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그리운 바다 성산포

-수헌- 2019. 4. 6. 13:29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뜷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뜷어진 그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겟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 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 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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