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30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9

次嶺南樓板上韻 차영남루판상운 丁範祖 정범조 鞍馬東窮海上天 안마동궁해상천 말에 안장 얹고 동쪽 끝 바다까지 갔다가 歸途更倚嶺樓前 귀도경의령루전 돌아오는 길에 다시 영남루 앞에 기대섰네 百年城郭昇平後 백년성곽승평후 태평성대가 오랫동안 지난 뒤의 성곽에는 中夜江山皷吹邊 중야강산고취변 한밤중에도 강산 일대에 풍악소리 들리네 寺壓鏡光聞一磬 사압경광문일경 거울 같은 강 위의 절에서 경쇠 소리 들리고 櫂迷篁影見孤烟 도미황영견고연 노 젓는 곳에 대숲 비치고 연기 한줄기 보네 登臨三度猶餘戀 등림삼도유여련 세 번이나 올라도 오히려 아쉬움 남아 坐到明星落綺筵 좌도명성락기연 좋은 연회에 별 떨어질 때까지 앉았네 ※昇平(승평) :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이 없고 평안함. *정범조(丁範祖,1723~1801) : 조선 후기 형조..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8

次嶺南樓韻 樓在密陽 차영남루운 누재밀양 楊煕止 양희지 영남루운을 차운하다 영남루는 밀양에 있다. 傑閣岧嶢半入天 걸각초요반입천 빼어난 누각이 하늘 반쯤 뚫고 높이 솟았는데 岳陽何必美專前 악양하필미전전 악양루도 앞의 누각보다 좋다고 할 수 있을까 無遮大地窮眺外 무차대지궁조외 바깥쪽 끝을 바라보니 대지는 막힘이 없고 不盡三江倚檻邊 불진삼강의함변 세 강은 난간에 기대 끊임없이 흐르는구나 岸岸漁燈欺列宿 안안어등기렬숙 언덕마다 고기잡이 등이 펼친 별을 기만하고 家家竹樹拖晴煙 가가죽수타청연 집집마다 대나무 사이에 펼친 안개가 개이네 白頭堪笑紅塵客 백두감소홍진객 홍진에 찌든 나그네 흰머리가 우스워서 觸撥詩情醉倒筵 촉발시정취도연 취해 쓰러진 연회에서 시흥이 문득 일어나네 *양희지(楊煕止,1439~1504). 자는 가행(..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7

登嶺南樓次韻 등영남루차운 兪好仁 유호인 嵬眼東南一壁天 외안동남일벽천 동남으로 눈 드니 벼랑은 하늘에 닿고 溪山鬱鬱在尊前 계산울울재존전 산천은 우거져 앞에 높이 솟아 있구나 大江遙凸露華外 대강요철로화회 큰 강은 멀리 밖에서 나타나 굽어 들고 南紀先明梅樹邊 남기선명매수변 남쪽 마당가엔 매화나무 먼저 드러나네 奔走幾回消歲月 분주기회소세월 분주하게 보낸 세월 그 얼마나 되는지 英雄從古管風煙 영웅종고관풍연 예부터 영웅은 바람 안개를 다스렸네 襟懷老去無多子 금회노거무다자 늙어갈수록 포부는 점점 줄어 들 테니 只迓氷輪上綺筵 지아빙륜상기연 화려한 주연에 올라 둥근달이나 맞이하세 ※氷輪(빙륜) : 얼음처럼 맑고 차게 보이는 둥근달 *유호인(兪好仁, 1445~1494) : 조선 전기 의성 현령, 공조 좌랑, 검토관 등을 ..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6

경주부윤 慶州府尹 권극화 權克和 吾鄉風景似壺天 오향풍경사호천 내 고향의 경치는 마치 신선세계와 같아 今古騷人幾詠前 금고소인기영전 고금의 시인들이 얼마나 많이 노래했던가 瓊邑隱排平野畔 경읍은배평야반 아름다운 마을이 들판과 물가에 늘어섰고 玉樓高起大川邊 옥루고기대천변 아름다운 누각은 큰 강가에 높이 솟았네 鷺飛沙堤晚來雨 로비사제만래우 저녁 비 내리니 모래둑 해오라기 날고 牛臥草堤晴後煙 우와초제청후연 소 누운 풀 언덕에 개인 뒤 안개가 피네 此日遲行同去魯 차일지행동거로 오늘의 더딘 걸음 노나라 떠날 때와 같아 閑看父老遞陳筵 한간부로체진연 연회에 머물며 한가로이 부로들 바라보네 ※壺天(호천) : 호리병 속의 세계. 호천(壺天)은 속세와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국 한(漢..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5

감천 甘川 임건 林乾 納納臺隍接海天 납납대황접해천 광대한 누대와 해자는 바다와 하늘에 닿고 一區形勝盡籠前 일구형승진롱전 한 고을 앞을 둘러싼 경치는 빼어났네 西山雨過風欞外 서산우과풍령외 서산에 비 지나니 창밖으로 바람 불고 南浦雲橫月欖邊 남포운횡월람변 남포에 구름 비끼니 난간에 달 비치네 身御半空淩汗漫 신어반공릉한만 몸은 허공에 떠서 넓은 하늘을 달리며 眼騰千里瞥霞煙 안등천리별하연 눈 들어 먼 곳의 노을을 흘깃 쳐다보네 迎將宦客直唐肆 영장환객직당사 벼슬아치 손님 맞으려 빈자리 지키며 幾度張筵幾散筵 기도장연기산연 몇 번이나 자리를 펼쳤다가 치웠던가 ※汗漫(한만) : 물이 (질펀하게) 아득히 넓은 모양으로, 광대무변한 공간을 가리키며 공허하다, 허황하다는 뜻도 있다. ※唐肆(당사) : 唐(당)은 비었다는 뜻..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4

