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

봉래시집(蓬萊詩集)을 완역(完譯)하며

-수헌- 2025. 1. 29. 23:42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봉래시집(蓬萊詩集)을 번역하면서.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오르면 오를 없건만

사람이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라는 시조 태산가(泰山歌)를 지은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은 조선 중기의 관료이자 시인 묵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이 시조를 모르는 이가 없고, 해서(楷書)와 초서(草書)에 뛰어났고 특히 큰 글자를 잘 써서 안평대군(安平大君), 김구(金絿), 한호(韓濩)와 함께 조선 4대 서예가로 일컬어진다.

또한 아우 양사준(楊士俊) 양사기(楊士奇)와 함께 시문에도 뛰어나 중국 송나라의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의 3부자[미산삼소 : 眉山三蘇]에 견주어졌으며, 아들 양만고(楊萬古)도 문장과 서예로 이름이 전해져 온다.

양봉래(楊蓬萊)는 40여 년의 관직 생활을 주로 외지에서 근무하면서 특히 금강산을 좋아하여 호(號)도 봉래(蓬萊)로 하였으며, 금강산에 관한 시를 많이 남겼다. 그의 시문은 작위적이지 않고 표현이 자연스러워 천의무봉(天衣無縫)하여 더 이상 고칠 데가 없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또한 그는 유자(儒者)로써 일찍이 단사부(丹沙賦)를 지어 선도(仙道)의 폐단을 지적하여 유명해졌으나, 청허대사(淸虛大師)를 비롯한 스님들과 토정 이지함(土亭 李之菡) 등과 교유하고, 남사고(南師古)에게 역술을 배웠으며, 말년에는 도교(道敎)에 심취하는 등 당시의 일반적인 선비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양봉래(楊蓬萊)의 문집인 봉래시집(蓬萊詩集)에는 280여 편의 시(詩) 문(文) 부(賦) 등이 실려 있는데, 예상 밖으로 그의 시는 번역되어 출판된 것이 많지 않다. 시중에 출판된 ‘봉래시집(지식을 만드는 지식 발간, 홍순석 역)’에 69편의 시문이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인터넷상에 몇십 수가 단편적으로 번역 소개되어 있으나 그 외 대다수의 시는 번역문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심지어는 한국고전번역원의 ‘한국고전종합DB’에도 봉래시집의 번역문은 없었다.

이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과감하게 봉래시집에 실린 전체의 시문을 번역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원래 한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요, 고전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한시를 좋아하여 계절에 맞는 한시를 골라 나름 대로의 해석을 해 보는 재미를 취미로 삼고 있었는데, 과감하게 도전은 하였지만 앞에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였다.

가장 큰 난관은, 한시가 일반적으로 과거 선인들의 시문이나 성현들의 말씀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고, 경전이나 고사(古事)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양봉래(楊蓬萊)의 시문은 그의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조선시대 일반적인 시인의 작품과는 달리 불교와 도교에 관련된 경전이나 고사를 인용한 것이 많아, 해당 경전이나 고사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며, 번역 후에도 제대로 올바른 번역이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는 양봉래(楊蓬萊) 시의 번역문이 적은 이유의 하나로 생각된다.

한시의 번역은 평측이나 운자로 인하여 빈번한 글자와 구문의 도치, 지은이에 따른 독특한 언어 구사, 함축과 여운 등 해독의 난점들이 많아서 시를 지은 배경과 맥락을 모르면 지은이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한자(漢字)의 자의(字意)만 가지고 해석하면, 이해가 되지 않거나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많아 그로 인하여 지은이의 의도나 다른 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번역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오역이다, 아니다.’라는 개념으로 볼 수는 없다 하겠다.

또 읽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그 전달되는 의미도 달라지고, 이에 시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전달되지 못하는 오류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시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번역문에서도 음수(音數)를 고려하여 번역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번역문이 장황해져서 원시(原詩)가 지니고 있던 풍미는 물론이고 저자가 시에 내장한 여러 미묘한 표현이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음수(音數)를 고려하고 시(詩)로서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번역문을 압축하거나 한자의 뜻이 아닌 한자의 음(音)으로 표시 한 부문은 주석으로서 보완하였는데, 어떤 부분은 주석이 너무 장황하여 원시의 묘미를 오히려 해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원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가능한 주석을 상세히 달았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시에서 설명하였던 주석을 다시 반복하여 표시한 주석이 다수 있으니 양해가 요구된다.

주석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표시하였는데,

지은이가 원문에서 직접 주석한 것은 < > 안에 표시하였다.

원문에서 인용한 다른 사람의 시문이나 경전, 고사 등은 시의 말미(末尾)에 ‘’ 표로 설명하였다.

일부 원시나 문구에 대한 역자(譯者)의 개인적인 의견은 【 】안에 표시하였다.

다시 한번 전문가가 아닌 역자가 봉래시집의 완역(完譯)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였으니, 미숙하고 잘못된 점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양해와 질정(叱正)을 부탁드린다.

 

 

                                                                 乙巳年(2025) 元日에  

                                                                 옮긴이    穗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