文簫綵女駕²³ 문소채녀가

문수는 오채란의 아름다운 난새를 탔고

漢使海槎乘²⁴⁾ 한사해사승

한나라의 사신 장건은 뗏목을 탔네

中的歌韓愈²⁵⁾ 중적가한유

한유는 보름달에 꼭 맞는 노래 했고

隔年惜禹偁²⁶⁾ 격년석우칭

왕우칭은 해 걸러 달 보는 걸 애석해했네

廣寒高孰構 광한고숙구

광한궁은 누군가가 높다랗게 지었는데

屛翳蔽堪憎 ²⁷⁾ 병예폐감증

병예가 달을 가려버려 얄밉기만 하네

樓夢驚圖畫 루몽경도화

누각에서 꾸는 꿈은 그림 같아 놀라고

幔亭爛綵繒²⁸⁾ 만정란채증

만정에는 비단 휘장이 찬란하구나

衲窓飛轍否²⁹⁾ 납창비철부

산사의 창엔 달 지난 흔적도 없고

湓浦望鄕曾³⁰⁾ 분포망향증

일찍이 분포에서 고향 바라보았지

銀闕觥應洗³¹ 은궐굉응세

은궐에서는 응당 뿔잔을 씻을 테고

金錢事可謄³² 금전사가등

금전의 고사는 옮겨 쓸 수 있구나

半分時序正³³ 반분시서정

가을을 반 나누니 절서가 올바르고

高照範圍弘 고조범위홍

높이 떠서 비추니 그 범위가 넓구나

遊賞今時迨 유상금시태

달 놀이 풍속은 지금까지 이르고

淸奇古傳憑 청기고전빙

맑고 뛰어남은 예로부터 전해졌네

飈輕埃𡏖滅 표경애갑멸

산들바람에 티끌 오물도 사라지고

露皓潔華增 노호결화증

흰 이슬은 맑은 광채를 더하는구나

滿目看飛鏡³⁴⁾ 만목간비경

날아가는 달을 눈에 가득 바라보며

開樽速好朋 개준속호붕

술통 열고 빨리 좋은 벗들을 부르네

不眠還亦可 불면환역가

잠을 자지 않아도 또한 좋은데

欲罷顧安能 욕파고안능

그치려다 되돌아보니 그럴 수 없네

先我坡翁獲 선아파옹획

나보다 먼저 동파가 때를 알고서

瓊樓寒不勝³⁵⁾ 경루한불승

경루의 추위가 견딜 수 없다 했구나

 

※금기(金氣), 수기(水氣)¹ : 금기는 서방(西方)의 기운으로 가을의 기운이고, 수기(水氣)는 북방의 기운으로 겨울의 기운이니, 곧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절기라는 뜻이다.

※過河蟾耐蹔(과하섬내잠)² : 두꺼비는 달을 의미한다. 옛날 예(羿)가 서왕모에게서 불사약(不死藥)을 얻어 오자, 예의 처인 항아가 이를 훔쳐 먹고 달 속의 광한전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겨 두꺼비가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대보름달이 은하수를 가로질러 가려하는 것을 마치 두꺼비가 강을 뛰어넘기 위해 있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搗藥兔存恒(도약토존항)³ : 달 속에 옥토끼가 항상 불사약(不死藥)을 찧고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碾遠輪應弊(년원륜응폐)⁴⁾ : 맷돌 바퀴[碾輪]는 둥근달을 비유한 표현이다. 달이 찼다가 이지러지는 것을 달이 백도를 운행하느라 바퀴가 닳은 것이라고 비유하였다.

※霓裳疑羽曲(예상의우곡)⁵⁾ : 당(唐) 나라 도사(道士) 나공원(羅公遠)이 중추절에 계수나무 지팡이를 공중에 던져 은빛 다리를 만들어 현종(玄宗)과 함께 월궁(月宮)에 올라 선녀들의 춤을 구경하고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듣고 돌아왔다고 한다. 곧 한가위 둥근달을 보니, 마치 달나라의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이 들려오는 듯하다는 의미이다.

※吳質(오질)⁶⁾ : 달 속 산다는 신(神)인 오강(吳剛)을 말한다. 한(漢) 나라 때 사람 오강의 자가 질(質)인데, 그가 일찍이 선술(仙術)을 배우다가 죄(罪)를 지어 달 속으로 귀양 가서 계수나무를 채벌(採伐)하는 벌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계수나무는 키가 500길이나 되고, 도끼로 찍으면 금방 아물어 붙어 벨 수가 없다고 한다.