陜川郡守 합천군수 河孟晊 하맹질 高樓一上可携天 고루일상가휴천 높은 누각에 처음 오르니 하늘을 잡을 듯하고 萬景無窮眼界前 만경무궁안계전 온갖 경치가 끝없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霞映長林孤鶩外 하영장림고목외 따오기 외로운 긴 숲 밖으로 노을이 비치고 鷺窺清澗戱魚邊 노규청간희어변 백로는 맑은 물가에 노는 물고기를 엿보네 短牆影動竹篩月 단장영동죽사월 대밭에 스민 달그림자 낮은 담장에 일렁이고 平野光凝草浥煙 평야광응초읍연 들판의 안개에 젖은 풀은 엉기어서 빛나네 逸興遄飛吟造蕩 일흥천비음조탕 좋은 흥이 날듯이 일어나 호탕하게 노래하고 忘機爛醉勝仙筵 망기란취승선연 몹시 취해 세상일 잊으니 신선보다 낫다네 ※霞映長林孤鶩外(하영장림고목외) : 당나라의 시인 왕발(王勃, 647 ~ 674)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落霞與孤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3

都觀察使 도관찰사 權孟孫 권맹손 權孟孫(권맹손,1390~1456) : 조선 전기 이조판서, 중추원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효백(孝伯), 호는 송당(松堂). 閑上層樓四月天 한상층루사월천 층층 누각이 사월의 하늘을 높이 가로막고 一區形勝列於前 일구형승렬어전 한 고을의 빼어난 경치가 눈앞에 늘어섰네 山圍平野連雲塞 산위평야련운새 들을 에워싼 산은 구름 같은 성채에 닿았고 江繞豊林入海邊 강요풍림입해변 강은 울창한 숲을 휘돌아 바다로 들어가네 牧笛短長橫犢雨 목적단장횡독우 목동의 피리 장단에 송아지 비를 가로지르고 漁蓑隱現白鷗煙 어사은현백구연 어부의 도롱이 안갯속 백구처럼 가물거리네 登臨已負探春興 등림이부탐춘흥 올라 보니 봄날 흥취 찾을 생각 이미 사라져 擬向清和醉倒筵 의향청화취도연 화창한 사월에 취하여 자리에 ..

嶺南樓次韻詩 - 배극소(裵克紹)

배극소(裵克紹)의 嶺南樓次韻詩(영남루 차운시) 한수를 감상한다. 배극소(裵克紹:1819~1871)의 字는 내휴(乃休)이고 호는 묵암(默庵)이다, 효행(孝行)과 문학으로 높이 평가를 받았다. 1850년(철종 1) 생원시(生員試)에 1등으로 합격하였으나 영달(榮達)에는 뜻이 없어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은거하였다. 문집 3권이 있고, 사례간요(四禮簡要) 일부(一部)와 묵암목판(默庵木板), 개몽자학(開蒙字學) 이천자(二千字)가 전하며, 그가 지은 영남루(嶺南樓) 시(詩)는 일세(一世)에 전해지고 있다. 嶺南樓蓮謹次上韻 영남루연근차상운 영남루에서 시판의 운을 따라 一樓無伴獨支天 일루무반독지천 누각 하나 짝 없이 홀로 하늘을 지탱하고 百巧參差畫供前 백교참차화공전 온갖 기교 부린 그림을 그 앞에다 바치네 興發有時三..

嶺南樓次韻詩 2

연전에 영남루에 관한 차운시(次韻詩)를 20수가량 올린 적이 있는데 오늘 같은 운을 차운한 시 몇 수 더 올린다. 次嶺南樓舊韻 차영남루구운 이안눌(李安訥;1571~1637); 자 자민(子敏), 호 동악(東岳). 조선 중기 문신, 형조판서 홍문 관제학 역임 飛甍千尺出層天 비맹천척출층천 날렵한 기와는 하늘 위 천자 높이 솟았고 鈒浦東涯鳳岫前 삽포동애봉수전 사포의 동쪽 물가 무봉산 앞에 있네 隔岸人家竹林外 격안인가죽림외 대숲 밖 강 건너에 인가가 자리 잡고 傍沙漁艇荻叢邊 방사어정적총변 모래사장 갈대숲 곁에 고깃배가 있네 川晴崔顥詩中樹 천청최호시중수 개인 내에는 황학루시의 나무가 비치고 山紫滕王閣上烟 산자등왕각상연 등왕각의 노을에 산이 붉게 물 들었네 三日倚闌歸不得 삼일의란귀부득 난간에 기대 삼일 동안 돌아가지..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영남루(嶺南樓)는 밀양강변 언덕 위에 자리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이층 누각(樓閣)으로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누각으로 불린다. 영남루는 고려 말에 지어져 그동안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쳐 오늘과 같은 웅장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웅장한 자태와 아름다운 건축미, 그리고 주변풍광과 함께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당대의 내로라는 시인묵객이 영남루를 시로 노래하였다. 그중 영남루를 주제로 한 차운시(次韻詩)를 소개하고자 한다. 차운시(次韻詩)란 다른 사람이 지은시의 운자를 그대로 따서 지은시를 말하는데 「題 嶺南樓」 차운시는 워낙 유명한 학자들이 차운하여 영남루의 명성과 시의 품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영남루 차운시의 元韻은 고려 공민왕 때 학자 성원도가 지었다고 하나 같은 시기 고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