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夕 十二首 원석 십이수 李夏坤 이하곤
정월 보름날 밤 12수
騰騰歲月若波翻 등등세월약파번
세월은 흘러가는 도도한 물결 같아서
忽已推遷到上元 홀이추천도상원
어느덧 바뀌고 옮겨 대보름 되었는데
只是老夫無意緖¹⁾ 지시노부무의서
단지 이 늙은이 아무런 심회가 없어서
春陰獨掩小蓬門²⁾ 춘음독엄소봉문
흐린 봄날에 홀로 사립문을 닫았노라
其二
奔走農人候月生 분주농인후월생
농부들 분주하게 달 뜨기를 기다리며
一年今夜卜西成³⁾ 일년금야복서성
오늘 밤에 한 해의 가을걷이를 점치네
較却前春差勝似 교각전춘차승사
작년 봄과 비교해 조금 나을 듯한 건
直從烽燧嶺樹明 직종봉수령수명
곧장 봉수령 나무 위로 밝게 나와서이네
<土人以爲元夕月出自烽燧嶺 則年事必稔云矣 토인이위원석월출자봉수령 칙년사필임운의
토박이들이 ‘정월 보름날 밤에 달이 봉수령에서 나오면 반드시 풍년이 든다.’라고 하였다.>
元夕
居鄕凡事學鄕家 거향범사학향가
시골살이 모든 일을 이웃에 배우는데
織婢耕奴入夜譁 직비경노입야화
밤이 되자 노비들이 시끄럽게 떠드네
梨樹梢頭安束藁⁴⁾ 이수초두안속고
배나무 가지 끝에 짚단을 묶어 올리고
寒灰堆上揷綿花⁵⁾ 한회퇴상삽면화
식은 잿더미 위에다 면화를 꽂아 두네
<學一作倣 학일작방
학(學)은 다른 작품에 방(倣)으로 되어있다.
鄕俗以長竿紮起藁束 以象禾稼露積之狀 余家乏長竿 奴輩縛藁於梨樹 極可笑
향속이장간찰기고속 이상화가노적지상 여가핍장간 노배박고어이수 극가소
시골 풍속에, 장대에 볏단을 묶어 벼를 노적(露積)한 모습을 만들었는데, 우리 집에 장대가 없어 노비들이 볏단을 배나무에 묶었으니 우스웠다.>
其四
處處賽神巫鼓騰⁶⁾ 처처새신무고등
곳곳에서 굿하느라 북소리 울려퍼지니
田家樂事係年登⁷⁾ 전가낙사계년등
농가의 즐거움은 풍년에 달려 있구나
叉頭亦解祈豐歲 차두역해기풍세
아이들 또한 풍년 기원을 알고 있어서
夜起添油祭竈燈 야기첨유제조등
밤에 일어나 조왕 제등에 기름을 붓네
其五
柿霜如蜜栗如拳⁸⁾ 시상여밀율여권
곶감은 꿀처럼 달고 밤은 주먹만 하며
紅棗經冬色尙鮮 홍조경동색상선
붉은 대추는 겨울 지나며 빛깔이 곱네
老婦依方蒸藥飯 노부의방증약반
늙은 아내는 조리법대로 약밥을 쪄내고
飯烏舊俗至今傳⁹⁾ 반오구속지금전
까마귀밥 주는 옛 풍속 지금도 전하네
其六
祈福消災重首春¹⁰⁾ 기복소재중수춘
기복과 소재는 정월달의 중요한 일이라
紛紛衢路棄衣巾¹¹⁾ 분분구로기의건
거리마다 분분하게 옷가지를 내버리네
好笑兒童爭效俗 호소아동쟁효속
우스운 건 아이들도 다투어 풍속 따라
逢人賣熱輒呼人¹²⁾ 봉인매열첩호인
더위 팔려고 만나는 사람마다 불러대네
其七
二十年前卽少年 이십년전즉소년
이십 년 전엔 나이 어린 소년이었는데
回頭往事却茫然 회두왕사각망연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아련하기만 하네
依俙記得南城上 의희기득남성상
어렴풋이 생각나는 건 남쪽 성 위에서
去伴隣兒放紙鳶¹³⁾ 거반인아방지연
이웃 아이들과 어울려 종이 연 날렸네
其八
曾同阿儉作元宵 증동아검작원소
예전에 아검과 함께 대보름 밤이 되면
約束朋知去踏橋¹⁴⁾ 약속붕지거답교
벗들과 약속하고 다리 밟으러 갔었지