※孀娥(상아)⁷⁾ : 달 속에 사는 여선(女仙)으로 항아(嫦娥)라고도 한다. 본래 유궁후(有窮后) 예(羿)의 부인이었는데, 예가 서왕모(西王母)에게 불사약(不死藥)을 얻어 오자, 상아가 이를 훔쳐 먹고 달 속의 광한전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기고 두꺼비가 되었다고 한다.

※七寶仙才借(칠보선재차)⁸⁾ : 당나라 때 정인본(鄭仁本)이 숭산(嵩山)에 놀러 갔다가, 보자기를 베고 자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말하기를 ‘그대는 저 달이 칠보로 만들어진 것을 아는가. 항상 팔만이천 호가 그것을 수리하는데, 내가 바로 그중의 한 사람이다.[君知月乃七寶合成乎……常有八萬二千戶修之 予卽一數]’ 라고 한 고사에서 온 말로써, 칠보는 달을 의미한다.

※六丁(육정) : 하느님을 호위한다는 제신을 말한다.

※霑血陳追詠(점혈진추영)¹ : 진여의(陳與義,1090~1138)는 남송 때의 사람으로 도연명과 유종원에 비견되는 문인이다. 거슬러서 읊었다는 말은 중추절에 구름이 끼어 달이 보이지 않자 작년의 밝은 달을 거슬러 회상하며 읊었다는 뜻이다. 진여의가 중추절에 달이 뜨지 않자 ‘지난해 중추절엔 단정하던 달이, 만 줄기 피로 적셔진 내 가슴 비추었지.〔去年中秋端正月 照我霑襟萬條血〕’라고 읊었다.

※吹雲晏遽興(취운안거흥)¹¹ : 송나라 사람 안수(晏殊)는 왕기(王琪)와 친하여 서로 초청하여 주악을 즐겼는데, 한 번은 중추절에 음식은 일찌감치 마련해 놓았으나 날씨가 흐려 연회를 열지 못했다. 안수(晏殊)가 초저녁부터 잠에 들었는데, 왕기가 ‘구름 가장 깊은 곳에서 풍악을 한번 연주해 구름을 걷어보자.〔只在浮雲最深處 試憑絃管一吹開〕’라고 시를 지어 보내왔다. 그러자 안수가 벌떡 일어나 옷을 입고, 즉시 손님을 초청하고 풍악을 잡혔는데, 한밤중이 되자 과연 구름이 걷히고 달이 나왔다고 한다.

※齊筵傳絶唱(제연전절창)¹² : 동파 소식(蘇軾)이 팽성 수(彭城守)가 되어 제주(齊州)를 지날 때 이공택(李公擇)의 중추절 모임 자리에서 ‘저녁 구름 싹 걷혀 청량함 넘치는데, 은하수 소리 없이 흐르고 달은 떠가네. 이 밤 이 경치 항상 좋지는 않으니, 밝은 달을 내년에는 어디서 볼 건가.〔暮雲收盡溢淸寒 銀漢無聲轉玉盤 此宵此景不長好 明月明年何處看〕’라는 절창을 뽑아 후세에 전해진다고 한다.

※楚宴撤明燈(초연철명등)¹³: 당 나라 때 사람 소정(蘇頲)이 중추절에 여러 학사들과 잔치를 열고 달을 감상할 때,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달빛이 그림 같았다. 그러자 소정이 ‘맑은 빛이 고운데, 등촉을 밝힐 필요가 있는가.〔淸光可愛何用燈燭〕’ 하여, 등촉을 거두었다 한다.

※擲杖隨公遠(척장수공원)¹⁴⁾ : 주석 ⁵⁾에서 본 바와 같이 당 현종이 나공원을 따라가서 예상우의곡을 들었다는 말이다.

※觀濤指廣陵(관도지광릉)¹⁵⁾ : 중국에서는 중추절에 광릉의 파도를 구경하는 풍속이 있는데, 이를 광릉도(廣陵濤)라고 한다.

※周生忍取去(주생인취거)¹⁶⁾ : 당 나라 때 주생(周生)이란 도사가 동정산(洞庭山)에 살았는데, 도술로 유명하였다. 중추절에 좌중을 보고 “내 능히 구름다리를 타고 올라가 달을 따서 소매 속에 넣을 수 있소.”라고 하더니 젓가락 수백 가락을 엮어서 타고는 “내가 올라가서 달을 따서 가지고 오리다.” 하였다. 잠시 뒤 돌아와 품속에서 한 치 가량 되는 달을 꺼냈는데, 색이 찬란하고 한기가 뼈에 스밀 지경이었다 한다.

