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수(雨水)-봄같지 않은 봄(春來不似春)

-수헌- 2021. 2. 18. 17:34

벌써 절기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에 접어들었는데, 아직 봄기운은커녕 영하의 날씨가 매섭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5인 이상 집합 금지되어 설 명절에 자식들도 보지 못하고, 특히 코로나 불경기로 인한 불황으로 많은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삶이 힘든 시절이어서인지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든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중국 당나라 시인 東方虬(동방규)가 오랑캐 땅으로 시집가서 외로움과 향수에 젖었을 왕소군(王昭君)의 심정을 대신 노래한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昭君怨(소군원) - 東方虬(동방규)

 

漢道方全盛 한도방전성

한나라는 한창 융성하여서

朝廷足武臣 조정족무신

조정에는 무신들도 많은데

何須薄命妾 하수박명첩

어찌하여 박명한 여인에게

辛苦事和親 신고사화친

고달픈 화친을 하게 하나

 

昭君拂玉鞍 소군불옥안

소군이 구슬안장 추어올려

上馬涕紅頰 상마체홍협

말에 오르니 붉은 뺨에 눈물 흐르네

今日漢宮人 금일한궁인

오늘은 한나라 궁인이지만

明朝胡地妾 명조호지첩

내일 아침에는 오랑캐의 첩이로구나

 

掩淚辭丹鳳 엄루사단봉

눈물을 가리고 궁궐을 떠나

含悲向白龍 함비향백룡

슬픔을 머금고 백용구로 향하네

禪于浪驚喜 선우랑경희

선우는 놀라며 한없이 좋아하지만

無復舊時容 무복구시용

다시는 옛 모습 돌아오지 않으리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어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네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저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짐은

非是爲腰身 비시위요신

몸매를 관리해서가 아니라네

 

萬里邊城遠 만리변성원

만리 변방의 성은 멀고도 먼데

千山行路難 천산행로난

첩첩 산이라 가는 길 험난하네.

擧頭惟見日 거두유견일

머리 들어 해를 보며 생각해보니

何處是長安 하처시장안

도대체 장안은 어디에 있는가.

 

王昭君(왕소군)楊貴妃(양귀비), 西施(서시), 貂蟬(초선)과 함께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사람으로 전한(前漢) 원제(元帝) 때의 궁녀였다.

그러나 宮中(궁중) 畵工(화공)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밉보여서 얼굴을 못생기게 그리는 바람에 황제의 은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당시 한나라의 골칫거리인 흉노와의 화친을 위해 흉노족의 왕인 호한야 선우(呼韓邪單于)와 결혼하게 된다. 왕소군은 흉노 땅에서 그곳 여인들에게 길쌈하는 방법 등을 가르쳤고, 한나라와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여, 그 후 80여 년 동안 흉노와 한의 접전은 없었다고 한다. 보통 절세미인을 傾國之色(경국지색)이라 하는데 王昭君(왕소군)은 본인의 희생으로 80여 년간 흉노와의 전쟁을 막았으니 다른 미인들과 차별된다고 하겠다.

 

왕소군은 비파를 잘 연주하였는데 흉노를 향해 떠나갈 때 정든 고국산천을 떠나는 슬픈 심정을 말 위에 앉은 채 비파로 연주하자 마침 날아가던 기러기가 아름다운 비파소리를 듣고 말 위에 앉은 왕소군의 미모를 보느라 날갯짓하는 것도 잊고 있다가 그만 땅에 떨어져 버렸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하여, 왕소군을 ‘낙안(落雁)’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왕소군의 원한을 노래한 昭君怨(소군원)은 동방규(東方虬)외에도 李白(이백), 蘇東坡(소동파)등 많은 시인들의 작품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三唐詩人(삼당시인)의 한사람인 孤竹 崔慶昌(고죽 최경창)의 작품 등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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