月色好於通處望 월색호어통처망
훤히 뚫린 곳에서 보는 달빛이 고와서
春寒偏向酒邊銷 춘한편향주변소
이른 봄추위를 오로지 술로써 달랬네
<阿儉 卽亡弟小名 아검 즉망제소명
아검(阿儉)은 죽은 아우의 어릴 때 이름이다.>
其九
城內諸橋踏遍回 성내제교답편회
성안의 모든 다리를 두루 밟고 다녀도
三營廵邏不相猜 삼영순라불상시
삼군영의 순라군도 서로 의심하지 않네
長通坊裏呼韓四¹⁵⁾ 장통방리호한사
장통방 동네 안에서 한사를 외치면서
更向鍾樓大道來 경향종루대도래
다시 종루를 향하여 큰길을 걸어갔네
<更一作轉 경일작전
경(更)은 다른 작품에 전(轉)으로 되어있다.>
其十
陽山草宿五生春¹⁶⁾ 양산초숙오생춘
봄을 맞아 양산의 풀이 다섯 번 돋으니
每値元宵涕滿巾 매치원소체만건
대보름 밤마다 수건 가득 눈물 흘리네
水標橋頭今夜月 수표교두금야월
수표교 위에는 오늘 밤도 달이 떴는데
不知行樂屬誰邊 부지행락속수변
누구와 함께 즐겨야 할지 알 수 없구나
其十一
深夜寒窓一炷靑 심야한창일주청
깊은 밤 차가운 창가에 등잔불이 푸른데
傷心白首獨伶仃 상심백수독령정
백발의 외로운 늙은이 홀로 마음 아프네
京都樂事眞如夢 경도낙사진여몽
한양의 즐거웠던 정말 꿈만 같은 일들을
說與兒曹仔細聽 설여아조자세청
아이들에게 말해 주니 귀 기울여 듣는다
其十二
中州聞說盛繁華¹⁷⁾ 중주문설성번화
중주는 듣기에 대단히 번화하다 하니
搭着鰲山競鬪奢¹⁸⁾ 탑착오산경투사
탑에 오산을 내걸어 호사를 다투었네
無緣架得虹橋去 무연가득홍교거
인연이 없어 홍교에 올라갈 수 없으니
恰似區區坐井蛙 흡사구구좌정와
마치 우물 속에 앉은 개구리와 같구나
<是夜與兒輩說京都元宵諸事 因迤邐及燕都觀灯事 以此結之
시야여아배설경도원소제사 인이리급연도관정사 이차결지
이날 밤 아이들과 대보름날 밤에 한양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을 이야기하다가, 연경(燕京)의 관등(觀燈) 놀이까지 언급하게 되어 이 말로 끝맺었다.>
※意緖(의서)¹⁾ : 마음속의 생각. 심서(心緖). 심회(心懷).
※春陰(춘음)²⁾ : 봄날의 흐린 날.
※西成(서성)³⁾ : 가을에 익은 농작물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이르는 말. 가을걷이. 추수.
※梨樹梢頭安束藁(이수초두안속고)⁴⁾ : 대보름날 풍년을 기원하며 대나무 장대 끝에 곡식 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아, 마치 거대한 벼 이삭처럼 만들어 세우는데 이를 낟가릿대, 또는 화간(禾竿) 화적간(禾積竿)이라고 한다.
※寒灰堆上揷綿花(한회퇴상삽면화)⁵⁾ : 목화 농사의 풍년 들기를 기원하며 목화의 묵은 뿌리에 솜을 씌워 거름 위에 두는 풍속이 있다.
※處處賽神巫鼓騰(처처새신무고등)⁶⁾ : 정월 대보름에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파나(罷儺) 굿, 지신밟기를 표현하였다.
※年登(연등)⁷⁾ : 농사가 잘되어 곡식을 많이 거두어들임.
※柿霜(시상)⁸⁾ : 곶감 표면에 하얗게 피어나는 분(粉)을 말하는데, 꿀이나 설탕이 귀하던 시절 고급 감미료로 쓰였다. 여기서는 분이 피어난 곶감을 의미한다.