※趙子快携登(조자쾌휴등)¹ : 趙子는 금나라 때의 도사 조지미(趙知微)를 말하는데, 조지미가 중추절에 달을 보러 제자들을 데리고 천주봉(天柱峯)에 올랐다는 말이다. 어느 해 중추절에 먹구름이 짙게 끼어 달을 볼 수 없었는데, 조지미가 “술과 안주를 마련하여 천주봉에 올라가 달구경을 하자.”라고 하여 올라보니, 달빛이 그림 같았다. 산을 내려와 돌아오니 여전히 거센 바람과 거센 비가 몰아치고 있었다 한다.

※璇宮豔玉繩(선궁염옥승)¹⁸⁾ : 선궁(璇宮)은 북두칠성의 두 번째 별을 말하고, 옥승(玉繩)은 북두 제 오성 북쪽에 위치한 천을(天乙)과 태을(太乙)의 두 작은 별을 가리킨다.

※白鸞因道士(백란인도사)¹⁹⁾ : 당 현종이 팔월 보름에 도사 신천사(申天師) 홍도객(洪都客) 등과 함께 도술(道術)을 부려 월궁(月宮)에서 놀았는데, 그곳에 흰 옷을 입은 미녀 10여 명이 흰 난새를 타고 광한전 뜨락 큰 계수나무 아래에서 춤을 추었다 한다. 현종이 이를 보고 돌아와 예상우의곡을 지었다고 한다.

※紫笛幻神僧(자적환신승)²⁰⁾ : 당 현종이 섭법희(葉法喜)라는 승려와 월궁에서 노닐 때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현종이 곡명을 물으니 자운곡(紫雲曲)이라 하였다. 어느 달 밝은 밤에 법희가 현종에게 피리 연주를 청하였는데, 옥적(玉笛)이 마침 현종의 침전에 있었다. 이에 법희가 도술을 부려 잠깐 사이에 피리를 가져와서 연주하였다 한다.

※烏鵲南枝匝(오작남지잡)²¹ : 까마귀와 까치는 주로 칠석 고사에 등장하는데, 당나라 시인 유창(劉滄)이 ‘중추절 밝은 달에 은하수 고요한데, 까마귀 까치 남쪽으로 나니 나그네 슬픔 많구나.〔中秋朗月靜天河 烏鵲南飛客恨多〕’라고 노래한 이후부터 중추절 밤에도 등장하게 되었다.

※蝦蟇匹練仍(하마필련잉)²² : 어떤 사람이 중추절 밤 숲으로 새어드는 달빛을 보니 한 필의 흰 비단〔匹練〕 같더니, 가만히 보니 달 속에 금빛 등을 한 두꺼비〔金背蝦蟆〕가 있는 것 같더라는 고사가 있다.

※文簫綵女駕(문소채녀가)²³ : 문수는 북위 때 살았던 서생인데, 집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했으나, 신선 같은 풍모가 있고 성격은 온유했다. 어느 팔월 보름날, 아름다운 선녀 같은 미인이 노래를 부르는데 ‘만약 함께 선단에 오른다면, 문수가 아름다운 난새인 채란을 탈 수 있을 텐데.〔若能相伴陟仙壇 應得文蕭駕彩鸞〕’라고 하였다. 문수가 자기 이름을 가지고 지은 것이라 미인을 따라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더니, 잠시 후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사납게 불다가 그친 뒤에 선동이 천상 세계의 판결문을 가지고 와서 ‘오채란(吳彩鸞)이 사랑에 눈멀어 천기를 누설하였으니, 인간 세계로 귀양 가서 문수의 처가 되어라.’ 하였다. 이에 미인이 문수와 부부가 되어 함께 살았다고 한다.

※漢使(한사)²⁴⁾ : 한사는 한나라의 사신이었던 장건(張騫)을 말한다. 장건이 한 무제(漢武帝)의 사신으로 월지국으로 가는 길에 하수(河水)의 근원을 찾기 위해 뗏목을 타고 황하를 거슬러 올라갔다 한다.

