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擬古 九首 ( 의고 9수) - 其六

-수헌- 2024. 1. 10. 12:18

擬古 其六     陶淵明   도연명     原韻  

蒼蒼谷中樹 창창곡중수

골짜기 안 푸르고 푸른 나무들이

冬夏常如茲 동하상여자

겨울 여름 없이 항상 무성하구나

年年見霜雪 연년견상설

해마다 서리와 눈을 맞고 있으니

誰謂不知時 수위부지시

누가 계절을 모른다고 말하겠는가

厭聞世上語 염문세상어

세상에 떠도는 말들 듣기 싫어서

結友到臨淄 결우도임치

임치에 이르러서 벗을 사귀었네

稷下多談士 직하다담사

직하에는 수많은 논객들이 있으니

指彼決吾疑 지피결오의

그 사람들과 내 의문을 풀어보리라

裝束既有日 장속기유일

여장을 꾸린 지 이미 여러 날 지나

已與家人辭 이여가인사

이미 가족들과도 작별 인사를 했네

行行停出門 행행정출문

가면서 문을 나서다가 머뭇거리다가

還坐更自思 환좌갱자사

돌아와 앉아서 다시 혼자 생각하네

不怨道裏長 불원도리장

갈 길이 먼 것은 원망스럽지 않지만

但畏人我欺 단외인아기

다만 남이 나를 속일까 두려워지네

萬一不合意 만일불합의

만에 하나 그들과 뜻이 맞지 않으면

永為世笑之 영위세소지

영원히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리라

伊懷難具道 이회난구도

이 마음을 모두 말하기 어려워서

為君作此詩 위군작차시

그대를 위해 이 시를 지어 알린다

 

이 시는 작가가 임치(臨淄)에 가서 직하선생(稷下先生)들과 논쟁을 하고 싶으나 그들을 믿지 못해 망설이는 심정을 표현하였다.

 

※臨淄, 稷下(임치, 직하) : 임치(臨淄)는 제나라의 수도이다. 임치(臨淄)에는 성문이 13개가 있었는데, 그 성문중 하나인 서문(西門)의 이름이 직문(稷門)이었다. 직문 밖[稷下]에는 많은 학자들을 모아놓고 대부(大夫) 대접을 해주었다. 그들을 직하선생이라고 하였는데, 직하선생 중에 대표적인 학자로 맹자(孟子)가 있다.

 

 

擬古 其六     申欽   신흠     和韻  

今旣不如昔 금기불여석

지금도 이미 옛날 같지 않은데

後當不如茲 후당불여자

훗날도 당연히 지금만 못하겠지

瑣瑣錐與刀 쇄쇄추여도

송곳과 칼처럼 자질구레한 것도

射利競趨時 사리경추시

시속을 좇아 이익을 다투는구나

是非混一流 시비혼일류

옳고 그름이 섞여 하나로 흐르니

誰復分澠淄 수부분민치

누가 다시 민수 치수를 구분할까

逝將裂冠冕 서장렬관면

장차 의관을 모두 찢고 가려는데

長往吾奚疑 장왕오해의

멀리 가는 것이 나 어찌 두려울까

每歎陶靖節 매탄도정절

도정절을 언제나 감탄하는 건

早草歸來辭 조초귀래사

일찌감치 귀거래사를 쓰고서

峽裏絶朋知 협리절붕지

골짝에 들어와 친구도 모두 끊고

無人問所思 무인문소사

찾고 생각하는 사람 없기 때문이네

羈蹤漸齟齬 기종점저어

나그네 자취 세상과 점점 어긋나니

豈恨隣竝欺 기한린병기

함께 속이는 이웃을 어찌 원망할까

簞瓢雖屢空 단표수루공

비록 밥그릇과 표주박이 텅 비어도

隨遇且安之 수우차안지

그때의 형편에 따라 또 편안하다네

重華邈難見 중화막난견

순임금은 아득하여 만날 수 없기에

長詠南風詩 장영남풍시

소리 내어 오랫동안 남풍시를 읊네

 

※錐與刀(추여도) : 송곳과 칼끝처럼 아주 작다는 뜻인 추도지말(錐刀之末)에서 인용한 듯하다.

 

※射利(사리) : 이익을 얻기에 급급하다. (상인이) 돈 벌 궁리를 하다. 이익에 혈안이 되다. 뜻밖의 행운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다.

 

※澠淄(민치) : 민(澠)과 치(淄)는 지금 중국의 산동성(山東省)에 있는 물 이름인데, 옛날 제(齊) 나라의 역아(易牙)가 그 두 물을 맛을 보고 구별하였다고 한다.

 

※陶靖節(도정절) : 도연명(陶淵明)을 말한다. 정절(靖節)은 도연명의 시호(諡號)이다.

 

※簞瓢屢空(단표루공) : 대 밥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이 텅 비다는 뜻으로, 아주 가난하다, 청빈한 생활을 하다는 의미이다.

 

※重華(중화) : 순(舜) 임금의 이름이 중화(重華)이다. 눈동자가 겹으로 되어 있어 중동(重瞳), 중화(重華)라 했다고 한다.

 

※南風詩(남풍시) : 순(舜) 임금이 지었다는 남풍가(南風歌)를 말한다. 남풍가(南風歌)에서 순(舜) 임금은 ‘훈훈한 남풍이여, 우리 백성들 수심을 풀어주기를. 제때 불어오는 남풍이여 우리 백성 재물을 풍성하게 해 주기를. [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溫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이라고 하였다.