※飯烏舊俗至今傳(반오구속지금전)⁹⁾ : 정월 보름에 까마귀에게 밥을 주는 풍속이 있다. 신라 소지왕(炤知王) 10년 1월 15일에 왕이 경주(慶州) 금오산(金鰲山) 동쪽 기슭에 있는 천천정(天泉亭)에 거둥 하였을 때, 까마귀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다가 날아가므로 뒤쫓게 하니, 한 노인이 못〔池〕 속에서 나와 봉투를 전하였는데, 그 속에 ‘거문고 갑을 쏘라. [射琴匣]’라는 글이 씌어 있었다. 왕이 곧 입궁(入宮)하여 활로 거문고 갑을 쏘았더니, 그 속에는 왕비와 간통하면서 그날 왕을 시해하려고 했던 승려가 숨어 있었다. 이때부터 1월 16일을 오기일(烏忌日)이라 하여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드렸다 한다.
※首春(수춘)¹⁰⁾ : 음력 정월의 별칭이다.
※棄衣巾(기의건)¹¹⁾ : 경도잡지(京都雜誌)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한양세시기(漢陽歲時記) 등에 새해가 되면 점을 치고, 이때 재액이 든 사람은 액땜을 위해 입던 헌 옷가지를 벗어 길에 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逢人賣熱輒呼人(봉인매열첩호인)¹²⁾ : 정월 보름의 풍속인 더위팔기[賣暑]를 말한다. 보름날 아침에 서로 상대의 이름을 불러서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라고 한다. 상대가 대답을 하지 않고 ‘내 더위 사가라.’라고 하면 더위를 팔지 못하고 도리어 내가 상대의 더위를 사는 꼴이 된다. 미리 더위를 먹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주술적 방법으로 정착된 세시풍속이다
※放紙鳶(방지연)¹³⁾ : 연날리기도 일종의 액막이 풍속이다. 경도잡지(京都雜誌)에서는 ‘아이들은 액(厄) 자를 종이연에 써서 해가 질 때 줄을 끊어 날려 보낸다.’고 했다. 원래 연날리기는 정초에 시작해서 정월 대보름날까지만 하고, 대보름 이후에는 일체 연을 날리지 못하게 했다. 대보름이 되면 연에다‘액(厄)’이나‘송액(送厄)’‘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을 써서 멀리 날려 보내서 온 집안의 재앙을 연이 죄다 싣고 날아가게 하는데, 대보름 이후에도 계속 연을 날리면 재앙이 줄곧 집에 머무르게 된다고 여겼다.
※踏橋(답교)¹⁴⁾ : 정월 대보름날 밤에 그해의 재액과 다리 질환을 물리치기 위하여 젊은 남녀들이 여러 곳의 다리 위를 밟고 거니는 풍속이 있었다.
※長通坊(장통방)¹⁵⁾ : 한양의 행정구역으로, 지금의 장교동과 관철동 일대를 말한다.
※陽山草宿五生春(양산초숙오생춘)¹⁶⁾ : 이 시의 여덟 번째 시에 아검(阿儉)이라 불렸던 아우가 죽었는데, 아우가 죽은 지 5년이 되었다는 의미인 듯하다.
※中州(중주)¹⁷⁾ : 중주(中州)는 중국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작가(作家)의 주(注)에 의하면 북경(北京)의 옛 이름인 연경(燕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鰲山(오산)¹⁸⁾ : 음력 정월 보름날 밤에 꽃등[花燈]을 산 같이 쌓은 것을 말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대보름 기간에 아름다운 등불을 겹쳐서 작은 산 모양을 만들어서 소오산(小鰲山)이라 하였다.
*이하곤(李夏坤, 1677~1724) : 조선후기 춘경산수도 산수도 등을 그린 화가. 평론가. 자는 재대(載大), 호는 담헌(澹軒) 또는 계림(鷄林).

'계절시(季節詩)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春日 (춘일) - 鄭知常 (정지상) (1) | 2026.03.20 |
|---|---|
| 梅花數枝 開亦最晩 吟成長句 用破幽寂 (매화수지 개역최만 음성장구 용파유적) - 奇大升 (기대승) (1) | 2026.03.18 |
| 上元夕 (상원석) 外 - 金麟厚 (김인후) 外 (0) | 2026.02.28 |
| 燈夕歌 (등석가) - 趙任道 (조임도) (1) | 2026.02.26 |
| 孤山詠梅 (고산영매)外 - 李滉 (이황) (0) | 2026.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