※中的歌韓愈(중적가한유)²⁵⁾ : 송나라 시인 손복(孫復)은 많은 시인들이 중추절 달을 시로 읊지만 모두 겉모습이나 묘사할 뿐 우주와 인생의 진리를 짚어내지는 못한다고 하며 ‘한퇴지의 시를 보게나. 정말로 꼭 맞게 노래했네.〔請看退公歌 其的深中矣〕’라고 칭송했다. 손복이 극찬한 한유의 시는 팔월 보름밤에 장 공조에게 주다〔八月十五夜贈張功曹〕라는 시인데, 그 말미에 “ 한 해의 보름달 중 오늘 밤이 가장 밝고, 인생은 천명이요 다른 것 아니니, 술 두고 마시지 않으면 밝은들 무엇하랴.〔一年明月今宵多 人生由命非由他 有酒不飮奈明何〕”라고 하였다.

※隔年惜禹偁(격년석우칭)²⁶⁾ : 북송의 시인인 왕우칭(王禹偁)은 그의 시 중추월(中秋月)에서 ‘저녁 내 볼 수 있다 말하지 마라. 대부분 한 해 걸러 볼 수 있네.〔莫辭終夕看 動是隔年期〕’라고 하여 날씨 대문에 해마다 한가위 달을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였다.

※屛翳(병예)²⁷⁾ : 고대 전설에 나오는 신으로, 출전마다 각각 다르다. 대체로 풍신(風神) 뇌신(雷神) 우신(雨神)의 총칭으로 사용되나 여기서는 구름 신의 의미로 사용된 듯하다.

※幔亭爛綵繒(만정란채증)²⁸⁾ : 무이산(武夷山)의 산신인 무이군(武夷君)이 진 시황(秦始皇) 때 마을 사람들을 중추절에 산꼭대기에 모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니, 휘장을 두른 만정과 비단으로 꾸민 채옥(彩屋)이 보이고, 붉은 구름과 자색 구름으로 자리를 깔고, 하늘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이날 마을 사람들은 여기에 차려진 음식과 술을 실컷 즐겼다고 한다.

※飛轍(비철)²⁹⁾ : 轍(철)은 바퀴 자국이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둥근달이 지난 흔적을 의미한다.

※湓浦望鄕曾(분포망향증)³⁰⁾ :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작년 팔월 보름밤엔, 곡강 못 옆의 살구나무 가를 거닐었는데, 올해 팔월 보름밤엔, 분포의 모래밭 머리 객사 앞에 있다네. 〔昔年八月十五夜 曲江池畔杏花邊 今年八月十五夜 湓浦沙頭水館前 〕’라고 한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銀闕觥應洗(은궐굉응세)³¹ : 팔월 보름에 당나라 현종이 달 속에 들어가 항아를 만나 노닐었다는 고사를 차용하여, 송나라 때의 시인 진여의(陳與義)가 ‘항아가 웃으며 올해를 기다릴 터이니, 금 뿔잔 깨끗이 씻고 은궐을 마주했네.〔嫦娥留笑待今年 淨洗金觥對銀闕〕’라고 읊은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金錢事可謄(금전사가등)³² : 주 ²⁰⁾에서 당 현종이 피리 연주가 끝나자 금전을 성에 뿌리고 돌아왔는데, 열흘 남짓 지나 팔월 보름이 되어 노주 성에 달이 뜨자 하늘에서는 음악이 들려오고 금전이 떨어져 그것을 주웠다고 한다.

※半分時序正(반분시서정)³³ : 중추라고 하는 한가위의 8월은 가을 석 달의 한가운데이고, 15일은 다시 8월의 한가운데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飛鏡(비경)³⁴⁾ : 달을 뜻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이백의 시에도 ‘밝기는 나는 거울이 붉은 궁궐에 임한 듯.〔皎如飛鏡臨丹闕〕’이라는 표현이 있다.

※瓊樓寒不勝(경루한불승)³⁵⁾ : 송나라 신종(神宗)이 소동파(蘇東坡)가 중추절에 술에 취하여 지은 수조가(水調歌) 가사를 읽다가 ‘내가 바람을 타고 돌아가고 싶어도 또 경루와 옥우가 두려운 건 높은 곳에 있어 추위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네.〔我欲乘風歸去 又恐瓊樓玉宇 高處不勝寒〕’라고 한 곳에 이르러 “소식이 아직 임금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는 가까운 여주(汝州)로 옮기게 하였다 한다. 경루와 옥우는 달 속에 있는 궁전을 뜻하지만, 임금이 계시는 궁궐을 가리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